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4]세계적으로 그 유례 찾기 힘든 ‘경주어린이박물관학교(慶州博物館學敎)’①-64년간 ‘학교 밖 학교’로… 어린이 교육 통해 문화유산 연구와 보호에 큰 기여

선애경 기자 / 2017년 04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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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6년, 정원 전시유물을 살펴보며 메모하는 학생들.
ⓒ (주)경주신문사


‘겨레의 고운얼 길러준 뿌리 이어내리 이천년 거룩한 땅에/ 움트는 새싹이 자라나는 곳 아~우리경주박물관학교/ 하늘도 내 교실 땅도 내 교실 맑고 푸른 하늘에 뻗쳐라 높이/ 꽃 피울 새싹들이 자라나는곳 아~우리경주박물관학교//’
-경주박물관학교 교가 전문.

경주에서 살았던 사람들이 가지는 또 다른 특별한 기억이 하나 있다. 바로 ‘경주어린이박물관학교’에 관한 전설적 이야기다. 1954년 개교시 고분속에서 뛰어 놀 수밖에 없던 당시로서는 박물관에서 학교를 연다는 것이 생소한 일이었지만 많은 학생들은 박물관으로 향했다. 놀이터였던 경주 시내 고분과 유적들이 배움의 공간으로 변하는 순간이었던 것. 우리 문화가 사방에 가득한 경주에서 사는 것만으로도 문화적 감수성의 토양이 되었을텐데 이러한 배움의 환경을 보다 조직적으로 만들어 주었던 것이 바로 어린이박물관학교였다.

이번호에서는 경주어린이박물관학교 태동과 연혁을 중심으로 소개하고, 개교를 위해 헌신했던 이들을 간략하게 소개한다. 다음호에서는 이 학교가 배출한 동문이야기와 초기 헌신했던 이들을 보다 자세하게 다루고자 한다. 또 에피소드들과 어린이박물관학교의 발전 방향 등을 자문과 자료를 토대로 구성할 예정이다. 이 기사는 제1회 수료생 김윤근 경주문화원 원장의 자문과 경주박물관학교 50년‘ 아! 우리어린이경주박물관학교(국립경주박물관)’를 참고했다.

↑↑ 금관고 시절 수업을 받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어린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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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은 놀이터
15년 전 유네스코에서는 전 세계박물관 중 사회교육 부문, 특히 어린이를 대상으로 조상의 유물과 문화재의 소중함을 일깨워 뿌리의식을 가지게 하는 교육으로 세계적으로 그 유례를 찾기 힘든 경주어린이박물관학교를 칭찬했다. 64년이라는 역사를 지닌 경주어린이박물관학교를 잘 가꾸고 격려하는 의미에서 지원금을 보내기도 했다.

-경주어린이박물관학교, 문을 열다
문을 연 1954년은 6.25전쟁을 막 치룬 뒤라 나라사정이 무척 어려웠고 힘들었다. 문화재에 대한 관심과 보호할 여유가 없어 심한 훼손과 도굴은 물론, 해외로 유출되고 있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선지자들이 순수한 어린이들에게 소중함을 가르쳐 보호하고 지킬 힘을 기르기 위해 유례가 없는 학교 밖의 학교 어린이박물관학교를 개교한다. 숱한 역경 속에서도 꿈나무를 키우고 신라의 넋이 담긴 경주를 자손대대로 물려주려는 헌신과 봉사가 있었기에 그 출발이 가능했다.

1954년 10월 국립박물관 경주분관에서는 경주어린이들에게 우리문화재의 참뜻을 바르게 알리고 조상들의 얼이 담긴 소중한 문화재를 보호하고 새로운 문화 창조의 지혜를 갖도록 하기 위해 경주어린이박물관학교의 문을 열었다.

경주박물관학교는 박물관의 발전과 우리 문화유산을 체계적으로 공부하기 위해 조직된‘목요회’의 구성원인 진홍섭 관장, 이승을 선생, 박일훈 선생, 윤경렬 선생 등 네 사람이 주축이 돼 발족됐다.

