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블루와 아시타비我是他非

경주신문 기자 / 2021년 01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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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성애 교육학박사
국제창의융합교육원장
세상이 무척 어렵다. 촘촘히 네트워킹된 자본주의 시대에는 어느 한 부분이 잘못되면 멀리 떨어져 있는 곳까지 치명적인 여파가 있다.

지금은 어느 한 부분이 잘못되었다기 보다는 총체적인 난국에 직면해있는 실정이다. 기업은 기업대로, 자영업자들은 자영업자대로, 가정과 개인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다. 어려웠던 경제가 코로나사태까지 덮치면서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35조 순이익을 달성했다는 삼성전자처럼 승승장구하는 기업의 소식 들으며 나는 무엇인가? 라는 자괴감에 빠져들기 쉽다.

돌아보면 이런 위기 속에서도 잘 헤쳐나가거나 오히려 더 성과를 얻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나만 어려운듯한 공포감에 빠지게 되면 자기 중심성을 잃고 군중심리에 섞여 타인과 세상비판에 뛰어들게 된다. 자기 중심성이란 자기중심적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본 모습을 찾고 본인이 추구하는 방향성을 세운다는 말이다. 지금 정치는 정치대로, 경제는 경제대로 마치 허공에 발을 딛고 서 있는 듯한 위태로운 지경이다.

교수신문이 발표한 2020년 올해의 사자성어는 ‘아시타비(我是他非)’라고 한다. ‘내가 하면 옳고, 남이 하면 그르다’는 말 흔히 하는 말로 ‘내로남불’이라는 사자성어를 꼽았다. 없는 신조어를 한자성어로 만들어낼 만큼 신뢰를 잃어버리고 있는 사회라는 것을 실감한다.

모두가 이 사자성어에 동조를 하는 분위기가 2021년에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我是他非’를 자신에게 적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우리 사회가 그렇다고 이야기한다. 정치권도 마찬가지이다. 상대의 당이 조금이라도 허점을 보이면 득달같이 달려들어서 비판하다가 소속된 당의 허점에는 입을 다물거나 변명을 하기 일쑤다. 자신이건, 타인이건 똑같이 적용한다면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더라도 부족한 만큼 국민이 보듬어 줄 수도 있는 문제이다.

불가항력일 때조차 내 편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비난만 받다가 보면 보복하고자 하는 마음이 잠재의식 속에 있다. 억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안을 제시하거나 도와주는 방법보다는 무차별적인 비난의 역풍을 날리는 것은 정치권의 정석인듯하다. 같은 자리에 올랐을 때는 어거지를 쓰면서 발뺌을 하는 모습과 반대로 날 선 공격으로 역풍을 날리는 세태를 지켜보는 사람들의 마음은 착잡하다. 착잡한 이유 중의 하나가 우리 마음과 말, 행동 속에 我是他非가 자리 잡고 있어서, 우리의 마음을 사회가 혹은 정치가 그대로 비춰주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我是他非라는 사자성어를 통해 옳고 그름에 관한 생각을 하다가 논어의 자로편에서 보이는 다음 글귀가 연상이 되었다.

子曰, “君子和而不同 小人同而不和”

군자는 서로 다른 생각을 존중하며 화합을 하지만 똑같은 모습으로 움직이지 않고, 소인은 똑 같은 생각을 강요하며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는 화합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해 본다. 군자란, 동양에서 훌륭한 사람의 표본이며 추구하는 이상적인 사람이며 타인의 생각을 존중하고 수용하며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어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을 말한다.

군자인 사람들이 我是他非를 논하고 있는지, 소인인 사람들이 我是他非를 논하고 있는지는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에게 이 글귀를 적용하고 있는가, 나에게 이 글귀를 적용하고 있는가에 달려 있는듯하다. 타인에게 잘못의 원인을 전가하는 我是他非는 가뜩이나 우울감과 상실감이 큰 코로나블루의 심리적 상황을 부채질한다. 타인에게 원인을 전가한다는 것은 타인이 바뀌지 않는 한 희망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我是他非는 희망이 없는 세상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

가족내 코로나블루도 我是他非와 관련해서 생각해 볼만하다. 공적이든 사적이든 외부의 활동이 제한되고 있는 마당에 어린 아이들을 양육하며 학습까지 책임져야 하는 경우에는 부모들의 코로나블루의 수치가 무척 높아진다. 부모가 자녀들의 생각과 행동이 다른 모습들을 단점이라고 바라보고 있으면, 우울감이 더 심해진다. 나와 상대적인 가족과 자녀들의 생각의 다름을 알고 부모의 우울감의 원인을 이해한다면 군자의 눈으로 가족 구성원의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가족과 사회와 정치를 보는 눈을 我是他非에서 我是他是로 바꾸어 보자. 다른사람의 생각이 옳고 수용할 만하다는 생각으로 화합을 모색할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암울한 코로나블루를 코로나핑크로 바꾸는 방법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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