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지역특화 문화예술교육, 시민들 삶의 질 높인다②경주의 문화예술교육 자원 및 현황

경주의 문화예술교육 지역 특화 프로그램 다각도로 모색

오선아 기자 / 2019년 11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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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주어린이박물관학교(현, 경주문화원)에 몰려드는 학생들 모습(1954~1956).

최근 예술교육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개개인의 생애주기별 수요와 요구에 맞춰 문화예술교육을 즐길 수 있는 여건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 올해는 문화예술교육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지 14년째이며, 그동안 문화예술교육정책은 법, 정책체계, 자원, 수혜자 규모 등의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해왔다. 2014년에는 지역문화진흥법이 제정되면서 지역문화진흥에 관한 정책수요는 한층 더 커지고 있다. 문화예술은 정서적으로 긍정적인 체험을 제공하며 상호소통의 매개가 된다. 문화예술교육은 이러한 문화예술의 가치를 보다 친밀하고 의미 있게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으로 문화예술을 통해 얻은 감동은 삶의 긍정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문화예술교육을 지역별 특색에 따라 자율적으로 추진하는 데 한계가 있었으며, 전 국민을 대상으로 역량 있는 전문 인력이 안정적으로 문화예술교육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는 요구도 계속 제기돼 왔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는 새로운 요구에 발맞춰 전 국민이 지역과 일상에서 문화를 누리는 데 기여하고자 ‘삶과 함께하는 문화예술교육’이라는 비전을 설정하고 ‘문화예술교육의 재도약; 문화예술교육 지속성장과 질적 제고’라는 목표하에 추진 전략과 과제를 제시했다. 하지만 정책 수행에 있어 정작 지역의 문화예술을 이끄는 핵심인 지역문화예술인들에게 참여기회가 제대로 주어지지 않는 것이 현 실정이다.

전통과 현대의 천년문화예술이 어우러져 있는 경주는 타 지역에 비해 교육환경 조건이 유리하다. 경주지역만의 특화 문화예술교육은 시민의 문화예술 향유와 창의력을 함양시키는 것은 물론 지역 문화예술인들도 사회기여를 통해 다양한 기회와 보람이 주어질 수 있다. 나아가 관광상품화를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가능하다. 때문에 본지는 문화예술교육이 시민은 물론 지역 문화예술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사회발전의 척도로서 핵심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시사점을 모색하며 경주의 문화예술교육의 자원 및 현황, 활용방안 등을 보도한다. <편집자 주>



#지역의 문화예술교육자원

경주의 자연과 환경, 역사와 문화는 지역의 특수성을 형성한다. 이는 경주시민들에게 정체성을 이루는 자원이 된다. 다시 말해 문화예술교육에서 지역문화자원을 활용하는 것은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의 소재적 역할을 하는 동시에 학습자들에게 지역의 소속감과 정체성을 높이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지역에서 문화예술교육을 수행하는 데 있어 활용 가능한 자원을 콘텐츠로 분류하면 ‘예술문화자원’, ‘역사문화자원’, ‘생활문화자원’, ‘자연문화자원’, ‘융합자원’ 등 크게 다섯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예술문화자원(ex 음악, 국악, 공예, 소설, 영화, 무비컬 등)
예술문화자원은 문화예술교육에 활용 가능한 예술 장르별 다양한 유·무형의 자원이다. 이를 세분화하면 공연예술, 시각예술, 문학예술, 영상예술, 통합예술자원으로 분류할 수 있다.

-역사문화자원(ex 국보, 보물, 사적, 국가무형문화재, 민속문화재, 박물관, 지역 문화원 등)
역사문화자원은 지역의 문화적 소산으로서 문화재 외에도 문화재로서 잠재적인 가치를 지니는 자원이다. 보존 차원에서 물리적으로 특정한 장소에 존재하는 ‘문화재’와 역사유물 및 관련 물품을 보전하는 활동 주체로 대표적인 ‘박물관’, 전통문화 행사 및 관련 시설을 의미하는 ‘전통문화자원’으로 분류할 수 있다.

-생활문화자원(ex 패션, 요리, 숙박 체험, 지역특산물 축제 등)
생활문화자원은 지역의 공간적 특성과 정체성을 나타내는 다양한 지역적 공간을 비롯해 시민들이 생활 속에서 문화를 영유할 수 있게 하는 기초적인 자원을 말한다. 옷이나 장신구, 옷의 꾸밈새 따위의 의(衣)문화와 음식과 관련된 식(食)문화, 일정한 곳에 머물러 사는 것과 관련해 이뤄진 주(住)문화, 그 외의 생활문화자원을 포함한다.

-자연문화자원(ex 농업체험마을, 해수욕장, 생태자연축제 등)
자연문화자원은 문화예술교육자원으로써 활용 가능한 자연생태계 자체의 자연환경과 인공적으로 재가공 된 자연환경 및 활동의 자연 관광자원이다. 세분화하면 농축산 자원, 수자원, 산림자원, 그 외의 자연문화자원으로 분류된다.

