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양성의 산실, 지방 교육문화의 거점 ‘경주향교’

전문화된 인력 양성, 시대에 맞는 교육법으로 유교 문화의 정신과 가치 알릴 것

오선아 기자 / 2019년 12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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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주향교 춘계 석전대제.

공수 배례,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초등학생들이 두 손을 모아 예를 갖춰 인사를 한다. 그 모습이 사뭇 진지하다.  경주향교(전교 이상필)는 지난 21일 교촌 최부자아카데미 강의실에서 전교, 유도회장, 유림, 강사 학생, 학부모 등 8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어린이선비학교 제2기 수료식을 개최됐다.

경주향교 부설 어린이선비학교는 어린이들에게 예절과 전통윤리를 가르쳐 선량한 시민으로서의 자질을 함양하고 나아가 참다운 인성을 수련하기 위해 지난해 3월 개교했다.

올해 제2기 어린이선비학교에는 지역 내 초등학생 41명이 입학했으며 주요 교과목으로는 천자문, 재미있는 과학, 아동미술, 민속체험 예절 등 관련 분야 전문 강사의 강의로 진행됐다.

특히 6월에는 대전국립과학관과 카이스트 견학, 8월에는 하계 힐링캠프를 운영 등 유교와 과학, 학생들 눈높이에 맞는 인성교육으로 협동심과 인내심을 키울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 마련됐다.

이상필 전교는 인사말에서 “선비학교에서 배운 예절과 천자문 등은 여러분들이 성장하는데 정신적 지주로 자리해 어려움이 있어도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버팀목이 될 것”이라면서 한 해 동안 학생들의 통학을 위해 애쓰신 학부형에게도 노고와 보살핌에 감사를 전했다.


학부모 회장 김명희(용황초6 김예빈 母) 씨는 “처음 한복을 입고 어린이선비학교에 입학했을 때에는 한복 끝자락이 바닥에 다였었는데 오늘 수료식에서 한복이 달랑한 모습을 보면서 우리아이들이 몸과 함께 이곳에서 알게 모르게 스며든 많은 정신들이 마음도 자라게 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선비학교를 통해 만난 선생님과 어머니들, 아이들 이곳에서 귀한 인연이 맺어졌다. 이 아이들 모두가 훌륭한 어른으로 자라길 기도하겠다”고 격려의 말을 남겼다.

한편 2020 경주향교어린이 선비학교는 경주 내 초등학교 재학생 3학년 이상 학생들을 대상으로 27일까지 50명(2개반)을 모집에 있으며, 개설강좌로는 천자문, 어린이과학, 아동미술, 다도체험, 국궁, 투호체험, 유적지답사, 드론 날리기 등이다. 지원자가 모집인원을 초과할 경우 추첨으로 결정된다. 기타 자세한 문의는 사무국(054-775-3624)으로 하면 된다.


#경주의 오랜 역사와 문화를 느낄 수 있는 경주향교

경주향교는 신라 신문왕 2년인 682년에 국학을 세운 뒤 오늘날까지 1300여년간 지역의 문풍을 진작하고 인륜의 얼을 바로 세웠다. 주자학이 들어오면서 새로운 유학을 발전시켰고 조선조에 이르러 그 전성기를 맞아 경주향교는 관학으로서 사학인 서원과 더불어 인재양성의 산실로, 지방 교육문화의 거점이 되어왔다.

대성전에는 대성지성문선왕인 공자를 비롯해 연국복성공인 안자, 성국종성공인 증자, 기국술성공인 자사, 추국아성공인 맹자 등 중국 오성과 우리지역에서 배출한 홍유후, 설총, 문창후, 최치원, 문원공 이언적 선생 등 삼현을 비롯해 문묘에 종향한 동국 18현을 봉안하고 매년 음력 2월, 8일 초정일에 ‘석전대제’를 올리고 있다. 또 ‘정조 알묘행사’, ‘공부자 서거일 헌다례 행사’ 등 제향 행사를 통해 유교의 제례문화를 이어가고 있다.


