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원한 금관총, 더 큰 그림 그리자

경주신문 기자 / 2022년 08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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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관총이 현재적인 재해석을 통해 복원·정비를 끝내고 지난 16일부터 일반에 공개하고 있다. 국내 고분 가운데 신라금관이 최초로 발견된 금관총은 오랜 세월동안 우여곡절 끝에 첨단 유적 전시관으로 탈바꿈했다. 일제강점기인 1921년 경주시 노서리 한 주막집 뒤편 언덕에서 주인이 집을 넓히려고 파헤친 것이 금관총 대발굴의 시작이었다. 당시 이 무덤에서 금관이 최초로 발견돼 황금의 나라 신라의 실체를 확인시켰다. 그로부터 94년이 지난 2015년 국립중앙박물관은 일제강점기 때 조사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재발굴했다. 재발굴을 통해 그동안 알려져왔던 신라 돌무지덧널무덤의 축조과정과 구조의 가설을 뒤짚을만한 성과를 거뒀다.

그 결과를 토대로 신라 특유의 돌무지덧널무덤을 쌓았던 축조 방식과 이중곽의 덧널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변신시킨 것이 이번 금관총 복원의 핵심이다.

정비·복원된 금관총 내부로 들어서면 고분 정비 사상 최초로 돌무지덧널무덤의 주요 축조구조물인 목조가구를 실물 크기로 재현한 것이 눈에 띈다.

중앙박물관이 재발굴 신라시대 당시 무덤의 돌무지를 쌓기 전 목조가구 시설의 흔적을 확인했던 성과를 되살린 것이다. 소나무 원목을 쓴 이 구조물은 높이 4.7m, 평균 굵기는 20㎝에 달한다. 돌무지를 쌓기 위해 바닥 곳곳에서 발견된 구멍에 목조가구를 세우고 그 사이에 정연하게 강돌을 채워 넣어 신라시대 돌무지덧널무덤 축조양식을 재현했다.

또 눈여겨 볼만한 것은 무덤 중앙의 이중곽의 덧널(木槨)이다. 일제강점기 조사 때보다 더 크고 높을 뿐만 아니라 외부에 덧널이 하나 더 있는 이중곽을 확인해 그대로 재현했다.

무덤 바닥 가운데 관 자리와 이를 두 겹으로 둘러싼 길이 6.4m, 폭 4.2m 규모의 대규모 목곽을 복원한 것이다.

이외에도 무덤 축조 과정을 그래픽 동영상으로 볼 수 있는 첨단 증강현실 AR기법의 모니터 영상 등을 설치해 방문객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이 같은 역사적 의미를 담고 있는 금관총이 문을 열었고, 내년 상반기경에는 금관총과 연결된 고분정보센터 조성 공사가 완료되면 볼거리는 더욱 풍성해진다.

이에 따라 이번 금관총 복원이 그 자체만의 의미를 넘어 더 큰 그림이 필요해 보인다.
대릉원 내 ‘천마총’을 비롯해 쪽샘44호 적석목곽묘에 조성한 ‘쪽샘유적발굴관’까지 신라 고분을 들여다볼 수 있는 유적이 3곳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3곳의 신라고분은 각각 다른 형태와 특성을 갖고 있다. ‘천마총’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시피 1973년 발굴 후 당시 고분 내부를 관람할 수 있는 유일한 고분이었다. 금관과 천마도가 그려진 말다래를 비롯한 1만1500여점의 귀중한 유물이 출토된 곳이다. 지난 2017년부터 약 11개월간의 리모델링을 거쳐 지난 2018년 7월 재개관했다.

천마총은 출토된 유물 전시가 특징이라면, 이번에 복원된 금관총은 돌무지넛널무덤의 축조양식에 초점을 맞췄다.

그리고 지난 2014년 3월 개관한 쪽샘유적발굴관은 신라지역에만 대표적으로 존재하고 있는 돌무지덧널무덤의 발굴조사 과정을 직접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부연설명하자면 쪽샘유적발굴관은 경주 쪽샘 44호 고분에 조성한 것으로, 신라시대 최상위급 여성의 무덤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지난 2020년 12월 그동안 발굴을 통해 금동관, 금드리개, 금귀걸이, 가슴걸이, 금은팔찌, 금은반지 등의 장식이 출토돼 무덤의 주인공은 150㎝ 정도의 왕족 여성으로 추정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처럼 3곳의 신라고분은 각각의 특성과 형태를 달리 하고 있다.
그런 만큼 3곳의 신라고분을 연계·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또 이들 유물이 위치한 곳이 도심상권과 전통시장 등이 인접해 있다는 점도 이 같은 방안 마련의 필요성을 더하고 있다. 특히 금관총은 황리단길과 도심 사이에 위치하고 있어 상권 활성화에 거는 기대감도 벌써부터 높아지고 있다.

경주시의회는 지난 2015년 금관총 재발굴 당시 이를 복원 또는 재현해 관광자원화할 것을 문화재청에 건의한 바 있다. 이는 이번 금관총 복원이 고고학적 연구결과 뿐만 아니라 새로운 관광자원화도 담겨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대목이다.

정비·복원된 유적과 그 자체에 스토리텔링을 접목하고, 보존과 함께 적극적인 활용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끌어낸다면 더 바랄 것이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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