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경주 도시재생과 젠트리피케이션-3.아시아 젠트리피케이션 사례(베트남 하노이)

젠트리피케이션, 어디서나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이필혁 기자 / 2019년 11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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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재생으로 프렌차이즈 업체들이 들어서면서 기존의 주민은 주변으로 밀려났다. 사진은 베트남 유명 프렌차이즈 콩 카페.

경주시는 지난해 국토교통부 주관 ‘2018년도 도시재생 뉴딜사업’ 공모에 선정돼 도시재생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향후 5년간 국비 150억 원을 포함, 총 250억원의 사업비를 확보한 경주시는 원도심 지역 도시재생에 첫발을 내딛는 한편 올해는 새로운 도시재생 사업 신청을 통해 사업비를 확보해 도시재생 사업을 이어갈 방침이다. 하지만 도시재생이 선정되자 재생사업이 시행되는 원도심 일대에 벌써부터 집 값 상승이 이어지고 있으며 임대료 상승도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또다른 ‘황리단길’의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반복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번 도시재생과 젠트리피케이션 취재를 통해 경주의 도시재생과 젠트리피케이션의 현황을 살펴보고 다른 지역의 젠트리피케이션 사례와 극복방안 등을 보도할 계획이다. <편집자 주>


런던과 뉴욕 등 서양 도시에서 시작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은 이제 아시아 지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많은 아시아 도시의 도심과 주변지에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겪고 있지만 이러한 현상은 서양의 젠트리피케이션과 조금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겪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 가운데 베트남과 일본, 대만의 사례를 통해 젠트리피케이션의 흐름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은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보았다.


#신흥 개발의 중심 베트남 하노이

2000년대 이후 베트남 하노이는 글로벌 경제와 문화가 통합되면서 거대한 도시변화를 겪고 있다. 쇼핑몰을 비롯해 비즈니스 센터, 고층 주거지 등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고 시내 도로가 도시 외곽으로 확대·확장 되면서 신도시 지역들로 연결되었다.

하노이 도심, 특히 성당지역은 도시재생이 가장 먼저 시작된 지역 중 하나다. 이 지역 도시재생과 젠트리피케이션이 시작된 것은 밀집한 인구로 인한 공간 부족의 영향이 크게 작용한다.

하노이에서 인구 밀도가 가장 높은 지역인 성당지역 안은 호안끼엠 구는 높은 인구밀도로 가옥들을 확장하고 변형된 형태를 띠고 있다. 건물과 건물 사이에는 토착가옥들이 채워지는 등 도시에는 빈공간이 거의 남지 않은 상황이다.

하노이 도심은 주택을 개량한 형태의 상권이 주를 이루고 있다. 카페나 아트갤러리, 음악공간, 부티크 등의 장소가 새롭게 문을 열며 이곳만의 새로운 공간이 형성되고 있다.

특히 하노이의 성당지역은 새로운 공간 형성으로 젠트리피케이션이 진행되고 있는 곳이다. 하지만 이곳의 젠트리피케이션은 서양의 급속한 상업화와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서양의 경우 대규모의 빈민 주택이 중산층 주택, 상업 시설로 변경되는 현상을 보이지만 베트남의 경우는 이와 다르다.

이곳은 2008년부터 급격한 변화가 이뤄졌다. 이는 2008년 가톨릭교회가 베트남 정부로부터 토지에 대한 권리를 찾으며 성당 앞 공간들이 살아나기 시작한다. 이 지역 업체들은 대부분 2008년 이후 개업했으며 거리의 60~80% 정도의 소유주가 변경되는 등의 변화를 겪는다.

소유주가 변경되고 새로운 가게들이 증가하면서 자연스럽게 이곳을 찾는 인구 증가했다. 이로인해 점포들의 월세 증가로 이어지며 기존 상인들은 떠나고 새로운 상인들의 유입이 반복된다.

인근에서 그림을 판매점을 운영하고 있는 응웬기엔 끄엉 씨<인물사진>는 최근 1년 사이 월세가 크게 상승했다고 말한다. 그는 “이 주변 월세가 최근 1년 동안 크게 올라 3~4배 가까이 오른 곳도 있다. 불과 1~2년 전만해도 (한화)평균 100만원 선이었다”면서 “주변 가게 대부분이 새롭게 문을 연 곳으로 기존 가게들이 월세를 감당하지 못하고 떠나는 형편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국인 관광객과 기업 관계자들이 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으면서 이에 부응해 가게들도 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업체는 어쩔수 없이 떠난다. 이곳은 기존 상인은 떠나고 새로운 상인 유입으로 큰 변화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성당지역 중심가를 벗어나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예전 집으로 쓰이던 공간을 상점으로 개조한 선물가게도 비교적 높은 월세를 감당해야 한다고 말한다.

선물가게를 운영 중인 응웬티민리 씨<인물사진>는 “이곳에서 집을 임대하려면 집 주인의 동의와 허락을 받기 어렵고 월세가 밀리면 바로 나가야 하는 상황이기에 가게마다 경쟁이 치열하다”면서 “이곳은 비교적 한적한 곳이라 월세가 높지 않은 편이지만 최근 주변 가게의 임대료 상승으로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이러한 급격한 변화에도 하노이 지자체와 주민들은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다. 하노이가 정부의 정책으로 인한 젠트리피케이션이었다면 이와 반대로 지역민의 문화주도로 인한 젠트리피케이션이 일본 무코지마에서 엿볼수 있다.

↑↑ 성 요제프 성당지역은 2008년 정부로부터 토지 권리를 활기를 띄기 시작한다.

#무코지마 마을만들기 운동

무코지마는 공업지역으로 고도성장을 이룬 도시였으나 탈공업화로 인해 지역사회는 사퇴의 길로 접어든 곳이었다. 1980년대 이후 장기 침체로 지역경제와 커뮤니티는 붕괴를 맞기도 했다. 전국 최고 인구밀도를 자랑하던 지역은 젊은층의 유출이 이어지며 전체 인구의 30%가 60세 이상 고령자인 쇠퇴하는 도시가 된다.

하지만 90년대 도쿄 스카이트리라는 거대한 상업시설이 건설되며 변화가 일어났다. 오래된 공장들이 멈춰진 오래된 도시가 새로운 관광지로 급부상한 것. 그리고 이시기에 무코지마 마을만들기 운동의 하나로 학생과 젊은 예술가들이 방치된 공장과 상가, 주택 등을 활용해 카페나 갤러리, 공방 등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예술가와 젊은층, 자영업자 등 무코지마에 모인 이들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기업의 후원을 통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만들고 수행해 나가기 시작했다. 다양한 문화 프로젝트가 활성화되면서 자연스레 관광객이 더욱 증가하면서 상업화는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사람이 몰리면서 기존 주민과 새로운 상인, 예술가들 사이에 문제 발생으로 주민들이 떠나는 환경이 만들어 지게 된다.

전문가들은 “지역을 활성화하기 위한 문화예술 프로젝트가 반대로 지역민이 떠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을 유발한 사례”라면서 “젠트리피케이션은 정부 주도, 정책의 변화, 주민의 문화활동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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