1954년 10월, 국립중앙박물관 경주분관에서 당시 진홍섭 관장을 초대 교장으로 추대하고 매주 일요일 관장실을 수업 장소로 제공했다. 목재상을 하던 이승을 선생이 나무의자 10개를 손수 만들어 제공했고, 윤경렬 선생은 아이들 모집 포스터를 그려 곳곳에 부쳤다. 서양화가 이기섭 선생은 출석부와 일지를 기록했다. 수업은 당시 경주에 한 대 밖에 없던 환등기와 영사기를 이용해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강의와 구전동화로 진행했다. 박일훈 학예사와 사진사 박영도 선생도 도왔다. 윤경렬 선생의 수업 진행으로 박물관사무실에서 경주어린이박물관학교가 개교된 것이다.

↑↑ <좌> 경주박물관학교 현판식 거행(1987년). <우> 진홍섭 초대 교장과 졸업생들의 기념 촬영(2004년 50주년 특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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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은 언제나 열려있으며 돈을 받지 않으며, 어린이들을 함부로 대하지 않고 존대말로 대한다’
어린이박물관학교 기본 방침으로는 문은 언제나 열려있으며(자유로움), 어떤 명목이든 돈을 받지 않으며(베푸는 정신), 이들이 자라 나라에 큰 일꾼이 되므로 함부로 대하지 않고 존대말로 대한다(예절교육실천)였다. 그리고 영상자료를 통한 시청각교육을 주로하고 답사를 통한 현장학습을 중요시 하며, 매주 토요일 두시간 공부하는 것을 기본으로 정하고 답사는 종일 진행했다. 교육 내용은 어려운 전문이론과 말보다는 시청각교육으로 현장에서 직접보고 만져보는 답사를 주로하고 문화재, 역사교육 외에도 음악과 놀이, 전통문화(화전놀이) 등도 가르쳐 우리것의 소중함을 가르쳤다.

어린이박물관학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도록 이어오고 있는 사회교육의 장이다. 매주 토요일마다 학교가 열리지만 결석을 한다 하더라도 문제 삼지 않을뿐더러 시험이 없는 학교이자 수업료가 없는 학교다. 초창기의 어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변변치 못한 교실과 기자재는 물론, 하늘과 땅이 교실이 된 유적지 현장 수업을 이어오던 시절, 도서관으로, 다시 박물관으로 옮겨지면서 그때마다 학교의 이름을 바꿔 달았던 아스라한 추억은 64년의 박물관학교 역사에 고스란히 담겼다.

역경을 견디며 60여 년 동안 외길을 걸으면서 길러낸 졸업생은 어느 명문대 고고,사학과보다도 알뜰한 제자들을 길러내어 문화유산연구와 보호에 크게 기여했다. 특히 국립박물관장 두 명, 학예관, 학예사, 교수, 화가, 토기, 금속공예명장 등 다양한 문화예술인으로 성장해 국내외 곳곳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4천명이 훨씬 넘는 졸업생들은 사회 각계에서 두드러진 역할을 하고 있으며 초창기에 다녔던 코흘리개 학생들은 벌써 고희를 넘긴 나이가 됐다. 곧 자신의 예술활동의 밑거름이 됐다고 할때는 이 학교 설립의 의미가 고스란히 배어나는 것이다.

↑↑ <좌>찰흙빚기대회 참가작들(1987년 제4회). <우> 1950년대 당시의 교실 모습 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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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년간 걸어온 발자취...‘하늘도 내교실 땅도 내교실’
1955년 10월, 윤경렬 작사, 윤이상 작곡의 교가를 제정하고 1956년 8월, 금관고로 수업장소를 이전했다. 당시 금관고의 유물은 미국으로 피난가있던 상태로 진열장 한쪽으로 몰아놓고 수업을 진행했다. 뉴스영화를 상영하고 ‘자유의 벗’,‘자유세계’를 교재로 하고 종이를 압축한 책받침 등을 선물로 나눠주었다. 1957년 10월 경주읍사무소에서 개교3주년 기념식과 전시회가 열렸다. 이 전시회는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열린 어린이 문화재 작품전으로 작품의 우열을 가리지 않는 순수한 작품전시회였다.

