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최고의 석조미술품, 석굴암<13>

신라의 불교조각 중 최고의 걸작인 본존여래좌상

경주신문 기자 / 2020년 04월 02일
공유 / URL복사
↑↑ 신라 불교 최고의 걸작인 본존 여래좌상과 대좌(사진출처 : 문화재청)

↑ 하성찬 시민전문기자
『금강경』 ‘사구게(四句偈)’에 이런 구절이 있다.
凡所有相(범소유상) 무릇 형상이 있는 것은
皆是虛妄(게시허망) 다 허망하나니
若見諸相非相(약견제상비상) 만약 모든 형상을 형상이 아닌 것으로 보면
卽見如來(즉견여래) 곧 여래를 보게 될 것이니라

석굴암 본존 여래상은 신라의 불교 조각 사상 최고의 걸작으로 일컬어진다. 그러나 위 『금강경』에 의하면 이 여래상을 최고의 걸작 운운하면 여래의 본 모습을 보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본존불은 복련(覆蓮)의 하대석과 팔각의 중대석, 앙련(仰蓮)의 상대석이 갖추어진 연화대좌 위에 앉아 있다. 오른손 검지로 살포시 땅을 짚어 수행을 방해하는 모든 악마를 항복시키고 성취한 깨달음을 지신(地神)이 증명하였음을 상징하는 항마촉지인(降魔觸地印)을 하고 있다. 연화대좌는 높이 1.6m, 기단 최하부는 직경 3.7m이며, 본존불의 높이는 3.4m이다.

통일 이전의 불상들이 주로 입상으로 다정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었던 것과는 달리 석굴암의 본존불은 높은 단 위에 앉아 우아하고 위엄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그것은 지혜와 능력이 극치에 달한 승리자의 모습이다. 본존불은 성냄도 없고 뚜렷한 미소도 없으나 명상과 깊은 침묵이 감도는 무(無)의 세계를 만들어 범인이 감히 가까이할 수 없는 위엄이 흐른다.

이 여래좌상은 석굴의 주실 중심에서 약간 뒤쪽으로 연화대좌 위에 모시었다. 얼굴 전반에 풍기는 인상은 온화하고 우아하다. 나발(螺髮)에 육계(肉髻)가 봉긋하게 솟아 있고 넓은 이마 가운데 백호(白毫)가 있고, 초승달형의 양 눈썹 아래로 반쯤 뜬 두 눈이 무한한 자비로움을 느끼게 한다. 넓게 벌어진 어깨와 도도록한 가슴은 장부의 자태이다. 왼쪽 어깨에서 내려진 얇은 옷은 가슴과 두 발 위에 아름다운 무늬를 새겼다. 이루 다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조각의 정교함과 생명감이 용솟음치는 이 본존불은 한국 최고의 불상이며 나아가 세계 조각의 걸작이 아닐 수 없다.

본존불 뒤 벽에 깊숙이 새겨놓은 소박하고도 빼어난 연화문 광배는 본존불의 영광을 드러낸다. 광배를 불상에 직접 붙이는 일반적 방법과는 달리 간격을 두고 멀리 배치하여 더 입체적인 조화를 느끼게 한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광배의 둘레를 돌아가며 장식한 연꽃잎을 위로 올라 갈수록 크고 아래로 내려올수록 작게 한 것이다. 이는 올려다 보는 사람의 착시현상을 고려한 것이다. 불두의 크기가 몸의 크기에 비하여 크게 만들어진 것도 이와 같은 원리이다.

또한 본존불은 주실의 한가운데에 자리하지 않고 뒤로 약간 물러난 위치에 있다. 이는 앞을 향해 전진하는 듯한 동적인 이미지의 본존불을 만든다. 만약 본존불이 중앙에 자리 잡고 있었다면 주실이 비좁고 답답한 느낌이 들었을 것이다.

석굴암 본존상에서 중요한 부분은 명호(名號)이다. 지금까지 일본인 학자들에 의해 석가여래로 알려져 왔으나 이는 오류임이 지적되고 있다. 즉, 19세기 말엽 중수 당시의 현판에 미타굴이라는 기록이 있었다는 사실과, 오늘날까지 전래되고 있는 편액에도 수광전이라는 표기를 볼 수 있는데, 이는 분명히 ‘무량수 · 무량광’을 뜻하는 수광(壽光)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자료는 본존상의 명호가 석가여래 아닌 아미타불임을 말해주는 중요한 근거가 되는 것이다.

또한 신라시대에 보편적이던 편단우견과 항마촉지인은 곧 아미타불이었다는 점도 본존상의 명호를 밝히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된다. 이는 영주 부석사의 무량수전에 안치된 본존상이나 군위 팔공산의 석존 본존상 등 같은 양식의 불상에서도 분명히 입증되고 있다. 이와 같은 신라 불상의 양식계보로 비추어 볼 때 석굴암 본존불상의 명호는 7∼8세기 신라에서 유행했던 아미타불임이 분명한 것이다. 또한 김대성이 현세 부모를 위하여 불국사를 세우고 전세 부모를 위해 석굴암을 세웠다는 창건 유래 역시 미타정토를 표현한 것이다.

그리고 본존불이 동쪽을 향하고 있는데 참배자의 입장에서는 본존의 위치가 서향이 된다. 아미타불은 서방 극락정토의 주불이다. 그리고 그 바로 뒤에 관음보살이 배치되어 있다는 사실 등도 아미타불임을 증명하고 있다. 관음보살은 아미타불의 협시보살이기 때문이다.
X
URL을 길게 누르면 복사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