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예방과 사례의 효율적 관리위해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 필요
학대피해아동 사례관리에 효율적
이재욱 기자 / 2023년 02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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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북도 아동학대 통계(2019년~2021년) 자료에 따르면 경북 23개 시·군중에서 경주지역은 신고건수가 포항시, 구미시, 경산시에 이어 4번째로 높고, 아동학대사례 판단 건수로는 구미시, 포항시, 경산시, 칠곡군, 안동시에 이어 6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을 제외한 상위 순위 도시들은 집단 사례(어린이집, 학교, 시설)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고, 일반적인 상담건수도 포함되어 있어 경주지역에 비해 신고건수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감안하더라도 지역의 경우 신고건수와 판단 건수의 차이가 크지 않아 아동학대에 대한 발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본지는 지난호에 이어 지역만을 전담하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의 필요성에 대해 보도하고자 한다. 이번호는 경상남도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독립해 개소한 양산시아동보호전문기관 이미희 관장과 진주시아동보호전문기관 안지현 관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설립 배경과 운영 등에 대해 들어봤다.
↑↑ 안지현 관장.
경상남도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별도 발족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양산시아동보호전문기관
2000년 경상남도아동보호전문기관(경남 창원시 소재)이 개관해 경상남도 내 아동학대예방사업을 실시했으며, 양산시 내에서 발생하는 아동학대사건에 대한 현장조사 및 사례관리 등 아동학대예방사업을 실시하고 있었습니다.
양산시는 신도시 개발사업으로 인해 유입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아동학대 신고접수 건수가 급격하게 증가하게 되었으며, 아동학대사건을 경상남도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모두 개입하기에는 지리적인 접근성 및 신속성의 한계가 있었습니다.
양산시의 아동학대사건 개입에 대한 지리적인 접근성 및 신속성의 한계 등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2014년 10월 경상남도아동보호전문기관 양산사무소(양산시 북부동 소재)가 개소해 현장조사 및 사례관리 등 아동학대예방사업을 수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양산시는 지속적인 인구 유입으로 인해 아동수 및 아동학대 신고접수 건수가 증가함에 따라 양산사무소에서 현장조사 및 사례관리 등 아동학대예방사업을 수행하는데 한계가 있어 양산시에서 아동보호전문기관 설치를 적극적으로 추진했고, 이에 지난 2021년 11월에 양산시아동보호전문기관이 개소해 학대피해아동 사례관리를 포함한 아동학대예방사업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 진주시아동보호센터 전경.
△진주시아동보호전문기관
지난 몇 년간 통계를 살펴보면, 경남서부권역에서 발생한 아동학대의 절반 이상이 진주시 아동이었습니다.
진주시 아동 인구 밀집도가 경남서부권역의 56%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니 아동학대 발생률이 높은 것은 당연했고, 아동 인구가 많은 김해, 창원, 양산에서도 아동학대 발생률이 높게 나타나 2015~2021년 3곳의 아동보호전문기관이 별도로 개소했습니다.
이에 진주시도 아동학대 발생률이 높은 점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경남서부권역에서는 처음으로 아동보호전문기관을 개소하게 됐습니다.
진주시아동보호전문기관 개소로 진주지역 학대 피해 아동과 가족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졌고, 재학대 예방을 위한 집중적 지원, 지자체 및 유관기관과 협력해 예방사업을 보다 적극적으로 펼칠 수 있게 됐습니다.
지역만을 전담하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생기고 나서 학대 피해 아동 사례관리의 효율성은?
△양산시아동보호전문기관
광역자치단체로 아동보호전문기관이 개입할 경우 지역본부를 중심으로 사례관리가 수행돼야 하며, 이는 지리적으로 멀리 있는 지역들은 접근성 및 신속성이 떨어져 사례관리를 면밀하게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합니다.
시·군·구 단위로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이 설치될 경우 해당 관할지 내 학대피해 아동 가정에 신속한 개입과 면밀한 모니터링으로 심층적인 사례관리가 진행될 수 있고, 이는 재학대 발생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또한, 시·군·구 단위의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이 설치될 경우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여 아동학대예방 사업을 수행할 수 있으며, 지역사회 내에서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개선사업을 적극적으로 수행해 결과적으로는 아동학대 발생을 예방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됩니다.