1962년 8월 경주시립도서관장 김종준의 배려로 도서관시청각실에서‘경주어린이향토학교’로 이름을 바꿔 수업을 재개했다. 1972년 5월 경주향토학교뒷받침회를 조직해 신라문화동인회가 주도적으로 참여해 석기, 토기, 불국사, 석굴암, 성덕대왕신종 이야기등 30여 종의 교본이 발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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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12월, 현재의 부지인 인왕동 신축 국립경주박물관에서 17년 만에 경주어린이박물관학교로 다시 힘찬 시작 을 한다. 1982년 11월, 중고,일반부 2년 과정을 신설해 경주박물관학교로 개명되고 1부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2부는 고등부 및 일반부를 대상으로 삼국유사 강독 특강 수업을 실시했다. 1984년 11월, 개교 30주년기념큰잔치를 통해 ‘제1회 우리문화재 만들고 그리기대회’를 개최후 학예발표회와 작품전시회 등의 종합예술제가 성대하게 열렸다.‘새얼’ 교지,‘경주고적이야기’가 발간되고 무료 배부한다.

1986년 이난영 관장은 경주박물관학교를 박물관에서 운영하는 체제로 바꾼다. 이때부터 국립경주박물관 관장이 교장을 역임하게 된다. 1987년 신입생 2500여 명이 몰려와 학사운영에 큰 문제점이 야기할 만큼 붐볐다(5부제와 야외수업). 1994년 개교 40주년 기념식과 특별전 ‘하늘도 내교실 땅도 내교실’을 개최했으며 1998년 문화관광부로부터 한국문화학교로 지정, 2004년 개교 50주년 기념식과 전시회 ‘아! 우리어린이경주박물관학교’를 개최했다.

↑↑ <좌>개교 당시(1950~1980년 초)부터 수업에 사용하던 환등기와 슬라이드. <우>박일훈 선생의 책상(1950년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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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개교 60주년 기념식과 특별전 ‘학교 밖의 학교, 박물관’을 개최했으며 2017년 올해, 제64기 경주어린이박물관학교 입학식을 진행했다. 제64기 경주어린이박물관 학교는 개교정신을 계승하고 어린이들이 우리 문화의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도록 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어린이들이 경주와 신라의 역사 문화를 흥미롭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론 및 체험 활동을 과정 내 균형있게 편성하고 있다. 한편, 초대 진홍섭 교장을 시작으로 2대 윤경렬(1959-1986), 3대 이난영(1986-1993), 4대 지건길(1993-1996), 5대 강우방(1997-2000), 6대 박영복(2000-2004), 7대 김성구(2004-2007), 8대 이영훈(2007-2016), 2016년 5월, 제9대 교장으로 유병하 관장이 재직중이다.

김윤근 경주문화원 원장은 2014년 60주년 기념식을 되돌아보면서 “고 김종준, 김주식, 이철수, 김태중 선생을 비롯해 우병익, 조필제 선생 등 아름다운 역사의 길에는 동인회의 기여가 절대적이었다. 수년간 기획한 60년의 희로애락 발자취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장도 감동적이었지만 백발이 성성한 70대 선배와 10대 후배 어린이들 3대가 어우러져 부르는 교가와 경주어린이노래는 참석자 모두에게 감동으로 남았다”고 했다.

김 원장은 “개교 당시 헐벗고 굶주린 어린이들에게 선물도 주고 재밌고 흥미를 유발했던 수업을 진행했다. 60년 전 그런 방식의 교육이 열렸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입체적이면서도 현장답사체험을 할 수 있는 교육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당시의 일반적인 교육 환경이었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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