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령총서 혀 내민 말 모양 토기 출토

오선아 기자 / 2019년 10월 04일
공유 / URL복사

일제강점기 금령총에서 수습된 국보 제92호 기마인물형토기와 제작기법이 거의 동일한 말 모양 토기가 금령총 재발굴 조사 중 발견됐다.

국립경주박물관은 금령총 2차 재발굴 조사 중 호석 바깥쪽에서 제사용 토기들이 수습된 가운데 높이 56cm의 말 모양 토기가 출토됐다고 밝혔다.

말 모양 토기는 지금까지 확인된 것 중에 가장 크며, 입을 벌리고 혀를 내미는 형상을 띈다. 또 얼굴과 턱, 목, 발굽 등 각 부위가 세밀하게 표현돼 있으며, 실제 말의 비율에 가깝게 제작돼 당시 신라 시대 조각 예술의 우수성을 다시 한번 증명해 보인다.

말 모양 토기는 현재 머리와 앞다리 쪽만 발견됐으며, 등과 배 부분이 깔끔하게 절단된 흔적으로 미루어 제의 행위로 의도적으로 깨뜨려 넣은 것으로 추정된다.

금령총은 1924년 5월 조선총독부 직원이었던 우메하라스에지에 의해 발굴조사됐다. 신라 돌무지덧널무덤 구조가 처음으로 밝혀진 무덤으로 고분의 연대는 6세기 초로 추정되며, 당시 발견된 보물 제338호 금관과 국보 제91호 기마인형명기는 세간에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일제강점기에는 이미 일부 훼손된 봉토와 적석부를 걷어내고 매장주체부만 조사해 무덤둘레에 쌓는 호석은 전혀 확인된 바가 없었지만, 94년 만에 다시 발굴한 금령총에서는 호석의 전모가 드러났다.

금령총의 호석은 기반 층 위에 바로 설치했으며, 2단 구조에 너비 약 1.3~1.5m, 높이 약 1.6m 규모다. 이를 기준으로 금령총의 직경은 종래에 알려진 크기보다 8m가량 더 큰 28m 내외로 볼 수 있으며, 지상식 적석목곽묘 구조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한편, 호석 바깥으로는 약 40cm 두께의 정치 층이 확인, 흙을 다진 뒤 잔자갈을 깔았으며, 그 주변에서 30여개체에 달하는 제사용 토기들이 수습됐다.

제사용 토기 안팎에서는 말, 소, 기타 포유류 등의 동물 뼈를 비롯해 각종 굴, 고동, 조개류 등의 패각류, 뚜껑접시, 토제방울, 유리구슬, 쇠스랑 등이 말 모양 토기 1점과 함께 발견됐다.

또 이번 조사에서 봉토와 호석을 갖춘 옹관묘를 비롯해 적석목곽묘 2기, 소형 분묘 1기 등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무덤 4기를 새로 발견하는 성과를 거뒀다.

신광철 학예연구사는 “고분 주변의 층위 양상을 파악한 결과 현재 지면보다 약 2m 아래에서 5~6세기 신라 문화층이 확인돼 주변 경관이 현재와 크게 달랐을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이번 조사로 마립간기 지배계층의 묘역 공간 구획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내년 3차 조사에서 매장주체부 발굴을 통해 금령총의 전체 구조 및 축조기법이 명확하게 밝혀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립경주박물관은 오는 8일 경주 노동동 금령총 발굴조사 현장에서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오전 10시, 11시, 오후 2시, 3시 등 4차례에 걸쳐 설명회를 열고 경주 금령총 2차 재발굴조사 성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X
URL을 길게 누르면 복사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