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② 국제관광도시 경주 ‘아직 갈 길 멀어’

잘보이지 않는 표지판, 알아보기 어려운 버스 노선표 등
외국인들에게는 어렵기만 한 경주 관광 반드시 개선해야

이재욱 기자 / 2019년 08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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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광지 표지판은 신경써서 보지않으면 찾기가 어렵다.

최근 지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국제관광도시로서 경주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반면, 지역 관광업계의 마인드나 인프라는 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외국인들의 생활습관에 대한 배려도 부족하고 경주 소재 해외 인바운드 여행사도 사실상 전무해 국제관광도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보완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본지 기자는 지난 1401호에서 ‘경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생각하는 경주는?’을 제목으로 보도한 기사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경주를 여행하면서 느낀 불편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지난 9, 10일 양일간 관광지 주변 음식점과 화장실, 관광안내판, 버스정류장 등을 점검해봤다.

#음식점 영어메뉴판 부재
외국인 관광객이 불편함을 가장 많이 호소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영어메뉴판 부재다.
특히 천마총과 교촌, 황리단길로 이어지는 관광지의 음식점들은 외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곳이지만 영어메뉴판이나 사진이 첨부된 메뉴판을 사용하는 업체가 드물었다.
한 종류의 음식만 판매하는 곳보다는 여러 가지 음식을 파는 곳을 위주로 취재한 결과 많은 식당들이 영어메뉴판이 없고, 메뉴판에 사진을 첨부한 곳도 태부족했다. 

천마총 인근 한 식당에서는 외국인 관광객의 주문을 받지 못해 다른 자리의 한국인 손님에게 주문을 대신 받아달라는 부탁을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젊은 청년층들이 영업을 하는 식당은 외국어로 소통이 되지만 중장년층이 운영을 하는 식당들은 대부분 외국인 관광객들의 주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한 식당 주인은 “외국인 손님들이 간혹 오지만 따로 영어메뉴판이 준비돼 있지 않아 주문을 받기가 어렵다. 영어를 공부하는 것도 겁이 나고, 외국인 관광객이 올 때만큼은 힘들지만 나머지는 큰 불편함이 없어 크게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 영어로 된 버스노선지도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알아보기 힘들게 제작되어 있다.

#알아보기 힘든 관광지도, 버스노선 지도
외국인들이 한국을 여행하면서 불편한 점은 바로 국내에서 ‘구글 맵’ 사용이 어렵다는 점이다.
해외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게 될 앱은 무엇일까? 아마 많은 사람이 ‘구글 맵’이라고 답할 것이다. 전 세계 어느 나라를 가든 구글 맵만 있으면 가고자 하는 위치를 정확하게 찾아갈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정상적인 지도 서비스를 하지 못하는 이유는 법규제 때문이다.
‘공간 정보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누구든 국토해양부장관의 허락없이 지도 데이터를 국외로 반출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이런 이유로 외국인 관광객들은 구글맵 사용이 불가능하다시피 해 한국을 방문하기 전 미리 지도를 출력, 또는 스마트폰에 저장하거나 현지 영어로 작성된 지도를 구해 여행을 다닌다.

하지만 지역 경주관광안내소에서 배포하고 있는 관광지도와 버스노선 안내지도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알아보기엔 부족했다. 
지도는 한국어, 일본어, 중국어, 영어 4종류가 준비돼 있다.
하지만 한국어판 지도 역시 한국 관광객들조차 알아보기 힘들 정도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지도에 표시 해줬으면 하는 정보는 화장실 유무와 관광지 입장 시간, 대중교통 이용 위치를 원했다. 

정류장에 설치돼있는 버스노선을 파악할 수 있는 BIS모니터 역시 한국어, 일본어, 중국어, 영어를 지원하지만 기자가 취재할 당시 몇몇 곳의 정류장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 관광지 표지판은 신경써서 보지않으면 찾기가 어렵다.

#외국인들에겐 잘 보이지 않는 표지판
외국인 관광객들은 각 유명관광지별 방향 표지판이 눈에 잘 띄지 않는다고 인터뷰에서 답했다.
현재 지역에 설치된 표지판은 한국어와 영어로 안내되고 있어 표지판을 인식만 할 수 있으면 외국인 관광객들이 목적지를 찾아가기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역에서 사용하고 있는 표지판들이 외국인 관광객들이 이용하기엔 크기가 작아 눈에 잘 띄지 않고, 도보여행자들이 표지판을 보고 여행할 만큼 표지판이 많지 않다는 것. 

실제로 시외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부터 천마총 후문까지 도보로 이동하면 천마총 후문까지 거의 와서 자세히 찾아봐야지만 관광지 안내 표지판이 보일 정도다. 

김철민(남, 26) 씨는 “친구 3명과 함께 휴가를 즐기러 경주에 왔다. 숙소를 가기 전에 먼저 황리단길과 주변을 둘러보려고 했지만 그냥 인터넷을 검색을 통해 블로그나 SNS를 보고 가는 방법을 알았다”며 “한국인들도 찾기 어려운데 외국인들은 더 찾기가 어려울 거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화장실 수돗물 식음 안내가 필요할까 ?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화장실 물을 마실수 있는지 안내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어, 실제 화장실을 이용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수돗물을 마시는지도 확인해봤다.
확인 결과 많지는 않지만 몇몇의 외국인 관광객들은 화장실의 수돗물을 1회용 생수통에 담아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지역의 관광명소 대부분이 내부에서 음식물을 판매하지 않으며 여름철 더운 날씨도 이런 행동을 부추기는 원인으로 보이고 있어 화장실 수돗물 뿐만 아니라 수돗가 대부분에 음용이 가능한지에 대한 안내가 필요해 보인다.

↑↑ 정류장에는 한글로만 된 노선표가 붙어 있었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현지에서 어떻게 정보를 얻나?

외국인 관광객들이 유독 많이 모이는 곳이 있다. 부담 없이 들어갔다가 주문까지 쉽게 가능한 곳은 바로 커피숍이다.
커피자체가 외국의 것이다 보니 입장에 부담이 덜 하다는 것.
그중에서도 스타벅스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고 했다. 

지역에서는 천마총 인근 스타벅스 매장에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 본지 1401호에서 기자와 인터뷰를 했던 팬친 스테파니와 짐바브릿 로마네 모녀도 천마총 스타벅스에서 만났다. 

이들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스타벅스를 찾는 이유로 ‘정보수집’을 꼽았다.
스타벅스에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몰리니 한국어를 모르는 관광객들이 서로의 정보를 이곳에서 교환한다는 것이다.
주로 교환하는 정보는 숙박정보, 교통정보, 음식점 등이다.
현지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정보를 얻기가 힘들어 한국을 찾은 관광객들에게서 정보를 얻는다는 것.

대도시와 달리 경주지역은 지하철이 없고 버스와 택시, 또는 도보로 이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경로에 대한 정보교환이 많이 이뤄진다고 했다.

 스타벅스 직원은 “확실히 외국인 손님이 많이 늘었다. 매장에서 외국인 손님들끼리 지도나 연습장을 펼쳐놓고 이야기 하는 모습을 많이 접하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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