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경주 도시재생과 젠트리피케이션-2.젠트리피케이션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전주 한옥마을과 대구 김광석 거리)

관광객 쏠림으로 원주민은 내몰림으로

이필혁 기자 / 2019년 11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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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 명물이 된 김광석 거리 벽화

경주시는 지난해 국토교통부 주관 ‘2018년도 도시재생 뉴딜사업’ 공모에 선정돼 도시재생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향후 5년간 국비 150억 원을 포함, 총 250억원의 사업비를 확보한 경주시는 원도심 지역 도시재생에 첫발을 내딛는 한편 올해는 새로운 도시재생 사업 신청을 통해 사업비를 확보해 도시재생 사업을 이어갈 방침이다. 하지만 도시재생이 선정되자 재생사업이 시행되는 원도심 일대에 벌써부터 집 값 상승이 이어지고 있으며 임대료 상승도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또다른 ‘황리단길’의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반복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번 도시재생과 젠트리피케이션 취재를 통해 경주의 도시재생과 젠트리피케이션의 현황을 살펴보고 다른 지역의 젠트리피케이션 사례와 극복방안 등을 보도할 계획이다. <편집자 주>


↑↑ 김광석 조형.

#대구 김광석 거리가 뜨자 원주민도 떠나가

지자체가 주도한 도시재생사업으로 젠트리피케이션을 유발시킨 사례를 이야기할 때면 대구 김광석 거리를 빼놓을 수 없다. 대구 방천시장과 김광석 거리는 광역·기초자치단체가 주도하는 도시재생사업이 원주민을 몰아내는 정부주도형 젠트리피케이션의 유형이다.

방천시장은 1945년 해방 후 피난민들이 모여 형성된 시장으로 1960년대 1000여개의 점포가 몰릴 정도로 큰 규모의 시장이었으나 2000년대에 60~70여 곳 점포만 남은 작은 시장으로 전락했다.

방전 시장은 도심공동화와 대형마트, 주변 백화점등에 밀려 점점 쇠락해 가던 중 2009년부터 ‘별의별 별시장 프로젝트’, ‘문전성시프로젝트’등을 통해 전통시장 살리기가 시작됐다.

#별의별 시장 프로젝트
대구는 2011세계육상경기대회를 앞두고 주요 마라톤코스인 방천시장 일원의 열악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방천시장예술프로젝트인 ‘별의별 별시장사업’을 추진한다. 그 성과를 바탕으로 문화체육관광부의 문전성시사업에 선정되었고 침체된 방천시장의 빈 상가를 활용해 예술창작공간 제공하는 등 시장환경을 개선해 나갔다.

#문전성시프로젝트
 ‘별의별 별시장 프로젝트’에 이어 추진된 ‘방천시장문전성시프로젝트’는 시장상인과 예술가상인이 전통시장의 새로운 형식을 제시하는 문화예술장터다. 이 프로젝트로 가판대 개선은 물론 시장개선 사업, 그리고 이곳을 알리게 된 김광석다시그리기길조성 사업 등이 추진됐으며 ‘김광석다시그리기길’이 전국적인 명성을 얻게 된다.

 대구 중구는 김과석길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벽화작업, 공원조성 등 다양한 관광편의시설을 설치하며 김광석거리가 관광명소로 거듭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었다.

이로인해 2016년 김광석거리에는 무려 1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방문하기 시작했다 이후 땅값과 임대료가 상승하기 시작해 김광석 거리를 만든 방천시장의 예술가와 상인들은 월세를 감당하지 못하고 떠나게 된다. 현재는 지역 특성과 이질적인 상업 활동에 전념하는 가게만 남은 상태로 김광석 거리 조성 전 2010년부터 지금까지 영업하고 있는 업소는 방앗간과 카페 등 4~5곳에 불과한 형국이다. 김광석거리 조성으로 예술가들이 발전시킨 공간이 문화는 사라지고 상업 시설들로만 채워진 거리로 남은 것이다.

↑↑ 전주한옥마을 내 빈 상가.

#33㎡(10평)에 임대료 800만원, 장사꾼들로 채워지는 전주한옥마을

젠트리피케이션의 대표적 현상은 임대료가 폭등하면서 기존 다양한 문화는 사라지고 획일적인 상업시설로 채워지는 현상이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 바로 전주한옥마을이다.

전주한옥마을은1988년 고사동 오거리에서 활동하던 문화예술인들은 한옥마을로 자리를 옮긴 전통찻집을 중심으로 커뮤니티를 형성하며 자리잡기 시작했다.

1999년 전주시는 한옥마을을 활성화하기 위해 2002년 한옥보전지원조례 제정하고 한옥을 매입하게 된다. 당시 시세보다 높은 가격으로 한옥을 매입함으로써 주민 40%이상이 보상비를 받고 떠나게 된다. 그리고 전주시는 한옥마을에 공예공방촌을 건립하고 운영자롤 모집하며 전통공예인들을 한옥마을로 유입시켰다. 한옥의 전통 공간과 전통문화 기반의 예술활동이 전주 한옥마을 활성화로 이어지며 관광객이 급증하게 된다.

↑↑ 전주한옥마을은 한복대여점과 점집 등 천편일륜적인 가게들로 채워지고 있다.

이후 한옥마을에 대한 본격적인 투자가 이뤄지며 변화가 생긴다. 전주시 동문거리 문화예술거리 조성으로 2~3년 사이 임대료가 3배 이상 급등하기 시작한다.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주거지역으로써의 경쟁력은 상실되고 한옥은 투자의 대상으로 자리잡히며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진다. 투자 목적으로 한옥을 매입한 투자자들은 투자 효과를 높이기 위해 주거지를 비주거시설로 변경하는 등 주거 환경은 더욱 악화되고 상업화는 가속된다.


전주 한옥마을에서 7년째 여러 곳의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이영환 씨<인물사진>는 사람이 몰리며 임대료가 천정부지로 올랐다고 말한다.

이영환 씨는 한옥마을에서 3.3㎡ 기준으로 2년 전에는 800~900만원 가까운 월세를 내는 곳이 있었다며 현재는 500~600만원 정도로 월세가 많이 하락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나 처음 한옥마을의 문화를 만들고 지켰던 사람들은 떠나고 높은 월세에도 영업할 수 있는 곳들로 채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 전주시의 투자로 잘 정돈된 한옥마을.

그는 “처음에는 월세가 낮았기에 다양한 상인이 다양한 문화와 상권이 이뤄졌지만 이제는 높은 월세로 인해 진입 장벽이 높아져 다양한 문화와 상권을 기대하기 힘들다”면서 “수익성을 맞추기 위해 꼬지 전문점이 대세를 이루다가 한복점으로, 이제는 카드나 사주팔자를 보는 점집 등 획일적인 가게들로 채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자체에서 지나친 상업 규제로 역효과가 생겨나고 있다. 단순히 규제만 있어서는 안된다. 지자체와 상인, 주민이 함께 한옥마을을 살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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