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보다 연봉 낮은 보건소장 누가 할까?

의사 호봉 인정 안 되는 보건소장, 직원보다 월급 낮아 ‘박탈감’

이필혁 기자 / 2020년 02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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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공중 보건을 담당하는 보건소장의 부재로 보건 공백이 우려되고 있다.
시는 경주시보건소 신임 보건소장 임명을 위해 지난해 9월부터 공모 절차에 들어갔다. 하지만 보건소장에 지원하는 의사가 없어 같은해 10월 재공고를 내야했다. 재공고에는 경주시의사협회에서 추천한 A씨가 지원했지만 적격성심사(면접시험)에서 떨어졌다. 결국 시는 해를 넘겨 지난 12일 지난해 보다 연봉을 100만원 정도 올려 보건소장 임용 공고를 냈지만 지원하는 의사 찾기는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경력 미인정 낮은 보수가 걸림돌
경주시가 보건소장 채용에 어려움을 겪는 데는 불안한 직위와 많은 업무, 조직체계와 융화 등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것은 보수 때문이다.

시는 경주시보건소장의 연봉을 하한액 6100만원에서 상한액 9100만원까지 책정했다. 겉으로 보기에 보건소장의 연봉이 많아 보이지만 속사정은 달랐다. 실제 받는 월급이 400만원이 채 되지 않기 때문이다.

경주시의사협회 관계자는 “보건소장 연봉 상한액이 9100만원이지만 의사 경력이 하나도 인정되지 않아 실제 월급은 300만원 후반에서 400만원 초반 정도라고 보면 된다”면서 “일반인보다 연봉이 높지만 의사 평균 연봉보다는 현저히 낮다. 근무 강도가 낮은 요양병원 의사로 근무해도 이보다 두 배 이상은 받는 현실이다. 보건소장을 사명감 하나로 근무하기에는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의사 경력이 인정되지 않으면서 보건소장의 낮은 연봉은 상대적 박탈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60대 보건소장이 보건소 직원보다 낮은 월급을 받고 근무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 것. 전임 보건소장이 연임하지 않고 퇴직한 것도 박탈감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의사협회 관계자는 “의사 경력을 호봉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보건소장 채용에 어려움이 클 것으로 보인다”면서 “근무 여건 개선이 우선되야 한다”고 말했다.

-의사협회, 보건소장 추천했지만...
경주시의사협회는 공석인 보건소장 자리에 의사 A씨를 추천했다. 하지만 A씨는 인적격성심시에서 탈락해 의사협회는 난감한 상황이다.

의사협회 관계자는 “낮은 연봉 등으로 적격자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협회에서 추천한 후보마저 임명되지 않았다”면서 “보건소장 후보자를 물색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역 공중보건을 책임지는 보건소장의 부재는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의사 경력만 인정된다면 보건소장에 도전하려는 의사 폭이 넓어질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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