실제로 양산시아동보호전문기관이 개소하고 나서 양산지역에서 발생하는 학대피해 아동에 대한 사례관리가 많이 수월해졌습니다.
△진주시아동보호전문기관
무엇보다도 효과적인 것은 학대피해아동 사례관리입니다.
아동학대전문상담원들은 권역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여러 시·군·구를 담당할 때 방문상담보다 전화상담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수의 사례들이 초기상담 외에는 대부분 전화상담으로 관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원거리에 거주하는 사례의 가정방문을 다녀오면 하루 해가 저문다고 할 만큼 많은 시간을 소요하고, 약속을 어기는 사례의 경우 상담은 못하고 시간이나 출장비만 날리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입니다.
상담원들은 가정방문을 통해 피해아동의 상태를 자주 살피고, 재학대가 발생하지 않는지 점검해야 하지만, 관리해야 하는 사례수나 서비스제공량 등을 감안할 때 어쩔 수 없이 효율적인 방법(전화상담)을 선택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시·군·구 단위의 기관에서는 가까운 거리에 아동이 거주하고 있으니 방문상담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아동안전점검 및 재학대 유발요인을 미리 차단할 수도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가정내 학대가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학대피해아동과 학대행위자인 부모-자녀 관계 개선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가족기능강화프로그램)가 제공되어야 근본적 문제해결이 가능한데, 이 또한 접근성이 중요한 변수가 됩니다.
지역만을 전담하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의 필요성은?
△양산시아동보호전문기관
보건복지부에서는 2025년까지 아동보호전문기관 120개 설치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지역 내에 발생하는 아동학대사건에 대한 신속한 개입과 대처를 원활하게 하여 심층적인 사례관리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이 설치돼야 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또한, 아동학대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서 아동학대예방을 위한 교육,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개선이 필수이므로 아동학대예방사업 수행의 접근성을 높여 실시할 수 있는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의 증가가 필요합니다.
△진주시아동보호전문기관
2000년~2001년 사이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1곳과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 16곳이 개소했습니다.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은 도 단위의 거점 아동보호전문기관이었고, 각 도별 시군구 아동학대를 모두 담당했습니다.
그러나 해가 갈수록 아동학대 발생이 증가하자 2004년부터 권역아동보호전문기관이 설치됐고, 경남의 경우 경남서부아동보호전문기관이 설치돼 경남아동보호전문기관은 동부권역을, 경남서부아동보호전문기관은 서부권역을 담당했습니다.
이렇게 권역을 나누어 기관이 설치됐을 때 경남에서 관리하는 상당수의 아동학대 사례는 기관이 위치한 창원지역이었습니다.
경남서부 역시 절반 이상의 사례가 기관이 위치한 진주지역에 분포되어 있었습니다. 전라남도의 경우도 기관이 위치한 순천지역 사례가 많고, 전남서부의 경우도 기관이 위치한 목포 사례가 많았습니다.
이처럼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이 위치한 지역의 아동학대 사례수가 많은 것은 아동인구 밀집도가 높은 지역인 이유도 있지만,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설치되면 아동학대예방사업(아동학대 신고의무자교육, 홍보, 캠페인 등)이 펼쳐지기 때문에 지역민들의 아동학대 감수성이나 인식도가 높아집니다.
따라서 아동학대 의심사례 신고가 증가하고 아동학대 발견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한국의 아동학대 발견율은 다른 선진국가 대비 절반 수준에 불과한데, 전문가들은 발견율이 낮은 것을 아동학대 발생이 적다는 의미보다 아동학대 감수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해석합니다. 결론적으로 시군구 단위의 기관이 늘어나면 아동학대예방에 큰 효과가 있습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상담원의 직접개입 외에도 지역 내 심리상담센터나 복지관 등의 아동보호체계를 구축하고 업무협력을 시도하며, 시·군·구 아동보호전문기관의 경우 지역 안에서 네트워크 구축이 용이합니다. 그러나 여러 시·군·구를 담당하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의 경우 네트워크 구축의 지역 범위가 넓고 관리가 어려운 문제점이 있습니다. 결국 상담원들의 부가업무가 늘어나게 되고, 고유업무(사례관리나 아동학대예방사업)에 집중하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래서 인구밀집도, 지역규모가 거대한 경기도의 경우 전국 아보전 기관수(85곳)의 23%에 해당하는 20곳 이상이 설치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