(9) 4代 명가‘함양집’

최고(最古)의 비빔밥! 경주에서 만나다

이필혁 기자 / 2012년 08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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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경주신문사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경주 북군동에 89년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비빔밥 전문점 ‘함양집’이 새로이 자리 잡았다. 결코 흔한 식당이 하나 새로 생긴 것이 아니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비빔밥 전문점의 3대 황화선(65) 선생과 사위인 강태원(42) 대표가 제대로 된 ‘원조의 맛’을 선보이고 있다. 4대를 잇고 있는 ‘함양집’ 진미(眞味)를 경주시민과 경주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맛보이겠다는 것이다.
↑↑ 전통비빔밥-부드러운 맛을 느낄 수 있는 육회 비빔밥. 달걀 반숙 대신에 계란지단으로 색감을 강조하고 함양집의 전통인 전복을 넣어 음식에 풍미를 더했다. <사진 좌>
육회를 못 먹는 이들을 위해 익힌 고기를 사용한 전통비빔밥.<사진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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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를 잇고 있는 ‘함양집’

함양집은 89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대한민국 대표 비빔밥 전문점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원조 함양집은 울산에 있다. 어느새 경상도를 넘어 우리나라 대표 맛 집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어느 정도로 맛이 뛰어날까.
입소문이 퍼지면서 전국 곳곳에서 식도락가들이 구름떼처럼 몰려들고 있다. 함양집 비빔밥을 맛보면 하나같이 그 맛에 반해 고개를 끄덕이고 만다.

농림수산부와 한식재단은 최근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50년 이상된 한식명가를 소개한 책자 ‘한국인이 사랑하는 오래된 식당’에서 함양집을 실었다. 검증된 맛 집이란 뜻이다.

함양집은 1대 고(故) 강분남 여사가 지금으로부터 89년 전인 지난 1923년 경남 함양에서 울산으로 이주한 뒤 가게 문을 연 게 그 출발점이 됐다.

함양집의 역사는 대략 이렇다. 강 여사의 따님인 2대 안숙희 여사(작고)에 이어 현재 며느리 황화선(65) 선생이 가업을 잇고 있다. 황화선 선생의 따님인 4대 윤희(42)씨도 최근 가업을 잇기 위해 뛰어들었다.

윤희 씨는 이를 위해 교직생활까지 그만뒀다고 한다. 윤희 씨는 4대에 걸쳐 가업을 이어오고 있다는 자부심이 이만저만 아니다. “교사라는 직업을 그만두기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자리는 제가 아니더라도 할 사람은 있지요. 하지만 가업은 그렇지 않습니다. 가업을 잇고 있는 것에 크나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경주 함양집’은 제3대 황화선 선생과 4대 윤희 씨의 남편인 강태원(42) 대표가 운영하고 있다.

강 대표는 교수의 길을 걷기 위해 석·박사 과정을 밟았지만 윤희 씨와 함께 가업을 잇겠다고 결심을 굳혔다고 한다. 그는 시대와 시대를 이어주는 징검다리가 되고 싶다고 한다.

함양집 89년 전통의 맛을 다음 세대에 이어주는 가교가 되겠다는 것이다.

함양집의 메인 메뉴인 비빔밥은 부드러운 식감을 내는 게 특징이다. 목 넘김이 편하다는 얘기다.

비빔밥은 통상 나물이 질기면 식감을 떨어트릴 수 있다. 하지만 함양집 비빔밥은 다른 맛 집에선 좀처럼 느낄 수 없는 오묘한 맛을 자아낸다. 입 안 가득 퍼지는 부드러운 식감이 바로 그 것이다.

최고의 식재료를 엄선하고 가장 부드러운 속살 부분만을 사용하면서 그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는 셈이다.

예컨대 콩나물은 머리 부분과 끝 부분을 잘라내고, 나물은 질긴 겉 부분을 제거해 사용하고 있다. 여기에다 모든 나물은 삶아 채를 썰어 밥 위에 올린다고 한다. 기본에 충실한 재료와 여러 번의 손질이 부드러운 맛을 내는 비결로 보인다.

