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의 약속을 지켜라!

경주신문 기자 / 2022년 10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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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근
경북원자력
안전정책연구소장
“탈원전 정책을 폐기함으로써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의 원전 산업을 다시 살려냈고, 원전 세일즈 외교 덕분에 해외 원전 발주 움직임이 시작됐고, 앞으로도 제가 직접 발로 뛰겠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월 17일 취임 100일을 맞이하여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전 정부에서 추진했던 ‘에너지 전환 정책’(탈원전)을 차별화 하려는 지금 정부의 원전 확대 정책은 곳곳에서 파열음이 일어나고 있다. 탄소중립을 지켜야 하고, 한전 적자를 메울 전기요금 인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과 공급망 불안은 에너지 안보와 글로벌 에너지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원자력에너지가 최고의 대안이라고 지금 정부는 생각하는 것 같다.
 
원전 부흥 정책이 가져올 또 다른 지역 갈등과 안전에 대한 문제는 뒷짐 지고 오로지 원전 살리기에만 올인을 하다보면 5년 후에 국민적 저항을 또 어떻게 감당할지 걱정이 앞선다. 윤석열 정부의 ‘새 정부 에너지 정책 방향’을 살펴보면 2036년까지 12기의 원전을 수명연장 하겠다고 한다.
 
우리 지역 경주에 있는 월성 2호기가 2026년, 월성 3호기가 2027년, 월성 4호기가 2029년에 설계수명이 완료되는데 지금 정부 방침대로라면 설계수명을 연장할 것 같다. 문제는 사용후핵연료(고준위핵폐기물)처리다. 1978년 고리 1호기 원자력발전소 상업가동을 시작으로 우리나라에서 사용후핵연료(고준위핵폐기물)관리를 논의 한지가 44년이나 흘렀다. 아직도 법제화조차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정부는 1983년부터 고준위핵폐기물 처분 부지 확보를 위해서 9차례나 노력했지만 국민적 저항 앞에 성과 없이 끝나고 말았다.
 
지난 8월 31일 대구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이인선 국회의원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및 유치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을 대표발의 했다. 8월 30일에는 구미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김영식 국회의원, 작년 9월 15일에는 서울에 지역구를 둔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국회의원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올해 안에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이 만들어질지 두고 볼 일이다. 문제는 이런 중대한 법안을 두고 정부(산자부)는 원전소재 지역(경주, 고리, 울진, 영광, 울주)주민들의 의견을 제대로 청취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이나 원자력학회, 방폐물학회, 원자력연구원, 한수원, 원전산업계 등 원자력 유관기관들의 친원전 인사들을 중심으로 토론회, 세미나, 공청회를 열어서 언론을 통해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이것은 대단히 잘못된 생각이고 원전소재지역 주민들의 거센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원자력 강국, 원전 수출, 원전 생태계 복원, 소형묘듈원자로(SMR)’ 등 원전 부활도 좋지만 엄청나게 높은 열과 강한 방사선이 나오는 고준위핵폐기물 처리문제도 매듭을 지어야 한다.
 
이제 경주상황을 점검해 보자. 전국에 24기의 원전이 가동 중에 있다. 이중에 경주는 중수로형의 월성 1호기가 폐쇄되었고, 월성 2~4호기는 가동 중이며, 경수로형의 신월성 1~2호기가 가동 중이다. 그래서 경주에는 5기의 원전이 가동 중에 있다. 여기서 나오는 사용후핵연료(고준위핵폐기물)가 경주 월성원전에 중수로 48만996다발, 경수로 658다발 등 총 50만1519다발이 임시저장 되어 있는데, 경주는 월성2~4호기가 중수로 특성상 사용후핵연료가 많이 나온다.
 
국무총리 산하 제253차(2004.12.17.) 원자력위원회 회의에서 2016년까지 월성원전 내 임시보관중인 사용후핵연료를 다른 곳으로 옮긴다고 의결했기에 경주시민 10명 중 9명(89.5%)의 찬성률로 지난 2005년 11월 2일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을 경주로 유치를 했다.
 
또한 대한민국 국회에서 2005년 3월 31일 법률 제7444호로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의 유치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18조엔 “사용후핵연료 관련시설은 유치지역 안에 건설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분명히 명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여·야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안에는 30년간 경주 월성에 임시로 저장한 48만 다발의 사용후핵연료(고준위핵폐기물)의 보관세를 주겠다는 이야기는 법안에 한 줄도 없다.

경주시민들과 동경주 지역주민들에게 제대로 된 보상을 하지 않으려고 산자부와 한수원은 배짱을 부리고 있다. 화장실 없는 고급 펜션 주택을 지어놓고 무허가로 지금까지 운영하다가 임시화장실을 만들어 주었더니, 이제는 고마움도 모르는 정부의 처사에 화가 날 지경이다.
 
2016년까지 사용후핵연료(고준위핵폐기물)을 갖고 나가겠다는 정부의 약속을 지금이라도 지키든지 아니면 보관세를 주든지 정부(산자부)는 선택하라. 소통이 안 되는 정부라면 때로는 투쟁만이 경주가 살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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