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에서 더 특별해진 김영목 작가, 이게… 철사야 그림이야??

이달 29일까지, 안동 오리진R카페에서 개인전 진행 중

박근영 기자 / 2020년 02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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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사그림으로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한 김영목 작가.

국내외를 막론하고 저명한 화가 중 자신만의 대상을 정형화해 작품활동에 반영한 이들이 많다. 여인을 즐겨 그린 신윤복, 해바라기를 자주 그린 고흐와 전원 풍경에 심취한 밀레, 역시 수많은 여인을 그린 클림트 등이 독보적이다.

우리나라 현대화단에도 보리밭 그림을 자주 그린 박영대 화백, 물방울의 다양한 변화를 화폭에 담은 김창렬 화백 등이 쉽게 떠오른다.

이런 화가들은 자신의 그림을 통해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특정 짓지만 한편으론 그렇게 탄생한 작품들이 거꾸로 화가를 특정하는 반대의 개념도 보게 된다.

지난 1월 23일부터 2월 29일까지 안동시 오리진R카페에서 초대 개인전을 열고 있는 김영목 작가(41)도 자신만의 소재에 집중해온 눈에 띄는 작가다. 작품활동 시작과 함께 철사가 주는 딱딱하면서도 완곡한 선에 매료돼 꾸준히 철사그림을 김영목 작가는 어느 새 ‘철사그림=김영목’라는 자신만의 특별한 경지를 구축했다.

↑↑ 김영목 작가의 작품 sdfass-adass.

“어렸을 때부터 철사를 가지고 놀기를 좋아했습니다. 나중에 본격적으로 저만의 소재를 찾으면서 어릴 때부터 친숙했던 철사에 집중하게 됐고 이 매력에 점점 깊이 빠져들었습니다”

재질 자체로는 딱딱한 철사지만 이 철사가 휘어지면서 온갖 형태로 변신하는 것은 오히려 부드럽기 이를 데 없기에 김영목 작가가 표현하는 그림도 내면으로는 강하지만 겉으로는 한없이 부드러운 모습을 띠고 있다.

“철사에는 짧고 긴 세월들이 묻어 있습니다. 대상은 철사지만 철사를 통해 세월의 흐름을 그리게 됩니다”

김 작가가 표현한 철사는 얼핏 그림이 아니라 마치 현실의 철사 같은 착각을 준다. 캔버스에는 그림이 그려져 있는 것이 아니라 그냥 철사를 휘어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을 만들고는 캔버스 위해 ‘척’ 걸어놓은 것처럼 보인다. 철사 뒤로 보이는 배경 그림이 몽환적인 추상화여서 철사의 질감이 더 분명해 보인다. 손을 뻗어 철사를 움켜쥘 수 있을 것 같다. 몰론 그림이 주는 디테일이 그만큼 완연히 살아있다는 뜻이다.

“확실히 초기 작품들에 비해 철사의 디테일이 강해졌습니다. 기교면에서 훨씬 능숙해졌다고 할 수 있겠지요. 또 한편으로는 철사 그림에 연관되는 배경그림을 추가하고 있는데 이 배경 그림도 초기에 비해 매우 중요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 김영목 작가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카페

이를 통해 철사는 철사대로 생명을 얻고 배경은 배경대로 또 다른 의미로 살아남을 느낄 수 있다.
김 작가가 철사로 표현하는 작품들은 뛰노는 아이들, 사랑하는 연인들, 나비 등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상들이다. 그런 일상의 소재들이 자유로운 연상을 통해 철사로 형상화 되면 그 질감을 캔버스에 옮기는 것이다. 아름답게 덧칠한 철사 혹은 녹 묻은 철사가 표현하는 그림들이 실물에 가깝게 보일수록 김영목 작가의 마술에 빠져드는 기분을 떨칠 수 없다. 바로 이 마술이 김영목 작가만의 특별함 아닐까?

경주고 졸업 후 안동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석사과정까지 마친 김영목 작가는 서울, 중앙화단에서 활동하고 싶은 생각을 가지고 시도했지만 마침 안동에서 직장 생활하는 아내를 만난 걸음에 안동에 안착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안동은 고향 경주와 전체적인 분위기가 비슷해 지금은 아주 편한 곳이 됐다고 만족감을 드러내면서도 수시로 서울로 와 전시회를 열기도 한다. 지난 2019년 8월에는 양철냄비 조각가로 알려진 정의지 작가, 연꽃을 잘 그리는 경주출신 최한규 작가와 함께 인사동 올미아트스페이스에서 ‘예술동경’이란 주제로 3인전을 열었고 12월에도 서울코엑스 홀 갤러리바이올렛에서 4인전을 열었다. 올해 8월에는 아산병원 갤러리에서 개인 초대전을 열 계획이다. 그의 특별한 철사 그림이 경주에서도 다시 전시될 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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