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산강! 물 길 따라, 이야기 따라[12]-형산강과 황포돛배 이야기

경주신문 기자 / 2019년 11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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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산강 전망대(황포돛배 모양) 모습.

-경주 금장대 앞 황포돛배

지난여름 경주 서천(형산강)에 떠있던 ‘황포(黃布)돛배’가 가을에 들어서자 보이질 않는다. 황토색의 돛 2개, 흰옷 입은 두 사공의 모습이 금장대 주변과 푸른 물에 어울려, 서천(西川) 잔디 둑을 거니는 사람이나 강변도로를 달리는 차량속의 사람들에겐 좋은 볼꺼리였는 데. 신라 금장대가 복원되면서 그 앞 서천에 황포돛배가 뜨자, 주변 절벽 숲과 물길, 초록 잔디밭, 특히 저녁 낙조(落照)의 풍경에 기러기라도 날아가는 날이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곤 했다.

-금장낙안 풍경은 황포돛배로 더욱 아름다워
신라시대 금장대 높은 바위에 올라앉으면 서라벌이 한눈에 보이고, 푸른 물에 비치는 경치가 너무 좋아, 날아가는 기러기도 잠시 내려와 쉬어갔다는 금장대의 절경, 금장낙안인데, 요샌 황포돛배가 그 아름다움을 더 보태고 있다. 신라 자비왕때「을화」라는 기생이 금장대 위에서 연회도중 미끄러져 빠져 죽었다는 전설이 있는 「예기청소」도 여기 서천에 있다. 또한 이 주변은 경주 출신 소설가(김동리) 가 지은 「무녀도(1936년)」의 배경이라서 더욱 잘 알려져 있다. 무당인 모화가 예기청소에서 굿을 하는 데, 망자의 혼백을 건지기 위해 자꾸 깊은 물속으로 들어가다 결국 빠져죽는다는 얘기로, 당시 토속 신앙인 무속과 새로운 서양종교 유입에 따른 갈등이 묘사된 글이다. 작가의 생가가 강변 성건동에 있고, 글(무녀도)배경 또한 서천 예기 청소에 있는 만큼, 이들 토속 환경에 새로이 옛날을 회상케 하는 황포돛배의 등장은, 또 하나 좋은 구경꺼리가 되고 있다. 단풍지는 가을에도 황포돛배가 떠있으면 더욱 멋있는 금장낙안(金藏落雁)의 풍경이 될 것인데 아쉽다.

↑↑ 서천 황포돛배 사진-경주시청 제공

-포항 형산강 둑엔 황포돛배 모형 전망대

형산강 둑에 2개의 황포돛배 모형의 흰색 건물이 있다. 포항 초입의 휴게소, 그리고 중명리 입구 형산강 안내소 (전망대). 정작 강물에는 황포돛배는 없는 데 그 모습만 건물로 지어놓고 있다. 형산강의 트레이드 마크를 황포돛배로 본 것이리라 생각한다. 백수십년 전 연일면 중명리 중심으로 형산강 주변은 우리나라 3대 시장의 하나인 큰 부조장터로 유명했다. 동해 수산물의 교역 수송 수단으로 수많은 황포돛배가 형산강을 따라 왕래했다. 이를 기념하기위해 「연일 부조장터 문화축제」를 매년 해오고 있으나, 아직 형산강에서 황포돛배의 모습은 보질 못했다. 이 돛배는 이 고장 전설에도 나온다. 하늬바람 때문에 깨진 옹기장수의 옹기 값을 황포돛배의 선주들에게 책임을 돌려, 손해 배상케하는 명판관「어득호」 현감의 코믹한 이야기라든가, 중명리의 「옥녀」가 약혼자가 탄 황포돛배를 기다리며 옥녀봉에서 죽어간 사랑 이야기 등이 있다. 영일만 어촌 포구 따라 고기잡이 황포돛배가 많았고, 특히 송도 내항과 형산강 포구에는 운집한 배들로 장관을 이루었다고 한다.

-황포돛배가 있는 고장(강)들
이 배는 보통 길이10여m, 돛은 6m정도의 높이로 황토 물을 두세번 물들인 베로 만든 목선이다. 어촌에는 고기잡이배로, 강촌에서는 물류 수송, 또는 세곡운반선으로 사용되었다. 요새는 거의 없어지고 주로 관광용, 기획전시용으로 이용되고 있다. 전국에서는 논산(금강),여주(남한강), 나주(영산강), 파주(임진강), 임실(섬진강),부여(백마강),경주(서천)등에서 일부 변형되어 관광용으로 이용되고 있다. 형산강에도 옛 부조장터와 형산강 하구의 전통을 살려 좋은 볼꺼리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 포항 60년대 황포돛배사진-포항시청 제공.

-황포돛배 노래비 이야기

이 노래비는 경남진해 영길만 해변에 바다를 보고 우뚝 서있다. 몇 년 전, 「진해 해양공원」을 찾았다가 본 것이다. 약 7m 높이의 두 돌기둥으로 솟아있고, 해가 그려져 석양을 나타내고 있다. 주변에 갈매기, 바다물결이 새겨져있으며, 그 바닥에 작은 황포돛배가 하나 별도로 만들어져 있다. 비(碑)에 적힌 가사(歌詞)는 이렇다.

황포돛대
마지막 석양빛을 기폭에 걸고, 흘러가는 저배는 어디로 가느냐.
해풍아 비바람아 불지를 마라, 파도소리 구슬프면 이마음도 구슬퍼.
아∼어디로 가는 배냐, 어디로 가는 배냐, 황포돛대야.(하략)

작사가(이용일)는 경남 진해 바닷가 출신으로 군(軍)생활 할 때인 1963에 가사를 지었고, 1967년 백영호 씨가 곡을 만들어, 당시 한창 인기 있던 이미자 씨가 노래를 부르면서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반세기가 지난 옛 가요지만, 황포돛배에 삶의 역동성과 강인함이 있는 가하면, 그리움과 서러움, 그리고 애절함이 있다. 마치 우리네 인생 여정처럼 보인다.


-이종기 문화유산해설가·시민전문기자 leejongi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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