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동리목월문학상 ‘최학·오탁번’ 선정

소설가 최 학-소설집 ‘고변’, 시인 오탁번-시집 ‘알요강’
시상식은 다음달 6일 더케이경주호텔 거문고홀

오선아 기자 / 2019년 11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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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문학의 큰 나무인 소설가 김동리, 시인 박목월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2019 동리목월문학상’에 소설가 최 학 씨와 시인 오탁번 씨가 각각 선정됐다. 동리목월문학상운영위원회가 주최하고 동리목월기념사업회(회장 김봉환)가 주관하며, 경상북도, 경주시, 한국수력원자력, 동아일보가 후원하는 동리목월문학상이 올해로 ‘동리문학상(소설부문)’이 22회, ‘목월문학상(시 부문)’이 12회를 맞았다.

공정하고 엄정한 심사 과정을 거쳐 동리문학상에는 소설가 최 학 씨가 소설집 ‘고변’으로, 목월문학상에는 시인 오탁번 씨가 시집 ‘알요강’으로 각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동리목월문학상은 한국 문단의 양대 산맥을 이룬 김동리, 박목월 선생의 뜻을 기리고 유능한 문학인재를 발굴 육성하며 전국 최고의 문학상의 위상을 자랑하고 있다.

특히 문학도시 경주위상 제고를 위해 한국수력원자력(주)이 지역사회의 문화적 자긍심 고취와 기업활동에 공감해 시상금 1억2000만원(시, 소설 각 6000만원)을 지원해 더욱 권위 있는 문학상으로 평가되고 있다. 2019 동리목월문학상은 문단에 등단한 지 10년이 넘은 소설가와 시인을 대상으로 최근 2년간 발표한 장편소설 또는 소설집, 시집을 심사 대상으로 선정했다.

이번 수상 결정에 있어 동리문학상 심사위원에는 김봉군 평론가를 비롯해 김지연, 이동하 소설가가 심사를 맡았으며, 목월문학상 심사위원으로는 김명인, 최동호, 윤석산 시인이 심사했다. 한편 올해 동리목월 시상식은 12월 6일 오후 6시 더케이경주호텔 거문고홀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동리문학상 수상자 최 학의 소설집 ‘고변’
 소설집 ‘고변’은 임진왜란 직전인 선조 22년(1589)에 일어난 정여립의 모반사건과 붕당 싸움의 실상을 객관적 시선으로 추적, 제시한 역사소설이다. 이 작품에는 이율곡, 성혼, 이티계, 정철, 유성룡, 조헌, 정인호, 허균, 허난설헌 등 현저한 역사적 인물들의 이름이 명멸한다.


심사위원은 최 학<인물사진>의 소설집 ‘고변’에 대해 “정여립의 모반을 조작한 것으로 의심받는 송익필의 행적은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면서 “신국판 814페이지의 방대한 분량으로 된 이 작품은 ‘발로 쓴 땀의 기록’이다. 작품의 서두에 주요 인물 69명의 약전을 55페이지에 걸쳐 소개한 것은 경이로우며, 실증에 충실한 작품임을 방증한다”고 평했다.


이어 “최학은 역사가 현재의 거울임을 아는 작가다. 역사적 사실에 철저히 기대려한 그가 팩션과 픽션의 경계에서 심히 부대낀 흔적은 작품 도처에서 찾을 수 있으며, 그는 팩션 지향적 잠재의식에 치밀한 플롯 구성으로 대응했다”고 설명했다. 또 “작품은 읽혀야 한다. 의미와 함께 재미도 있어야 한다. 그것이 독자들의 문학 현상론적 요청이다”면서 “방대한 분량에도 불구하고 ‘고변’은 잘 읽힌다. 장편소설계의 낭보”라면서 당선을 확정 지었다.

소설가 최 학은 “저의 문학은 처음부터 오늘까지 역사라는 과거의 시간과 함께했다. 현재가 아슴푸레하고 황당할수록 오히려 과거가 더욱 명료해지는 경험도 자주 갖는다. 소설 ‘고변’과 함께한 시간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이어 “400년 전 인사들과 같이 먼 길을 걷고, 그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며 또는 어울려 박주 잔을 나누는 시간이야말로 다시금 내 설렘과 감개를 되찾는 복된 때임을 잊지 않는다. 나의 남은 시간도 과거와의 여전한 동반이면 족하다”면서 “등단 후 여러 해 동안 낙백의 신세를 면치 못하던 때, 졸작 ‘서북풍’을 당선작으로 뽑아 어깨를 떠밀어 주신 분이 김동리 선생이었다는 소설가 최 학은 꼭 마흔 해가 지나 그분의 이름이 걸린 상을 받는 것에 대해 감회가 크다. 의기소침 말라는 또 한 번의 야단이라고 여기며 걸어 볼 요량”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목월문학상 수상자 오탁번의 시집 ‘알요강’
시집 ‘알요강’은 그간 오 시인<인물사진>이 지속해서 추구해 오던 시적세계를 잘 유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의 세계에서 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듯한 느낌을 주는 시편들로 이루어진 시집이다.

심사위원은 오탁번의 시집 ‘알요강’에 대해 “시인이라는 예술가가 자신만의 독자성과 독특함을 지닌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것이다. 해학적이고 풍자적으로 삶을 바라봄으로 진지함과 심각함이 지닌 틈을 비집고 헤쳐 나아갈 때 우리들의 삶의 진면목이 또 다른 측면에서 보인다는 사실을 시로써 잘 보여 주고 있다”면서 “특히 그의 시에서는 삶과 세상을 보는 눈이 매우 특이함을 발견할 수 있다. 일종의 시의 어조이며, 많은 시가 보다 진지하고 심각하게 삶과 세상을 바라다본다면, 오 시인의 경우 이 심각함과 진지함을 일찍이 버려 버리고 다소 해학적으로 또는 풍자적으로 삶과 세상을 바라보고 조망함을 발견할 수 있다”라면서 심사위원 전원이 의견을 일치시켰다.

시인 오탁번은 “저는 시를 아주 힘들게 쓰는 것 같다. 아는 말도 사전을 몇 번이나 되찾아보고 무심하게 지나쳤던 자연의 작은 소리에도 귀 기울였다. 또 어린아이가 말을 배우기 전 아직 발화되지 않은 언어는 어떤 모습일까 늘 궁금해하며 어린아이의 천진한 몸짓을 배우려고 애를 쓰기도 했다”면서 “외롭고 어두운 길을 혼자 걸으면서 좋은 시의 참모습과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찾아온 지 반세기가 지났다. 나의 시창작의 길에 환한 등불이 비로소 켜진 듯해 더없이 기쁘고 감사하다. 목월 선생의 명예로운 이름을 지닌 문학상을 받는다는 것은 내 생애의 크나큰 축복이자 엄한 교훈으로 삼고 앞으로도 열심히 정진해 나가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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