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년 변함없는 엄마의 손맛, 항아식당

매콤한 맛의 닭불고기, 오로지 손맛으로 만드는 음식들, 닭불고기 하나로 4남매 키워

엄태권 기자 / 2019년 11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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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불고기 팔아서 4남매 다 키웠어”

경주시 건천읍에서 산내면으로 넘어가기 위해 지나야하는 지하도. 철길이 지나는 그 지하도 위에 30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항아식당’이 위치해 있다. 건천에 사는 사람은 소위 ‘모르는 사람’이 없다는 이곳은 김배자(72) 씨가 아들 임시완 씨(41) 내외의 도움을 받으며 운영하고 있다.

항아식당의 가장 큰 장점 바로 진정한 손맛! 특별한 조리법도 없다.  계량컵, 계량스푼, 당연히 없다. 오로지 김 씨의 감으로 음식들이 척척 만들어지는데 그 맛이 변함없이 똑같은 것이 신기할 따름.

매콤한 닭불고기, 대구탕이 주 메뉴로 그 주변에 배치되는 밑반찬들도 모두 김 씨의 손을 거치기에 어머니의 손맛을 느낄 수 있다.

↑↑ 항아식당을 운영하는 김배자·박시완 모자.

-어린 나이에 시작하게 된 식당

사실 김배자 씨의 고향은 서울로 우연히 경주에 놀러왔다 자리를 잡게 됐다고.
이후 일찍 남편과 사별한 김 씨는 4남매를 키우기 위해 처음 건천읍 조전리에 자리를 잡고 당시 간판도 없는 식당을 운영하게 됐다.

“간판이 어딨어. 그냥 음식하고 식탁 몇 개 준비해 놓고 식사를 드리고 했지. 그게 벌써 40년이 됐어. 항아식당도 단골들이 둘째 딸 이름을 따서 ‘항아네 가자. 항아집 가자’라고 해서 지은거야 ”

40여년이 지났지만 서울 억양이 남아있는 김배자 씨는 힘들었던 당시를 설명했다.

“애기들 업고 음식 만들고 상 치우고 다 했어. 먹고 살기 위해서 하는데 힘들다는 생각할 틈이 없었지”
그렇게 4남매 다 키우고 대학까지 보내게 된 김 씨는 이제 쉴 법도 하지만 평생을 해온 식당 일을 손에 놓지 않고 있다.

“몸이 성한 데가 없지만 언제까지가 될지 몰라도 계속 하려고”

↑↑ 항아식당은 30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진짜 매운 맛을 보여주마! ‘닭불고기’

김배자 씨의 닭불고기는 말 그대로 집 반찬이다. 일체의 인공 조미료를 쓰지 않고 오로지 간장과 고춧가루, 그리고 김 씨가 직접 표고버섯, 멸치가루 등으로 만든 천연 조미료로 불고기 양념을 만든다. 지금의 항아 식당을 있게 한 대표 메뉴이다. 집에서 직접 김배자 씨가 담근 김치와 각종 채소를 닭고기와 불고기 양념을 넣고 함께 볶는다. 완성된 닭불고기를 보고 크게 맵지 않을 거란 생각을 한다면 큰 오산. 하루의 스트레스를 다 날려보낼 만큼 진짜 매운 맛을 알게 될 것이다.

-개운함으로 입가심 ‘대구탕’
과거 김배자 씨는 족발, 곱창 전골도 만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는 그 맛을 볼 수 없다는 것이 아쉬울 따름. 대신에 닭불고기의 매운 맛을 개운한 대구탕으로 씻어 낼 수 있다. 언제나 최상의 재료만을 고집하는 김 씨 덕분에 시원하고 개운한 대구탕을 이곳 항아식당에서는 먹을 수 있다.

↑↑ ‘국가유공자의 집’이기도 한 항아식당.

-엄마의 손 맛을 느낄 수 있는 밑반찬들

항아식당에서는 어머니의 손맛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밑반찬들을 맛볼 수 있다. 아들의 아침을 책임졌던 가자미조림, 직접 담근 배추김치와 무김치, 얼큰하게 약주 한 잔 하신 손님들을 위한 달걀프라이 등 그 날 그 날 다른, 그리고 원하는 반찬을 손수 만들어 제공한다.

매콤한 닭불고기, 개운한 대구탕 등 엄마의 손맛이 그리울 땐 건천의 ‘항아식당’을 찾아 옛 추억의 맛을 느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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