-융합자원(ex e-book. 디지털 게임, 빅데이터, 실감 영상, 홀로그램 등)
융합자원은 예술문화와 관련된 자원과 첨단기술이 결합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주도하는 자원이다. 디지털콘텐츠와 디지털콘텐츠의 창작, 기획, 제작, 유통에 활용되거나 관련 서비스에 사용되는 기술자원이 여기에 해당한다.

#경주의 문화예술교육 현황 및 지역성을 프로그램으로 활용한 문화예술교육
현재 경주시에서 진행되고 있는 문화예술교육은 다양하다. 학교에서 운영하는 방과 후 수업 프로그램을 비롯해 청소년수련관, 지역아동센터, 평생학습 교육기관, 각 동 주민자치센터는 물론 경주예술의전당, 경주향교, 유림회관, 문예대학, 솔거미술관, 국립경주박물관, 경주시립도서관, 경주문화원, 대학교 평생교육원, 종교단체, 기타 사설 기관 등에서 무료 혹은 저렴한 비용으로 앞에서 살펴본 다섯 가지 분류의 콘텐츠 자원을 활용한 다양한 문화예술교육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예술교육은 ‘예술을 위한 교육’과 ‘교육을 위한 예술’로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전자의 경우, 예술가 양성을 위한 제반 교육과정과 수단을 의미하며 후자의 경우는 인간의 조화로운 발달에 목적을 두고 그 실현 방법을 예술에서 찾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의미에서 문화예술교육은 후자가 주된 기능이다. 즉 학교 중심의 예술교육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문화예술교육 활성화를 통해 국민의 문화적 삶의 질 향상과 국가의 문화 역량 향상에 기여하기 위한 교육을 위한 도구가 예술인 셈인 것이다.

문화예술교육에서 지역문화자원을 활용하는 일은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의 소재적 역할을 하는 동시에 학습자에게는 지역의 소속감과 정체성을 높이는 역할을 하게 된다.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에서 ‘지역성을 중심으로 지역의 역사와 문화, 환경 등을 소재로 활용한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경주어린이박물관학교’

박물관 교육은 이용객과 전시를 연결하는 소통을 통해 전시와 전시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전시의 이해와 해석, 더불어 문화적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교육 활동이다. 오늘날 박물관 교육은 박물관의 기본적이고 궁극적 기능인 수장품의 수집, 연구, 보존, 전시와 함께 박물관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어 대다수의 박물관에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박물관 교육을 경주에서는 이미 1954년부터 진행하고 있었다.

경주어린이박물관학교는 어린이들에게 문화재에 대한 지식을 전달하고 애호심을 함양하기 위해 마련된 지역의 대표적인 문화예술교육기관으로 고청 윤경렬 선생과 국립박물관 진홍섭 경주분관장 등이 주축이 돼 1954년 10월 10일 경주박물관학교라는 명칭으로 설립됐다.

이후 1962년 경주 어린이 향토학교, 박물관학교 등의 이름으로 현재에 이르고 있다. 한때는 경주여중, 경주읍사무소, 시립도서관 등으로 옮겨 다니며 강의를 진행하다가 1975년 인왕동 국립경주박물관이 신축되면서 박물관 내 부설 교육기관으로 자리 잡았다. 2005년에는 명칭을 경주어린이박물관학교로 변경하고 경주 인근 초등학교 4~6학년을 대상으로 매년 3월부터 12월에 걸쳐 운영하고 있으며 교육내용은 역사와 문화, 박물관 소장품 등에 대한 학습과 답사, 각종 체험 등으로 구성돼 운영하고 있다.

-‘가야금 병창 교육’
경상북도 무형문화재 제18호 가야금병창보존회에서 진행하는 ‘가야금 병창 교육’은 우리나라 고유의 음악이자 소중한 문화유산인 국악을 널리 알리고 보급, 전승하기 위해 마련됐다. 국악을 전공하고자 하는 미래의 꿈나무를 발굴하고 국악 인재를 양성할 기회는 물론, 지역의 우수한 무형문화재인 가야금병창 종목을 시민이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도록 하고자 지난 2016년부터 운영되고 있다. 전승 지원사업의 지속성과 연계성을 위해 올해는 학생반을 기초반과 숙련반으로 나눠 체계적으로 진행해 가고 있으며, 이들은 연말 가야금병창 발표회 ‘12줄 천년을 노래하다’ 식전 오프닝 공연에서 그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발휘하게 된다.