이 게 끝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함박살을 넣고 끓인 진한 육수가 더해져 함양집 비빔밥 맛을 완성해준다고 한다. 함양집은 비빔밥 국물로 탕국을 놋그릇에 담아 손님상을 차린다.

비빔밥과 함께 따라 나오는 탕국은 홍합, 조갯살 등이 들어가 시원한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자칫 느끼할 수 있는 육회비빔밥을 탕국의 시원함이 잡아줘 깔끔한 느낌을 자아낸다.
비빔밥과 함께 가장 인기 메뉴는 단연 육회다.
↑↑ 우둔살 중에서 가장 좋은 부위만을 골라 육회 본연의 맛을 살리기 위해 참기름과 배만 넣어 버무린 육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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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회는 우둔살 중에서 가장 좋은 부위를 사용한다고 한다.

우둔살 10kg에서 1~1.5kg 정도 나오는데 쫄깃하고 육즙을 가득 담고 마블링이 적어 육회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육회 맛을 살리기 위해 참기름과 배만 넣어 버무리는 것도 이 집만의 비결로 보인다.
육회를 맛보면 우둔살의 부드러운 식감을 곧바로 느낄 수 있다. 느끼하지 않으면서도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는 느낌이 정확한 표현처럼 와 닿는다.

●함양집 별미 ‘묵채&파전’

단골들은 묵채와 파전을 함양집의 별미로 꼽는다.

육수를 사용한 장국에 메밀묵과 야채를 넣어 담백한 맛을 내는 묵채는 비빔밥에 앞서 식욕을 돋우는 애피타이저로 그만이다.

파전은 부드러운 파 속단 두 대만 사용하고 찹쌀가루에 쇠고기, 조개 등을 넣어 구워낸다. 파전 역시 함양집만의 부드러운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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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을 고수하다.

‘경주 함양집’에 들어서면 1대에서 4대 주인장들의 사진이 먼저 손님을 맞는다. 사진만 봐도 함양집의 역사를 제대로 알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여기에다 비빔밥을 담아내는 놋그릇에도 정취를 느낄 수 있다.
강 대표는 예전부터 쓰던 놋그릇을 그대로 옮겨와 사용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비빔밥 그릇과 탕 그릇, 수저까지 놋으로 사용해 손님들에게 내놓고 있는 등 원조 명가(名家)의 기풍을 제대로 살리고 있다.

놋그릇을 사용하는 이유는 역사와 전통을 부각하는 측면도 있지만 비빔밥의 온기를 유지하기 위한 손님에 대한 배려 성격도 강하다고 한다.

놋그릇은 세월이 지나면 색이 변하지만 함양집 놋그릇들은 여전히 광을 발하고 있다. 광을 내기 위해 여러 번의 손질과 비용, 시간이 필요하지만 전통을 지키기 위해 그 번거로움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다.

강태원 경주 함양집 대표는 거창하진 않지만 작은 철학이 있다고 한다.

바로 ‘손님이 맛있어하는 최고의 음식을 만들어 대접하겠다’는 것이다.

항상 손님들의 입맛을 연구하고 또 연구를 거듭해 전통의 맛과 새로운 맛으로 손님의 입맛을 사로잡겠다는 게 바람이다. 비빔밥과 육회 뿐만 아니라 떡불고기, 석쇠불고기, 치즈불고기 등 이색 메뉴를 내놓고 있는 것도 같은 연유에서다.

강 대표는 “손님들이 함양집 음식을 먹을 때 보다 먹고 난 뒤 그 맛에 반해 기분 좋아지는 그런 맛집으로 기억되고 싶다”며 “돈이 아닌 사람을 남기고, 전통을 후대에 지속적으로 전해주고 싶다”고 밝혔다.

함양집은 경주 북군동 194-15번지에 위치한다.
문의(054-777-6947).



글=이필혁 기자 / 사진=최병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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