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들 ‘덕분에 첼린지’ NO!-“고생은 의료인들이, 생색은 챌린저들이…”

힘내라는 덕분에 챌린지, 저만 위로가 안되는걸까요?

박근영 기자 / 2020년 05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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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덕분에 챌린지에 대해 오히려 거부감을 느끼는 의료인들의 속마음.

‘의료수가 올리고 간호수가 신설해 의료보험료 올린다면 게거품 물 걸요···!’

이번 주 ‘SNS는 즐거워’는 별로 즐겁지 않을 듯하다. ‘덕분에 챌린지’를 바라보는 의료인들의 속마음을 써볼 참이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쇼를 멈춰 주세요’다. 많은 국민들이 고마움을 표하는데 정작 그 일선에 선 의료인들은 이 챌린지가 마음에 들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블라인드(blind)’라는 앱이 있다. 각 방면의 전문가와 직장인들이 비공개 소통을 즐기는 곳이다. 마침 주변 의료인 한 분이 기자에게 이 앱에 나온 의료인들의 속마음을 보여주었다.

“다들 의료인 힘내라고 덕분에 첼린지를 하는데 저만 위로가 안 되는 건가요?”라는 제목으로 최근의 심경을 고백한 한 의료인의 포스팅이 눈길을 끈다.
“코로나로 인해 매일 바뀌는 지침 때문에 힘들고 앞에서는 ‘의료진 힘 내세요’라고 말하고 뒤에서는 사회적 거리 두기부터 위반하는 사람들로 인해 진정한 위로와 응원을 하는 건가 의심스럽다”

여기에 달린 의료인들의 댓글들이 더 심각해 보인다. 액면 그대로 옮기면 모골이 송연해진다. 가장 먼저 입원 환자들과 보호자들이 의료진들을 대하는 이중적인 모습이 의료진들을 힘들게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힘내라고 응원하는 사람들은 병원과 상관없는 사람들. 그들이 병원에 환자나 보호자로 발 들이는 순간 잠재적 진상에 피빨아 먹는 흡혈귀”
“몹쓸 놈들이 어찌나 많은지··· 적은 가까이 있었더라구요”
“많은 환자들이 ‘빨리 해라 나는 코로나 환자가 아니다’ 큰소리치며 절차 무시를 강요합니다. 환자 입장에서 답답하겠지만 직원 입장에선 너무 힘들고 위험합니다. 요즘 들어 짜증과 욕을 더 먹는 것 같습니다”

여기에 챌린지에 임하는 사람들이 진정성은 뒷전인 채 이 챌린지를 이용해 자신의 이미지 고양에만 힘쓴다는 조롱 섞인 댓글도 달려있다.

“정치적으로 쇼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사람들은 코로나로 병원이 돈 번다 생각하는 듯합니다”
“재주는 곰이 넘고 생색은 지들이 내는 거 같음”
“희생과 봉사를 강요당하는 것 같은 기분이 많이 들어 속상해요. 비상시국이라 뭐다로 다 어영부영 넘겨요”
“‘덕분에 챌린지 하는 멋진 나 자신’에 흠뻑 빠진 사람들만 보이던데···”

이들이 원망하는 것은 결국 근본적인 지원이나 포괄적인 행정상의 문제에 대한 개선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이에 대한 의료진들의 푸념이 의료진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대변한다.

“주변에선 월급 깎인다는 병원들도 있다는데 저런 겉치레보다 제대로 된 지원을 더 해주면 좋겠음”
“나라에서 코로나 병동 만들라고 하면서 간호사들 위험수당 준다더니 지금 기계 산 돈도 안 주고 위험수당 달라는 말에 대꾸도 안함”
“의료수가 개선하고 간호수가 신설해서 보험료 올린다 하면 게거품 물고 반대하고 욕할 걸요?”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 대한민국이 전 세계의 주목을 끌며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었던 것은 90% 이상 의료인들의 희생과 봉사 덕분이었다. 그러나 정작 우리는 손바닥 깔고 엄지 척 올려주는 것쯤으로 이 위대한 공을 흘려보내는 것 아닌지 진지하게 반성할 필요가 있다

. 2~3년 주기로 새로운 전염병이 기승부리는 시대, 코로나 19뿐 아니라 온갖 전염병들이 등장할 것이다. 의료진들이 진정으로 힘 얻고 자부심 느껴 앞으로 우리에게 닥칠 제2 제3의 코로나19에서도 굳건히 버텨 주기를 바란다면 겉치레 챌린지보다 좀 더 진정성 있는 의료진들에 대한 지원과 혜택을 실천해야 한다. 그게 함께 사는 길이고 진정한 고마움의 표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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