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경주 도시재생과 젠트리피케이션-5.경주 젠트리피케이션 현상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

도시재생 주민이 중심돼야 내몰림 줄인다

이필혁 기자 / 2019년 12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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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주시 국토부 도시재생 뉴딜사업 선정(사업대상지 황오동 전경.

경주시는 지난해 국토교통부 주관 ‘2018년도 도시재생 뉴딜사업’ 공모에 선정돼 도시재생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향후 5년간 국비 150억 원을 포함, 총 250억원의 사업비를 확보한 경주시는 원도심 지역 도시재생에 첫발을 내딛는 한편 올해는 새로운 도시재생 사업 신청을 통해 사업비를 확보해 도시재생 사업을 이어갈 방침이다. 하지만 도시재생이 선정되자 재생사업이 시행되는 원도심 일대에 벌써부터 집 값 상승이 이어지고 있으며 임대료 상승도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또다른 ‘황리단길’의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반복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번 도시재생과 젠트리피케이션 취재를 통해 경주의 도시재생과 젠트리피케이션의 현황을 살펴보고 다른 지역의 젠트리피케이션 사례와 극복방안 등을 보도한다. 앞선 연재에서 살펴보듯 도시재생은 주민에 의한 자연스러운 성장과 지자체에 의한 의도적인 성장으로 인해 발전했다. 경주도 이러한 두 가지 도시재생 현상이 펼쳐지고 있다. 바로 젊은이들과 상인들이 몰리며 형성된 황리단길과 정부 정책으로 도시재생이 이뤄지고 있는 황오동 지역이다. <편집자 주>


↑↑ 황리단길이 확장되며 골목 안쪽까지 상가들이 들어서고 있다.

#젊은이들이 만들어낸 상권 그리고 젠트리피케이션

황리단길은 사정동과 황남동에 위치한 좁은 도로를 명칭하는 것으로 낡은 건물에 식당과 커피점, 사진관, 술집, 게스트하우스 등이 생겨나면서 유명해진 곳이다. 젊은이들의 유동인구가 증가하면서 황리단길은 좁은 도로에서 확장돼 이제는 골목 안쪽 길까지 뻗어나가고 있다.

황리단길이 형성된 황남동 일대는 경주 시내권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 중 하나였다. 그러던 곳이 최근 3년사이 급격히 성장해 전국에서 유명한 곳으로 변한 것은 젊은이들의 유입이 큰 힘이됐다.

황남동 일대 낮은 임대료에 매력을 느낀 젊은이들이 하나둘 모여 가게들이 들어서기 시작해 현재의 황리단길이 형성된 것이다. 젊은이들은 자신만의 개성을 가진 다양한 가게나 상점을 오픈하며 기존 황남동의 철물점과 다방, 양장점, 함석집, 조경집 등과 혼재하며 이색적인 거리로 변모하게 된다.

전국의 ‘000길’이 뜨면서 곳곳에서 상업화로 인한 부작용이 발생했다. 황리단길도 예외는 아니다. 황리단길의 성장은 급격한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져 최고 10배 가까운 임대료 상승으로 나타났다. 임대료가 상승하자 기존 상인의 내몰림 현상과 높은 진입장벽으로 더이상 특색있는 가게가 들어서기 힘든 구조가 되어버린 것이다.

최근 황리단길 주민과 상인들이 급격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자구책을 논의하고 있다. 고도지구주민자치위원회를 중심으로 주민에 의한 마을 활성화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고도지구주민자치위원회 김성일<인물사진> 사무국장은 단순히 주민공동체나 협의체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주민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임대료 상승하면 결국 이곳을 떠나야하는 상황에 내몰리게 됩니다. 젊은이들이 떠나면 자연스레 황리단길의 특색이 사리질 수 있습니다. 상가를 가진 주민과 이곳에서 장사하는 상인들이 함께 살아가고 활성화될 수 있도록 의식을 바꾸는 것이 중요합니다. 의식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단순히 교육으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주민에게 희망을 줄수 있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컨텐츠를 만드는 것이 제일 중요하죠”라고 강조했다.

그는 황리단길만의 컨텐츠를 발굴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그중 하나가 황남동에 살아온 주민들의 이야기를 책자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을 이해시키고 교육과 컨텐츠를 만들며 주민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나갈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황리단길은 지방자치단체의 도움없이 순전히 상인들의 자발적인 노력의 결과물입니다. 주민과 상인이 함께 어울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 황오동 도시재생사업은 다양한 교육사업으로 주민이 중심이 되는 도시재생을 만들어 가고 있다.

#지자체가 주도하는 황오동 도시재생

경주시는 황오동 일대 침체된 원도심을 활성화하기 위해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민관합동으로 쇠퇴하는 지방도시와 대도시의 옛 도심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핵심으로 경주시는 이번 사업을 통해 5년간 총사업비 250억을 투입할 예정이다.

사업대상지는 황오동 일원으로 1990년대까지만해도 교통의 중심지이자 시민경제의 중심지였지만 2000년대 이후 인구감소와 도심내 상권침체 등이 가속되면서 도심이 슬럼화되기 시작했다. 그로인해 인구가 60% 이상 감소하고 외국인 거주 등으로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또한 노후된 건출물이 80% 이상 차지해 도시재개발에 어려움이 큰 곳이다.

경주시는 원도심 활성화를 통한 경주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펼칠 예정이다. 역사문화자원을 활용한 청년창업거점 조성, 글로벌커뮤니티센터를 통한 국제도시 위상 정립, 주민 중심의 문화장터 조성, 국제경쟁력 확보를 위한 글로벌 어울림마당 조성 등 시와 주민이 함께 지역 활성화를 위한 초석을 만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250억의 예산이 투입되고 시가 앞장서서 활성화 방안을 내세우고 있지만 사업은 좀처럼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시가 주도가 돼 진행된 사업의 특성상 사업 초기 주민과의 소통 부족과 관심 부족이 사업 진행을 더디게 만든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재생센터 한동훈<인물사진> 센터장은 주민과의 소통 부족으로 사업에 차질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 집행되야 하는 예산을 쓰지 못하고 있는 상황으로 현재는 주민 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업 초기 지역민과의 대화를 통해 지역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만들어내야 하는데 그것이 부족했다. 주민이 생각하는 도시재생과 시가 생각하는 도시재생에는 차이가 존재한다. 그 차이를 줄여나가고 지속있게 이어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황오동 도시재생은 지역민만의 힘으로 활성화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외부 유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황오동 살리기 위해서는 거주민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외부에서 젊은층이 유입돼 공간 활성화의 초석을 다져야 한다. 하지만 청년이 이곳으로 올수 있는 여건이 제대로 갖춰지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주민들은 지역 침체로 빈 점포가 있음에도 낮은 가격으로 임대를 하지 않는다.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자체가 거점 등 인프라만 구축해서는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 지역을 위해 지역민이 도시재생에 중심이 돼야 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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