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국사는 부처님의 나라에 있는 사찰이다<7>

경주신문 기자 / 2018년 12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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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성찬 시민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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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하문(紫霞門) 동서로 좌경루와 범종루가 있다.
요즈음 아침 안개가 무척 잦다. 예전에는 자욱한 아침 안개 속을 걸으면 꼭 신선을 만날 것만 같았었다. 또 비오는 날 안개 속으로는 용이 승천하는 모습이 보일 듯하였다. 그러나 요즈음에는 이와 같은 안개 속에서 신선과 용을 잃어버렸다. 안개가 미세 먼지이고 때로는 이보다 더 나쁜 초미세먼지란다. 그런데 불국사에는 아직도 성스러운 자주 빛깔의 안개가 서린다는 곳이 있다.

청운교·백운교를 오르면 부처님 세계의 관문에 해당하는 자하문에 이르게 된다. 자하(紫霞)란 ‘자주 빛깔의 안개’란 뜻으로 ‘부처님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자색 광명이 안개처럼 서려 있다’는 뜻으로 이 문을 지나면 ‘대 진리의 세계가 열린다’는 것을 상징하는 것이다.

소나기가 쏟아진 후 날이 개이면 자하문 서쪽 석단 틈의 수구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물이 물보라를 일으키면 이를 보는 각도에 따라 무지개 즉 자하를 볼 수도 있다. 자하문 안에는 해와 달의 모양이 있는 것도 눈길을 끈다. 세속의 무지와 속박을 떠나 출세간(出世間)의 대 진리의 도량이 눈앞에 펼쳐진다는 것을 상징하고 있다.

자하문 서쪽 회랑 끝에 있는 범영루는 그 아래 있었던 구품연지에 누각이 투영되어 이런 이름을 얻게 되었을 것이다. 『불국사고금창기』에는 수미범종각이라 불렀다는 기록이 있어 수미산 위 도리천에서 범종이 울려 퍼지는 것을 상징적으로 나타냈다고 할 수 있으며, 자하문부터는 천계, 즉 하늘나라인 만큼 구름 위에 떠 있는 누각을 표현한 것이다.

이 범영루는 불국사 창건과 더불어 지어진 건물로 생각되는데, 임진왜란 때 불에 탄 이후 여러 차례 중수를 거쳐 오다가 1973년 불국사를 복원하면서 옛 모습대로 다시 세웠다. 지금 이 안에는 거북 등위에 올려져있는 법고(法鼓)가 놓여 있다. 일반적으로 사찰에서 법고는 범종각에 범종, 목어, 운판과 함께 두는데 불국사에서는 이곳 범영루에 법고를, 동쪽의 좌경루에는 목어와 운판, 그리고 범종각에 범종을 나누어 두었다.

↑↑ 자하문 서쪽의 범영루는 구름 위에 떠 있는 누각을 표현하고 있고, 동쪽의 좌경루에는 목어와 운판이 걸려 있다.

이 범영루는 1973년 복원 불사 때 회랑과 맞지 않아 헐어버리고 다시 지은 것으로 수미산 모양의 팔각정상에 누(樓)를 짓고 백팔번뇌를 안은 중생을 제도한다는 의미에서 108명이 앉을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던 것이다. 범영루의 석주는 항아리 모양을 하고 있는데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특이한 형태이다. 이런 석주의 모양에 대해 수미산을 상징한다는 해석과 구름을 상징한다는 해석이 있다. 이곳 범영루에는 원래 승천교(升天橋)라는 다리도 있었다고 하나 지금은 남아 있지 않다.

자하문을 중심으로 축대의 동편에는 단순한 형태의 좌경루가 있다. 좌경루는 경전을 보존하던 곳인데 지금은 목어와 운판이 걸려 있다. 

좌경루는 불국사에서 유일하게 현판이 없는 건물로 『불국사고금창기』에는 좌경루가 3칸이라는 기록이 전하고 그동안 건물터만 남아있던 것을 1973년 범영루와 함께 현재의 모습으로 복원하였다.

좌경루 아래 석주는 발굴조사 시 출토된 석재 부재를 복원한 것으로 팔정도(八正道)*를 상징하는 팔각기둥 중앙에 연꽃을 새긴 단순한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석주는 석굴암 석실 금당의 팔각기둥과 흡사하다.

좌경루는 자연석으로 쌓은 하층기단 위에 연꽃 주춧돌을 놓고 연꽃으로 장식된 팔각기둥을 상층 기단 높이로 두 개를 세워 그 돌기둥 위에 처마의 추녀를 나타내어 범영루의 복잡한 형식에 반하여 아주 단순하게 표현하였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범영루와 좌경루가 좌우대칭이 아니라고 하여 불국사를 평가절하하기도 하지만 이는 불국사의 좌우대칭구조가 ‘비대칭 속의 대칭’으로 되어있다는 사실에 대해 제대로 이해를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팔각형의 단순한 모양을 하고 있는 좌경루 안쪽으로는 회랑에 가려져 잘 보이지는 않지만 화려하고 섬세한 다보탑이 자리하고 있고, 복잡한 모양을 하고 있는 범영루 안으로는 단순하고 간결한 석가탑이 자리하고 있다. 눈에 띄게 좌우를 같게 하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회랑으로 슬쩍 가려두고 아름다움을 배가시키는 불국사의 미적 감각은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만큼 뛰어난 것이다.

*중생이 고통의 원인인 탐(貪)·진(瞋)·치(痴)를 없애고 해탈하여 깨달음의 경지인 열반의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서 실천수행해야 하는 8가지 교리로 정견, 정사유, 정어, 정업, 정명, 정념, 정정진, 정정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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