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정신은 신라 아닌 우리 민족 전체의 심신수양법
경주신문 기자 / 2021년 08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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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만호 원장 가정의학과 전문의 |
농사가 끝날 무렵인 10월 상달에 각각의 마을에서 하늘에 감사하는 천제를 지내는데, 이때 제사를 주관하는 각 마을의 대표자를 ‘천군(天君)’이라 하고 이 천군의 우두머리를 국선화랑(國仙花郞)이라 부른 것에서 기인한다. 국선화랑들이 회의를 열였던 성스러운 공간을 소도(蘇塗), 웅상(雄常)이라 불었다.
문창후 고운 최치원은 난랑비서문(鸞郞碑序文)에서 고래로부터 연면히 이어진 낭(郎)과 신도풍류(神道風流)의 전통을 적시하였다. 고려팔관기(高麗八觀記)에 낭(郞)에 대해 정의하기를 “낭은 단순히 싸움만 하는 무사집단의 수장이 아니라 한인하느님과 신통(神通)하여 기(祈)와 무(巫)로써 하늘의 밝음과 땅의 밝음인 한단(桓壇)을 수호하고 대중을 구제하던 천관(天官)직이다.”이라 했다. 이러한 낭(郞)과 풍류교(風流敎)의 전통에 의해 고구려에서는 국선을 조의선사(早依仙士)라 불렀고 광개토대왕, 을지문덕, 연개소문 등이 대표적 조의선사다. 백제에서는 국선을 무절(武節)이라 불렀었는데, 그 대표적 인물로서 678년 처음 티벳을 정복한 흑치상지 장군이나, 황산벌 전투에서 장렬히 산화한 계백 장군 등을 꼽을 수 있다.
신라에서는 국선을 화랑(花郞)이라 부르고 화랑의 최고 수장을 풍월주라 했다. 특히, 천경림 흥륜사 금당벽화에 나오는 신라의 십성(十聖)인 염촉(박염촉=이차돈), 아도, 자장, 안함, 원효, 의상, 혜공, 혜숙, 사파(사복), 표훈대사 등이 모두 국선화랑으로서 몸을 일으켜 승려가 되신 분들이며, 1세 풍월주인 ‘위화랑’에서 32세 풍월주 신공에 이르는 기라성 같은 화랑들이 있었으며 김유신, 김흠순, 김품일, 김춘추, 김법민, 김인문 등 헤아릴 수 없는 화랑출신 명장들과 군왕들이 삼국통일의 주역들이다. 황산벌에서 계백의 결사대와 싸우다 장렬히 산화, 승전의 발판을 마련한 소년 반굴과 관창은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져 있는 화랑이다.
그렇다면 화랑정신의 실체는 무엇일까? BC 2707년 치우천황의 청구(靑丘國)는 선(仙)으로서 법을 만들고 사람들에게 관경(管境)을 가르쳤다. 선(仙)이란 사람이 태어난 바에 따라서 자신이 무엇을 할까를 아는 것이다. 상고시대를 거슬러 BC 7000년경 환인의 십이한국에 오훈(五訓)이 있었으니 첫째, 성실하고 신의 있어 속이지 않는다. 둘째, 공경하고 실행함에 게으름이 없다. 셋째, 효도하고 순종함에 위배됨이 없다. 넷째, 염치와 의리 있어 음란하지 않으며. 다섯째, 겸손하고 화목하여 다툼이 없는 것이다.
이 오훈은 원광법사(555-638)의 세속오계(世俗五戒)에 잘 축약되어 있다. 화랑오계(花郞五戒)는 충(忠). 효(孝). 인(仁). 용(勇). 신(信)이며 이는 앞에서 말한 고조선 시대의 신시오사(神市五事) 즉 모(貌). 언(言). 시(視). 청(聽). 사(思)에서 비롯되었다. 이 다섯 글자 앞에 ‘바를 정(正)’자를 붙이면 바른 모습을 갖추고, 바르게 말하고, 바르게 보고, 바르게 듣고, 바르게 생각하는 인오행(人五行)의 수양법이 되는 것이다.
수련법은 크게 2가지로서 몸을 닦는 신수법(身修法)과 마음을 닦는 심수법(心修法)이 있다.신수법(身修法)으로서 신골(身骨)을 단련하는 정모법(正貌法)은 먼저 호흡법부터 배워 조식(調息)을 통해 양기(養氣)한다. 조식을 하고 나면 이후 신공술(身功術)로 들어가는데 신공술의 기본은 발치기, 손치기로서 발치기는 태법(跆法)이고, 손치기는 권법(拳法)으로 이를 합해 태권법(跆拳法)이라 하는데 이것이 오늘날 태권도이며 옛날 이름은 택견이었다. 그 다음 기공술(器功術)을 연마하는데 격검, 습사, 투창, 치마(馳馬) 등의 술(術)을 익혔다. 화랑의 여러 교과 과목엔 심수법에 해당하는 서(書). 기(棋). 금(琴). 무(舞)가 있는데, 서(書)는 하늘에 맹세 천계(天戒)를 지키겠다는 서효사(誓效詞)로 정언(正言)에 해당되고 기(棋)는 바둑으로 하늘의 질서와 조화를 닮은 적연지심(寂然之心)에 이르는 정사(正思)에 들기 위함이고 금(琴)은 음악의 한 기예로서 하늘과 신통하고 소청(召請)하는 율려의 향음이며 그 음악에 맞추어 둥글게 원을 그리며 춤추는 것을 환무(環舞)라 하는데 이것은 정청(正聽)행위이다. 이러한 고사로 악성(樂聖)이요 검성(劍聖)인 신라의 백결선생 박문량은 화랑교육을 시킬 때 칼을 쓰기 이전에 가야금과 춤부터 미리 가르쳤다.
일반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화랑의 이야기를 써본 것은 우리가 아는 화랑이 단순히 신라에만 속한 지엽적인 것이 아닌 우리 조상들 공통의 심법이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서이고 고대사 속에서 신라가 자꾸 홀대되는 최근의 경향들을 돌아보기 위함이다. 민족사관적 관점에 대한 논란 이전에 좀 더 치밀한 연구가 이룩되기 바라는 마음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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