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후핵연료 원전 내 저장 결정에 반발 확산

정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안 의결
경주시의회, 시민 반발 ‘계획안 전면 재검토’ 촉구
원전 소재 지자체와 시민단체 등도 반발하고 나서

이상욱 기자 / 2021년 12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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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주시의회가 지난 28일 정부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에 대한 기본계획안 의결을 강력 규탄하고 나섰다.

정부가 원자력진흥위원회 회의에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원전부지 내 저장시설에 임시 보관하는 안을 의결하자 경주시의회와 경주시민, 원전 소재 지자체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27일 김부겸 국무총리 주재로 제10회 원자력진흥위원회를 열고 고준위 방사성폐기물관리 기본계획 등을 확정했다.

이 기본계획에는 최종 처리시설 확보 전까지 고준위 방폐물을 원전부지 내 계속 보관하는 내용이 담겼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7일 고준위방폐물관리 기본계획안을 행정예고 한 지 20일 만에 확정됐다. 하지만 경주시민을 비롯해 원전이 소재한 지자체들은 의견수렴 없는 일방적인 결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경주시의회는 지난 28일 정부의 이번 기본계획 확정에 대해 성명서를 내고 강력히 규탄했다.
서호대 경주시의회 의장은 이날 “특별법 제32조는 원전 소재 지역주민들이 가장 첨예하게 보고 있는 부지 내 임시저장시설의 설치문제를 사업자인 한수원이 설치하고 운영할 수 있게 규정했다”며 “그 운영기한마저 명시하거나 제한하지 않아 최종처분에 대한 대책은 내버린 채 원전부지 내 저장이라는 임시방편의 길만 열어주는 법으로 이를 결코 수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간저장과 영구처분시설 부지선정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이 특별법안은 원전 내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을 무기한 보관할 수 있게 했다”며 “주민의 수용성이나 합리적인 보상방안 및 지원대책 없이 지역주민의 희생만 강요하고 있는 특별법에 대해 경주시의회는 강력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비판했다.

이에 서 의장은 “경주시의회는 이 특별법을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임시저장에 관한 특별법’으로 판단하고, 특별법의 독소조항 제32조에 대해 전면 재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또 지난 9월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대표로 한 24명의 국회의원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을 공동 발의한 것을 두고 “원전소재 주민들의 의견수렴도 없이 특별법을 발의 및 찬성한 국회의원들에게 강력한 유감과 항의를 표하며, 경주시민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앞서 지난 27일엔 경주시원전범시민대책위원회가 이번 기본계획 확정에 반발하고 나섰다.

대책위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원전소재 지역주민의 의견수렴 없이 일방적인 정책발표 두고 경주시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며 “특히 특별법안에 원전부지 내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에 대해 명시해 고준위 방폐물 보관 장기화 문제가 불가피하게 돼 더욱 더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대책위는 “2016년 정부의 고준위 핵폐기물 반출 약속 미이행에도 불구하고 추가 맥스터 건설까지 양보한 경주시민들을 기만한데 대한 공식 사과와 지금까지의 보관료를 포함한 합당한 보상책을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또 중·저준위 방폐장 유치 당시 약속 미이행에 따른 중·저준위 방폐물 반입 즉각 중단, 중·저준위 방폐물 저장을 위한 2단계 공사 즉각 중단 등을 촉구했다. 또 같은 날 경북도는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 심의·의결 추진에 반대하는 공동건의서에 서명했다. 공동건의서는 원전소재 광역시·도 행정협의회 차원에서 공동 대응키로 한 것으로, 이날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소관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했다.

광역시·도 행정협의회는 경북, 울산, 부산, 전남 등 4개 시도가 참여해 원자력발전소로 인해 발생하는 주요 현안문제에 대해 공동대처와 협력을 위해 만들어진 협의체다.

공동건의서에는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안) 전면 재검토 △원전부지 내 저장시설 설치·운영도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 선정에 준하는 법제화 요청 △원전부지 내 저장시설의 구체적 운영계획을 기본계획에 포함 △원전소재 지역에 투명한 정보공개와 의견수렴 방안 마련 등이 포함됐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주민 의견수렴 없이 일방적인 절차로 추진돼 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 처리 강행을 강력히 반대한다”면서 “지금이라도 주민 의견수렴 등을 통해 기본계획의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주시도 기장군·울주군·울진군·영광군 등 5개 시·군 원전소재 지방자치단체행정협의회와 이번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안과 관련해 공동 대응할 방침이다. 기본계획안과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원전 소재 지역주민과 지자체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수립한 것에 대해 전면철회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기본계획은?
이번에 정부가 의결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기본계획안에는 △고준위 방폐물 관리시설 확보 △원전부지 내 임시저장 시설의 한시적 운영 △고준위 방폐물 관리 전담조직 신설 △고준위 폐기물 관련 특별법 제정 △방폐물 관리 투자계획 등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의 관리 전반에 걸친 로드맵을 포함하고 있다.

정부는 부지선정 절차를 향후 13년 내 마무리한 후 7년 안에 해당 부지에 중간저장시설을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중간저장시설 건설과 병행해 영구처분을 위한 지하연구시설 건설과 실증연구를 14년간 수행 후 10년 내 영구처분시설을 확보할 예정이다. 특별법 제정과 독립적 전담조직 신설을 추진하고, 유치지역을 지원하고 안전관리 기반을 강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영구처분시설 확보 전까지 원전부지 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임시 저장토록 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원전 소재 지역 내 보관이 장기화될 우려가 있다.

현재까지 발생한 국내 사용후핵연료는 총 50만4809다발로, 국내에는 영구처분시설이 없어 원전 내 습식·건식 임시저장시설에 보관 중이다. 그중 48만4076다발은 경주에 있다.

한빛·고리는 2031년, 한울은 2032년, 신월성 2044년, 새울 2066년에 각각 원전 내 저장시설 포화가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원전 소재지와 지역주민들이 원전부지 내 임시저장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어, 정부의 이번 기본계획안 의결을 두고 향후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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