-‘경주읍성, 달빛으로 빛나다’

한국수력원자력(주)이 주최하고 경주문화원이 주관, 경주시가 후원한 ‘경주읍성, 달빛으로 빛나다’가 지난 9월 21일부터 10월 16일까지 5차례에 걸쳐 시범 운영하면서 지역민과 관광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야간 투어,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인 ‘경주읍성, 달빛으로 빛나다’는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경주시민과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지역에 대한 인식 제고와 자긍심을 고취시키는데 목적을 가지고 있다. 참가자들은 경주문화원을 시작으로 동경관(객사), 경주읍성(동문), 영화 ‘미나문방구’촬영지, 집경전터, 집경전구기비, 하마비 등 문화해설가의 설명과 함께 지역의 문화유적을 둘러보는 시간을 가지며, 지역에 대한 이해와 문화유적 탐방에 대한 교육적인 효과를 낳았다.

-‘빛의 궁궐, 월성’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경주 월성의 발굴조사 현장이 국민들에게 더욱 친숙한 공간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지난 2016년부터 해마다 10월이면 ‘빛의 궁성, 월성’이라는 주제로 경주 월성(사적 제16호) 발굴조사 현장을 주야간에 걸쳐 개방하고 있다. ‘빛의 궁성, 월성’은 신라 궁궐터로 알려진 경주 월성에서 발굴된 유물에 대한 해설을 들으며 가을 달빛의 정취를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지난달에는 발굴전문가들의 발굴 현장과 가까운 거리에 토기, 기와, 구슬 등의 복제유물을 찾을 수 있는 체험a공간을 만들어 참가자들이 실제로 고고학적 발굴조사를 하는 느낌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또 문화재연구소장과 함께하는 달빛 답사, 월성에서 출토된 유물복제품 전시, 전문해설 등을 통해 신라유물의 가치를 되새기고, 복제유물들을 직접 손으로 만져보는 등 월성의 가을밤 정취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기획으로 학습자들의 높은 흥미와 참여도를 끌어낼 수 있었던 프로그램이다. 이 밖에도 경주 지역아동센터를 대상으로 ‘찾아가는 월성이랑’을 정규프로그램으로 확대 시행하고 있어 문화예술교육의 사각지대를 해소, 사적지이자 지역문화재인 월성의 조사 성과와 현황을 지역사회와 공유하고 소통해 나가고 있다.


-‘경주씨앗오케스트라’

경주 씨앗청소년 오케스트라는 경주지역의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90여명의 단원으로 구성된 아마추어 오케스트라로 2017년 한국수력원자력의 후원으로 창단했다. 일반 가정 자녀와 다문화 가정, 저소득층 자녀로 구성된 경주씨앗오케스트라는 주 1회 정기레슨으로 실력을 쌓아가고 있다. 이들은 해마다 정기연주회는 물론 및 봉사연주회, 재능기부공연 등 지역에서 다양한 연주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은빛 발레리나’

경주문화재단의 ‘은빛 발레리나’는 60세 이상의 여성 실버세대를 대상으로 한 실버특화 문화예술프로그램이다.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반복 동작과 간단한 변형 동작으로 성취감을 주어 실버세대들이 즐겁고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마련된 이 프로그램은 발레의 기본동작을 통해 자세교정에 도움을 주고, 우아함과 즐거운 움직임으로 삶의 활력소를 찾아가는 프로그램이다. 이를 통해 실버세대들의 건강 및 신체활동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며, 활동적인 움직임으로 자신감 및 자존감 상승에도 큰 효과를 준다.

이 밖에도 지역 미술관에서 진행하는 ‘전시연계프로그램’, ‘올챙이 개구리를 꿈꾸다’등을 비롯해 경주에서 시행하고 있는 문화예술교육은 다양한 학습자를 대상으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또 각 기관에서는 지역특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활용하기 위해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으며, 다른 기관과 연계해 재능기부 등 새로운 측면에서 지역 문화자원을 활용하고 있다. 문화예술교육을 향유한 학습자들은 문화예술 활동을 수행하는 주체로 재구성돼 주도적인 역할로 지역의 문화예술교육 기반을 탄탄하게 다지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에서 활발하게 운영되는 대부분의 문화예술교육은 경북도, 경주시, 문체부, 문화재청 등의 지원 사업으로 진행된다. 그렇기 때문에 시민들은 무료, 혹은 저렴한 비용으로 문화예술교육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예술을 업으로 하는 이들에게는 그리 반갑지만은 않다.

지역의 예술가 박철원(50) 씨는 “많은 이들이 문화예술을 쉽게 경험하고 함께 향유하다보니 전문 예술인과 아마추어 예술인의 경계가 조금씩 모호해 지고 있다. 지원을 받기 위한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도 늘어남에 따라 상대적으로 박탈감과 반감이 작용한다. 결국 시민들은 문화예술교육으로 삶을 변화시킬 수 있을지 몰라도 유명 예술인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 예술인들은 여전히 생활고로 힘들다. 지역예술인들도 함께 상생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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