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발생 두 달, 86세 동갑내기 어르신 부부의 ‘집콕 연애놀이’

김경환 씨 “심리적 거리두기에서도 새로운 행복 누릴 수 있어요”

윤태희 시민 기자 / 2020년 03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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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매진단을 받은 남편(최준민)과 함께 아름답게 늙는 연애놀이로 코로나19를 멋지게 극복해 가고 있는 아내 김경환 씨.

코로나19가 우리나라에 발생한지 두 달, 경주에 첫 확진자가 발생한지 한 달이 지나고 있다. 일상에 많은 변화를 가져다 준 코로나는 평정심을 가지려해도 때론 몸과 마음이 제각각인 지금 어렵고 힘들지만 실천력이 참 많이 필요한 시기다.

어울리지 않으면 소외되는 것 같은 마음, 무리에서 벗어나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에 혼자 있으면 안심이 되지 않는 불안심리가 발동하는 요즘이다. 일을 벗어난 인간관계를 어려워 한다 하지만 그 시간에 매몰되어 더 소중한 자신을 놓치게 된다면 워라벨(Work & Life Balance)과 멀어지는 행동이다. 아이들은 학교를 갈 수 없고 산책을 즐기고 경로당 활동을 최고로 알던 노인들에게 사회적 거리두기는 심리적 거리까지 멀어지려는 때 건강하게 생활하는 부부가 있다.

나이가 많아 보건소로 달려갈 수 없음이 안타깝다고 매일매일 피곤한 모습으로 힘들어 하는 보건관계자들을 보면 미안하다는 부인 김경환(86) 씨. 보건소에서 35년 근무한 경력으로 코로나로 힘든 시기에 그 실력을 오늘도 발휘하고 있다.

“남편이 젊을 때는 돈 벌어줘서 고맙고 나이들어서는 이렇게 함께 놀아주니 얼마나 좋습니까? 2018년 2월 치매진단을 받은 남편과 함께 아름답게 늙는 연애놀이를 새롭게 시작합니다. 하하~~ 선생님이 지금의 내 맘을 알까요? 가는 날이 더 가깝지만 그날을 생각하며 불평 없이 후회 없이 살다가고 싶습니다”

↑↑ 센터에서 함께 노래부르는 모습.

“인간은 오래 살면 미워집니다. 미운 짓하는지도 모르게 미운 짓을 골라서 하지요. 그러나 가볍게 살아보려 애씁니다. 또 코로나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힘듦을 숙제하듯이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축제하듯이 살아가려고 노력합니다. 눈을 뜨면 가장 먼저 잘잤어요? 눈을 마주보고 손을 잡고 인사합니다. 달력보고 날짜와 요일을 이야기하고 식사할 때까지 사소한 대화를 많이 나눕니다. 매일아침 면도와 세수 등 어느 순간부터 할아버지(남편) 전문코디가 되어 챙기다보면 힘은 들지만 제가 더 기분 좋고 제가 아름다워지는 것처럼 남편이 멋있어 보입니다. 그런 다음 손잡고 외출하면 그저 뿌듯하지요”

“남편과 함께 유경노인복지센터에 가는 월, 수, 금은 나에게도 행운의 날입니다. 코로나로 입구에 들어설 때는 체온체크와 소독을 얼마나 철저히 하는지 이제 습관이 되어 귀가하면 자동으로 손씻기부터 합니다. 또한 입소하신 분들과 함께 배우고 노래도 부르며 식사도 함께하며 우리부부는 고맙다는 말을 자주합니다. 치매대응 교육 및 맞춤형 프로그램으로 인지훈련, 운동, 원예 등 함께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새롭게 터득해갑니다. 센터에 등원하지 않는 날은 둘이서 서툴지만 매일 삶의 중심만은 내 삶의 가치성을 갖는 일에 둡니다.”

“이번 코로나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인식변화를 가져다 줬습니다. 직장 다닐 때는 하루라도 편하게 내맘대로 하며 쉬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막상 시간이 많아진 지금 혼자 노는 일을 어려워하는 우리가 됐습니다. 고령자하면 신체 노화로 어떤 것도 잘 못할 것이라는 인식이 많은데 신체적·정신적 변화는 많아도 살아온 삶의 지혜를 통해 사회적 공감을 형성하는 의미도 남다르게 갖고 있습니다. 과거와 비교해보면 이번 코로나도 전염병을 대하는 시민들의 의식이 전체적으로 높아졌습니다. 감염병을 이기는 최고의 백신은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코로나 19를 지혜롭게 헤쳐 나가는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노력은 잘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대화의 시간을 갖는 것, 함께 식사하는 것 등 같이할 수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지 좋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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