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논란 속 신축됐던 시장 관사, 국제문화교류관으로 변신해 시민 품으로…

1990년 관사 신축 당시 ‘예산낭비’ 비판
2011년 관치시대 유물 ‘관사 폐지’ 주장
2019년 경주시국제문화교류관으로 개관

이상욱 기자 / 2022년 01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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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경주시국제문화교류관으로 탈바꿈한 ‘경주시장 관사’가 30여년 전 신축 당시 반대여론이 상당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관사 용도로서는 거액의 예산을 들인데다가 그 규모마저 커서 반대의견이 많았다는 것이다.
본지 제15호(1990년 3월 23일자) 발행 신문 1면은 ‘현실 무시한 관사 신축’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당시 여론을 전했다. ‘3억여원 투입, 사정동에 시장 관사’, ‘신축공사 거액 투입 비해 용도 미지수’라는 부제도 달았다.

↑↑ 본지 제15호(1990년 3월 23일자) 발행 신문은 당시 시장 관사 신축과 관련해 예산과 규모 면에서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시민 여론을 기사화했다.

당시 보도된 기사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취재는 시장 관사의 신축공사 전체공정 35%가 되던 시점에 이뤄졌다. 그 당시 골조공사가 마무리되면서 건물의 본체가 모습을 드러내자 그 규모를 두고 시민들의 반대의견이 나왔다.

당시 취재기자가 파악했던 관사 신축 예산은 2억8000여만원이었다.
건축 규모는 대지 415평에 건축면적 88평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 같은 관사의 규모와 관련해 일각에서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이유로는 먼저 현재 시청사가 비좁아 사회과 등 일부 부서가 도로를 사이에 두고 업무를 보고 있는데다, 건물 자체가 낡아 이전 필요성이 대두되는데도 예산상 문제로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경주시의 재정 형편을 들었다.(당시 시청사는 구 시청, 즉 노동청사를 지칭한다) 또 시내 곳곳에 영세민 거주지 이전 문제 등을 고려하면 3억원에 가까운 예산을 들여 시장 관사를 신축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당시 경주시 관계자는 “신축 관사는 안동, 포항 등 타 도시의 시장 관사 규모로 볼 때 결코 지나친 것이 아니며, 앞으로 선출될 민선시장의 사용까지 고려한 건물”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신문은 일부 공무원들도 ‘일의 선후를 무시한 처사’라는 의견을 내고 있다고 재차 지적하기도 했다. 또 ‘신축공사 1억7050만원을 제외한 1억여원으로 관사 지붕의 특수 골기와와 연희실 시설, 외벽의 전벽돌 구입 등 각종 자재를 조달할 예정’이라며, 이에 대한 여론의 화살을 맞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기사를 마무리했다.

당시 논란 속에 신축된 시장 관사는 21여년이 흐른 2011년 다시 거론됐다.
시민단체가 ‘관치시대 유물 시장관사 없애라’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

↑↑ 이후 21여년이 지난 본지 제994호(2011년 6월 13일자)에서는 경주경실련이 시장 관사 폐지를 촉구하는 성명서에 대해 분석 보도했다.

경주경실련은 그해 6월 8일 성명서를 통해 “지방자치가 시작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는 구시대 유물인 관치시대의 찌꺼기가 남아 있다”며 그 대표적인 사례가 ‘시장관사’라고 했다.
그러면서 “관선 시장 시대 때 지어진 관사는 경주의 특성상 내·외빈을 접대한다는 명분으로 지어졌으나 공식 접대용으로 사용됐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고도 했다.

경주경실련은 “경주시는 관사를 공개 매각해 시 재정에 보태거나 어린이집 또는 복지시설로 이용하는 것이 진정한 지방자치의 실현을 앞당기는 결과가 될 것”이라며 “관선시대 유물인 시장관사를 즉시 처분하든지 아니면 다른 용도로 시민들에게 돌려주고 시장도 엄연한 시민으로서 자기 집에서 당당하게 출퇴근하는 멋진 시장이 돼줄 것을 바란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경주시 관계자는 “경주는 세계적인 역사문화관광도시로 해외에서 주요 내빈들이 많이 오는데 그들을 편안하게 초청하기 위해 관사가 활용되기 때문에 존속돼야 한다”며 “일부 시·군에서는 자치단체장의 관사를 다른 공간으로 활용하는 곳이 있지만 경주와는 여건을 비교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경주의 위상을 위해서라도 관사는 있어야 한다”고 관사 존치의 필요성을 내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그 이후로는 관사와 관련한 공개적인 주장은 제기되지 않았고, 그렇게 또 시간은 흘렀다.
그러다 지난 2018년 6.13 지방선거 당시 시장 관사에 대해 재차 거론되기 시작했다.

주낙영 시장이 지방선거 후보 시절 시장 관사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우면서다. 주 시장은 그해 7월 민선7기 경주시장으로 취임 후 시장 관사 폐지를 본격화했고, 1년여 뒤인 2019년 9월 경주시국제문화교류관으로 새단장해 운영에 들어갔다.

↑↑ 지난 2019년 9월 시장 관사에서 국제문화교류관으로 탈바꿈한 이곳에서 작은 결혼식이 열리는 등 소통의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곳에는 현재 전시 및 교류 공간, 회의실 등으로 꾸며졌다.
전시 공간에는 국제교류 수장품 40여점, 국내외 교류사진 20여점, 우호도시를 소개하는 세계지도 등이 전시돼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또 교류공간과 회의실은 국제교류 및 기업투자유치 협약, 사랑방 좌담회, 통상교류단 영접, 일자리창출 간담회, 초청인사 교류의 장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시민들을 위한 작은 결혼식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어 호응을 얻고 있다. 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9일까지 공식 집계된 입장객은 3083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경주시장 관사는 지난 1990년 12월 31일 완공돼 전임 시장들이 거주해오다 29여년이 지난 뒤인 2019년 9월 21일 국제문화교류관으로 변신해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온 것이다.

관치시대 유물로 여겨졌던 시장 관사가 본격적인 지방자치시대를 맞아 시민 소통공간으로 변모하게 된 하나의 좋은 사례로 남을 듯하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다다익선(多多益善)의 뜻처럼 기왕 시민에 품으로 돌아온 시장 관사를 지금보다 더 친숙하고 접근성 높은 공간으로 활용하는 노력도 멈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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