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듯 낯선 경주, 조각가 이상수가 그려내는 ‘경주, 또 다른 풍경’展

2020 경주작가릴레이전 첫 주자, 미리 만나는 지상 갤러리
섬세하고 생동감 넘치는 회화작품 15점 선보여

오선아 기자 / 2020년 02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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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출지(2020).

10여년 전 어느 날, 작가는 어린 시절 늘 다니던 익숙한 길에서 낯선 풍경을 우연히 만나게 된다. 이상화된 풍경의 창조가 아닌 평소 놓치고 지나쳤던 ‘풍경의 발견’으로 작가는 익숙한 듯 낯선 경주의 소박한 풍경을 하나, 둘 화폭에 담아가고 있다.

2020 경주작가릴레이전의 첫 번째 작가로 이상수 작가가 선정됐다.
이상수 작가는 제프쿤스의 버블독 ‘koonstus’와 결코 편해 보이지 않는 권좌 ‘The Throne’ 등 선인장으로 표현한 작품을 선보이며 네거티브적인 발상과 신선한 전시콘텐츠로 색다른 존재감을 드러내는 조각가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던 작가에게 드로잉은 어느새 습관적인 행동이 되어버렸다. 펜과 종이만 있으면 몇 시간이고 그림을 그린다는 작가.

↑↑ 반월성(2019).

이번 전시에서 이상수 작가는 조각도가 아닌 펜과 연필을 사용해 자신이 잘 알고 있는 경주의 풍경을 섬세하게 재현한 작품 15점을 선보인다.

작가는 하드보드에 펜으로 표현한 ‘서출지의 겨울(2019)’과 ‘금척리 소나무(2019)’, 아르쉬지에 펜과 아크릴, 파스텔로 그린 ‘2월의 형산강(2019)’, 한지에 목탄과 펜을 사용한 ‘선덕여왕릉 가는 길(2020)’ 등 재료와 표현기법의 다양한 시도와 도전으로 작가만의 독창적인 조형성을 구축해가고 있다.

평소 존경하는 화가로 렘브란트를 꼽는다는 작가는 렘브란트의 패기 넘치는 20대, 30대 전성기의 웅장한 모습, 60대 초라한 노인의 모습까지 숨김없이 표현한 그의 자화상에서 작가의 진실성이 느껴진다고 말한다.

나이에 따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작품 성향도, 인생관도 달라지듯 늘 새로운 변화와 시도를 통해 인간적이고 진실한 내면을 담은 작품을 선보이고 싶다는 이상수 작가.

↑↑ 선덕여왕 가는길(2020).

그는 이번 전시를 통해 미시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면 구석구석에서 작은 아름다움도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다면서 우리의 삶 속 구석구석에 숨어있는 소소한 행복들도 함께 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랐다.

김영동 미술평론가는 이상수 작가의 작품에 대해 “어디선가 낯익은 바위와 고목들, 기존 풍경화에서의 혁신적인 업적이라고 평가하기에는 물론 이른 감이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종이에 아로새긴 듯 선 하나하나에 기울인 집중과 쏟은 노력은 매우 의미 있는 성과로 독창적인 조형 의식으로 결정 맺게 될 여지가 충분하다”면서 “그 조형성 위에 시간이 멈춘 듯한 향수를 부르는 풍경, 빛바랜 흑백사진 속의 모습처럼 아련한 추억에 잠긴 기억 속 영상들이 생기를 띠며 살아난다”고 평했다. 이어 “조각가의 회화작업을 새롭게 보고 평가받을 수 있는 점 역시 이번 전시에 거는 큰 기대이자 의미”라고 덧붙였다.

↑↑ 쿤스투스(2018).


이상수 작가<인물사진>는 1968년 경주 황오동에서 태어났다. 고교 때 ‘신라문화제 전국학생미술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일찍이 실력을 인정받았다. 이후 홍익대 조소과 졸업, 동 대학원을 수료하고 안산을 거점으로 오랜 기간 조각가로서 작품 활동을 펼쳐왔다. 서울 관훈미술관, 큐브갤러리, 갤러리그림손에서 개인전을 가졌으며, 북경아트살롱, 대한민국 청년작가 축전, 코리아 아트페스티벌, 한국현대조형작가회전, 광장조각회전, 부산국제아트페어, 경주아트페어, 대구아트페스티벌 등 국내외 아트페어, 기획전, 그룹전에 참여하며 입체와 평면을 넘나드는 작품으로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한편, 경주예술의전당 알천미술관은 코로나19 위기 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됨에 따라 23일부터 잠정 휴관에 들어갔으며, 26일에 예정돼 있었던 이상수 작가의 ‘경주, 또 다른 풍경’展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는 추이에 따라 전시 일정을 추후에 공지할 계획이다.

문의는 054-748-7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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