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남부선 폐선로를 활용한 도시재생

경주신문 기자 / 2022년 01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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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승현 공학박사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
지난해 12월 28일 동남권 광역철도망 계획의 하나로 동해남부선이 새롭게 개통했다. 경주 시내를 관통하던 철도 구간은 폐선되고 외곽의 신경주역을 중심으로 포항, 울산으로 이동하는 동해선 복선전철이 개설된 것이다. 이로 인해 기존의 경주역은 기능을 다 하고 신경주역으로 그 역할을 모두 넘겨주게 되었다. 이번 노선 조정과 폐역은 우리 경주에 여러 가지 기회와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철도는 기본적으로 지역의 물리적 단절을 가져왔다. 철로를 사이로 양 지역 간 이동이 원활하지 않게 되면 철로 주변은 도시의 중심이 아닌 경계 지역이 된다. 하지만 이번 폐선은 경계 지역을 중심으로 바꾸는 도시공간구조의 대변혁을 가져오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하여 환경, 역사, 지역경제의 3가지 관점에서 경주발전 방향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먼저 폐선로의 녹지화는 경주가 친환경 도시로 한 단계 더 발돋움하기 위한 출발이 될 수 있다. 이미 경주시에서는 산림청 주관사업인 ‘도시바람길숲 조성사업’에 최종 선정되어 정부로부터 사업비를 확보했다고 한다. 과거 대구는 분지 지역의 특성으로 ‘대프리카(아프리카와 대구의 합성어)’로 불릴 정도로 여름철 무더위로 악명이 높았던 곳이었지만, 시의 적극적인 녹화정책으로 과거의 오명을 많이 벗었다. 최근의 상황은 여름철 최고온도를 기록하는 도시로 오히려 경주가 종종 보도되고 있다. 도시바람길은 경주를 시원하게 만드는 중심 공간이 되어야 한다. 필자는 도시열섬과 바람길 연구차 독일 슈투트가르트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슈투트가르트는 도시 외곽의 숲 지대에서 생성되는 찬 공기를 도시 내로 끌어들이기 위한 녹지축을 조성한 독일의 대표적인 친환경 도시다. 동해남부선이 지나가던 경로는 황성동, 동천동을 지나 경주역사에 이른다. 슈투트가르트의 바람길의 핵심은 외곽의 찬 공기 생성지역과 도시를 녹지로 연결하였다는 데 있다. 단순히 녹지로 연결만 한다면 바람길이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 찬 공기가 만들어지는 지역의 숲과 녹지도 체계적으로 관리되어 실질적인 바람길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다음으로 폐선로를 역사문화 보전의 새로운 기회로 삼아야 한다. 기존 동해남부선은 몇몇 주요 유적들의 허리를 자르고 지나가고 있었다. 동궁과 월지의 일부분과 선덕여왕릉 아래 사천왕사지가 대표적 사례다. 폐선 이후에 일부 노선을 활용하여 신교통수단 도입에 대한 논의도 있는데, 기존 노선을 이용하는 것도 좋지만, 가능한 주요 역사유적의 노선은 일부 변경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이번 폐선을 기회로 일제강점기 역사유적에 대한 고려 없이 부설된 선로로 인해 파괴된 문화유산을 복원하고 보전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는 것이다. 이는 다시 선로와 역사(驛舍)의 두 가지 관점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 먼저 선로와 관련하여 폐선을 지역경제 활성화의 방안으로 활용한 사례는 국내에서도 여러 찾아볼 수 있다. 서울 연남동도 과거 경의선 철도가 지상으로 지나가던 곳이었다. 지금은 폐선로 부지를 공원화한 경의선숲길이 조성되어 있다. 더욱 주목할 점은 경의선숲길 주변은 황리단길처럼 옛 주택을 개조한 카페와 식당들이 들어서면서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 된 것이다. 이전 철도가 있었을 때는 주택지의 경계였지만 지금은 경의선숲길을 통해 현재 ‘연트럴파크’로 불리는 최고의 명소가 되었다. 그리고 경주역의 넓은 유휴부지는 향후 활용 방법에 따라 도심 활력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 쇠퇴한 시내 지역의 상권 활성화를 끌어낼 핵심 공간이 조성될 수 있도록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경주의 폐선과 철도 노선변경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도시가 성장함에 따라 예전 경주읍성 북쪽을 지나던 철로를 현재의 황성동 지역으로 이설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당시 폐선 터는 주택지로 개발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그때는 지금과 같이 공원과 같은 용도로 폐선로 지역을 활용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적을 때긴 했지만, 만약 당시에 도시녹지를 조성하였다면 어떠했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이번 폐선으로 확보된 기회의 땅은 경주의 미래를 위한 도시재생의 핵심 공간으로 조성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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