#전통문화 계승발전 활성화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발전하기 위해 경주향교에서는 향교문화재 활용사업인 향교스테이를 운영하고 있으며, 재외동포 자녀 민족정신 선양을 위한 고국초청 전통문화체험 행사도 진행하고 있다. 또 해마다 성년의 날에는 명륜당에서 관·계례 행사를 진행하며 젊은이들에게 성인으로서의 자긍심과 사회인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일깨워주고 있으며, 국내외 관광객들을 위한 전통혼례 시연도 선보이고 있다.


뿐만 아니다. 경주향교에서는 드러나지 않는 숨은 음식을 찾아 그 맛과 특성을 살려 계승 발전해 관광자원화 할 수 있는 ‘신라전래음식 경연대회’도 해마다 진행하고 있으며, 중국 주자 후예 초청, 경주향교 학술교류, 중국유학생 향교활용사업 유치, 중국공무원 연수프로그램 개발 등 경주향교와 중국 간 민간교류 및 지역관광 연계화 사업도 성공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다.

↑↑ 신화랑 풍류 체험.

#사회교화사업 저변확대

경주향교는 전통적 윤리가치관의 활성화를 목적으로 성인들을 대상으로 유림회관에 경주향교 부설 사회교육원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으며, 사자소학, 명심보감, 논어, 주역, 한글서예, 사군자, 민화, 가야금 등 각 분야의 저명한 강사를 초빙해 사문진작과 사회교육에 앞장서고 있다.

또 지역 내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올바른 인성을 수련하는 ‘어린이선비학교’와 ‘청소년 인성교육 현장교실’, 지역민과 관광객을 대상으로 향교·문화재 활용사업을 통해 예절, 전통문화체험, 향교음악회, 고택답사 등의 프로그램 진행으로 유교활용의 범위를 넓히며, 시민들의 사회교육 참여의 기회 제공 및 국내외 관람객 유치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 이상필 전교.

이상필 전교는 “올해는 중국 학생들이 특히 경주향교를 많이 찾았다. 중국에는 2000만 주자후손들이 있다. 하지만 중국은 문화혁명이후 주자 학문이 중국이 본산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부분 멸실됐다. 현재 중국에서는 공자와 맹자사상을 주 인성교육으로 삼고 있으며 그들을 국가적 인물로 내세워 성역화해 주력하고 있는 차제다. 그러다보니 공자와 맹자와 함께 성인으로 불리는 주자의 학문과 문화가 면면히 이어져 오며 유교가 원형 그대로 전승된 경주를 찾아 어떻게 전승돼왔고, 계승·발전해 갈 것인지에 대해 배우러 온다. 중국과의 문화교류 등 이에 발맞춰 주자의 숭고한 정신을 지역에서도 함께 잘 살린다면 상호간 이해증진과 경제적 효과가 증폭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적인 시스템이 바탕이 돼야 하며, 행정당국의 관심과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랜 역사 속에서 우리 향교가 성장해 왔다. 역사라는 것은 특별 단체의 전유물이 아니다. 함께 공유해야 할 권리도 의무도 있기에 보다 성숙된 교육관으로 향교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서 유교문화가 시대의 변화와 함께 세대가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이에 경주향교는 청소년들에게 유교문화를 더 쉽고 재미있게, 유익한 방법으로 전해질 수 있도록 유교적 소양을 배우고, 지도자로 나설 수 있는 젊은 세대를 위한 교육 사업을 내년에 개설할 예정이다. 좋은 수업을 들어도 그 눈높이에서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면 서로에게 시간낭비일 수 있다. 구성원들의 범위를 젊은층까지 확대시켜 보다 전문화된 인력을 양성, 시대에 맞는 교육으로 유교문화의 정신과 가치가 경주를, 대한민국을 도약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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