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건립하는 문무대왕 유조비<遺詔碑> 내용 부적합 논란

삼국사기 원문에 대왕 ‘유조’ 있음에도 유조 아닌 삼국유사 내용 추가해 논란
경주시 “문무대왕 정신 담겨 있어 포함”

이성주 기자 / 2019년 09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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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가 문무대왕수중릉(사적 제158호) 성역화 사업을 추진하면서 건립 예정인 신라 문무대왕(?~681) 유조비(遺詔碑 : 임금의 유언을 새긴 비) 내용이 삼국사기에 수록된 대왕의 유조(遺詔) 원문에도 없는 내용을 추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시는 올해 이 사업을 문무대왕 성역화사업 정비계획에 포함해 설계비 등 시비 2억원을 들여 6.76m(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년도) 높이의 유조비를 올해 말까지 건립할 계획이었다. 그리고 시는 비석 전면에 한문으로, 뒷면에는 한글로 ‘문무대왕 유조’를 각자(刻字)하기로 했다. 또 방문객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별도의 안내문(영문 등 외국어 포함)을 유조비 옆에 설치할 계획이다.

그러나 시가 만들고 있는 유조비가 문무대왕의 유조가 수록된 ‘「三國史記」 新羅本紀 제7, 下條’<사진자료 참조>에 있는 원문에다, 유조가 아닌 대왕의 대화 내용인 ‘「三國遺事」권제2, 文虎王法敏條’<사진자료 참조>에 포함된 내용을 추가해, 관련 전문가들은 ‘유조비’에 맞지 않는 내용이라는 주장하고 있다.

↑↑ 경주시가 건립 중인 문무대왕 유조비의 유조 전체 내용. 파랑색 테두리 내용이 「삼국사기」에 수록된 문무대왕 유조 원문, 빨강색 테두리 내용은 경주시가 이번에 새로 추가한 대왕의 유조가 아닌 「삼국유사」 내용.

특히 시가 문무대왕수중릉 일대 성역화 사업을 통해 관광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핵심 사업으로 추진 중인 문무대왕 유조비 건립과 관련,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 구성이나 충분한 논의도 없이 자체적으로 유조문 내용을 만들어 진행한 것으로 밝혀져 시의 업무처리 방식에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관련 전문가는 “유조비에는 임금의 유언을 그대로 비석에 새겨 넣어야 하는데 시가 문무대왕 유조비에 넣은 내용은 삼국사기에 수록된 대왕의 유조 원문에다, 삼국유사에 있는 대왕의 대화 내용을 넣은 것으로 유조문으로서는 부적합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삼국사기 유조에 삼국유사 내용을 첨부시킨 것은 문무대왕의 정신이 담겨 있고 후세에 교훈적인 내용이어서 정신을 이어 받자는 의미에서 넣었다”면서 “현재 이 사업을 위해 문화재위원회에 현상변경 신청을 준비 중이며 위원회를 통과해야 한다”고 해명했다. 또 “유조비에 들어갈 유조문을 만들기 위해선 위원회 등은 구성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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