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협회, 막대 10개로 즐기는 윷놀이대회

윷놀이로 모두 행복한 모습 그려

윤태희 시민 기자 / 2018년 03월 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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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걸이다. 호호~~~ 우리가 또 이겼다 이겼어!”

윷 던지는 모습도 윷판도 보이지 않는데 분위기는 한껏 달아오른 윷놀이. 지난달 28일 경주시장애인협회 노인의 집에서 윷놀이로 모두가 행복한 모습을 그렸다.

경주시시각장애인협회는 이날 회원과 자원봉사자 등이 참여한 가운데 윷놀이대회를 개최했다. 시각장애인용 윷은 일반 윷과는 다르다. 나무막대 4개 대신 젓가락처럼 생긴 막대 10개로 이뤄졌다. 각각의 윷 끄트머리에 고유한 홈이 패여 있어 홈의 모양과 개수에 따라 각각 1부터 10까지 숫자가 정해진다.

윷은 던지지 않고 잡는다. 상대편이 10개 윷 뭉치를 내밀면 그 중 3개를 뽑는 제비뽑기 방식을 응용한 정도다. 뽑은 숫자 3개를 더하면 패가 나온다. 1, 2, 3이 나오면 패는 6이다. 두자릿수가 나오면 일의 자리 숫자만 패로 친다. 이렇게 하면 나올 수 있는 패는 0부터 10까지 10개다. 각각의 값에 도, 개, 걸, 윷, 모가 할당된다. 모두 더해서 1·6은 도, 2·7은 개, 3·8은 걸, 4·9는 윷, 5·10는 모다.

윷판 역시 각자의 머릿속에 그려져 있다. 신기하게도 참가자 모두가 말의 위치와 진행 상황을 정확히 기억한다. 자원봉사자들이 말판 위 말들을 옮기는 동시에, 참가자들이 머릿속으로 말판을 상상하기 때문에 게임은 속도감 있게 진행된다. 촉각에도 좋지만 지능계발과 치매예방에 효과가 좋다.

경주시시각장애인협회 김헌덕 회장은 “시각장애인들이 즐길 수 있는 놀이나 게임은 한정돼 있는데 여가활동으로 몇 안 되는 놀이 중 하나가 윷놀이”라며 “시각장애인을 위한 몇 가지 보드게임이 있지만, 서로 소통하며 즐길 수 있는 윷놀이와 한궁이 가장 인기가 좋은 것은 남녀 어르신들이 한데모여 맘껏 웃고 떠들면서 즐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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