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슈즈 속에 숨은 아픔
경주신문 기자 / 2019년 11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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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우 예술상생 대표 |
토슈즈를 잠깐 살펴보자. 토슈즈는 발가락을 덮는 부분이 딱딱하다. 여러 겹의 종이를 아교로 고정시켰기 때문이다. 발끝부분은 지름 3cm의 원형으로 평평하다. 평평하다고 해서 까치발이 쉬운 건 아니다. 이곳에 무용수의 체중이 온전히 실리기 때문이다. 중력의 압박으로 발톱이 빠지고 발가락이 뭉개지는 아픔이 따른다. 하지만 그 대가로 무용수들은 환상적인 하체 기술을 구사할 수 있게 되었다.
발레리나 강수진의 발가락 사진이 큰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녀의 아름다운 외모에 어울리지 않는, 지극히 못생긴 발가락은 충격이었다. 발끝으로 서고, 돌고, 뛰는 동작이 수십 년간 반복되면서 그녀의 발은 흉측한 몰골로 변해간 것이다. 이런 발가락도 토슈즈 안에만 있으면 사람들은 잘 모른다. 우아한 줄만 알았던 발레가 뼈가 으스러지는 고통을 수반하는 예술이란 사실을 대중들이 비로소 알게 된 것이다.
영화 블랙스완(Black Swan/2010)을 보면, 주인공인 나탈리 포트만이 토슈즈를 직접 손질하는 장면이 나온다. 무용수들은 토슈즈를 자신의 일부로 생각하기에 스타 무용수라도 토슈즈만은 직접 챙긴다고 한다. 포트만은 영화에서 발레를 제법 잘 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어릴 적에 발레를 한 경험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대역 덕분이다. 포트만이 춤을 추는 장면을 잘 보면, 상반신만 촬영했음을 알 수 있다. 하체 기술이 보이는 전신 촬영은 얼굴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대역을 쓴다. 이런 촬영 및 편집기술은 작품의 완성도를 높인다. 포트만은 너무나 완벽한 발레리나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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