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국사로 시작하여 감은사로 창건되다(4)

각각 보물로 지정된 감은사지 동서 삼층석탑 사리장엄

하성찬 시민전문 기자 / 2023년 03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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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로부터 동 석탑 사리함, 사리기, 서 석탑 사리함, 사리기, 수정으로 만든 병

↑↑ 하성찬 시민전문기자
사리(舍利)는 범어로 sarira라고 하며, 진신사리와 법신사리로 구분된다. 진신사리는 부처님의 결정체인 유골이고, 법신사리는 부처님의 정신이 깃든 불경이다. 탑을 세우는 목적은 그 내부에 있는 이 사리를 봉안하는 것이다.


『삼국유사』 「탑상」편 ‘전후소장사리’조에 의하면 진흥왕 때 중국 양나라에서 사리 몇 알을 보내왔고, 선덕여왕 때에 자장법사가 부처님의 머리뼈, 치아, 불사리 100알 등을 가져와서 황룡사와 태화사, 그리고 통도사에 안치했다고 했다. 유감스럽게도 이곳 감은사 사리는 부처님의 진신사리라는 기록이 보이지 않는다. 어떤 이는 이 탑 안에 모신 사리가 문무대왕의 유골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감은사지 동서의 두 탑 중 서탑은 1959년 12월에 해체, 보수되었는데, 해체 당시 3층 탑신의 상면 사리공에서 사리장엄구가 창건 당시의 상태로 발견되었다. 이 사리공 속에 사리를 모시기 위한 청동제 사각함과 그 안에 있던 사리기로 구성되었다.


사리기를 넣었던 사리감은 청동으로 만들었는데, 발견 당시 몹시 부식된 상태였다. 사각형의 상자의 윗면은 완만한 원뿔모양의 뚜껑이 있는 형태로, 전체 높이가 약 31㎝ 정도 된다. 사리함의 네 옆면에는 각각 사천왕상이 1구씩 별도로 주조되어 있었고, 그 양옆에는 각각 동그란 고리가 달려 있다. 주위는 꽃무늬로 장식하였는데 이는 모두 동판에 따로 새겨 작은 못으로 고정되어 있다. 가장자리에는 꽃과 잎무늬로 가득 메운 장식판을 이용해 단을 돌렸는데, 뚜껑의 둘레에도 마찬가지로 단을 돌렸다. 네 문을 지키고 있는 사천왕상은 이국적인 얼굴과 갑옷 등의 표현에서 중앙 아시아적인 요소가 많이 확인된다.


청동으로 만든 내부의 사리기는 정사각형의 기단과 사리병을 모신 몸체, 그리고 수정으로 만들어진 보주의 3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사리기의 기단과 몸체 부분은 비교적 보존 상태가 양호하나, 그 윗부분인 기둥과 전개 부분은 원형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부식되었다.


사리기의 기단은 안상을 새기고 신장상을 배치하였으며, 기둥을 세운 형식이다. 기단의 맨 위에는 난간을 돌리고, 중앙에 안치된 사리병을 중심으로 4구 주악상을 배치하였고, 그 사이마다 4개 동자상을 따로 끼워 놓았다. 사리병은 다리가 달린 화염보주형의 청동호 안에 안치되었다. 사리병의 뚜껑은 은제로 투조하였다. 사리함 내부에는 사리를 집을 때 사용한 작은 숟가락 집게도 함께 발견되었다. 그 위에는 수정으로 만든 보주를 올려 놓았다.

동삼층석탑은 1996년도에 해체 · 수리하면서 사리장치를 발견하였다. 서삼층석탑의 사리기와 구조가 비슷하며, 바깥을 감싸고 있는 외함과 안쪽의 사리기, 그리고 사리병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외함의 네 벽면에는 사리를 수호하는 사천왕상이 표현되어 있으며, 사천왕상의 주변에는 구름무늬를 새겼고 좌우에는 귀신의 얼굴 모양을 새긴 고리가 배치되어 있다.


내함은 기단부, 몸체, 천개의 3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기단부의 네 모서리에는 별도로 만든 사자가 있으며 기단면에는 안상의 장식을 크게 투조하였다. 그 내부에는 신장상과 공양보살상이 각각 돋을새김으로 장식되어 있다. 몸체의 중앙에는 사리를 넣어둔 복발형 용기를 중심으로 사천왕과 승상을 각 4구씩 따로 만들어 배치하였으며, 외곽으로는 난간을 돌리고 네 모서리에 대나무 마디 모양의 기둥을 세워 화려한 장식의 천개를 받치고 있다. 수정으로 만든 사리병은 정교하게 금알갱이로 장식된 뚜껑과 받침, 그리고 원판 수정제 받침, 금동제 투조 받침 등과 세트를 이루고 있다.

노자 『도덕경』 45장에 ‘대교약졸(大巧若拙)’이라는 말이 있다. ‘큰 기교는 마치 서툰 듯하다’는 뜻이다. 여기서의 졸은 그냥 단순히 서툰 것이 아니라 겉으로는 서툰 듯이 보이지만 사실은 기교의 최고 경지에 있다는 것이다. 혹 노자가 『도덕경』을 저술할 때 훗날 이 사리장치를 예상한 것은 아닐까?


이곳 감은사의 사리장엄구는 부여 왕흥사 및 미륵사 사리장엄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사리장엄’의 하나로 꼽는 걸작이다.


감은사지삼층석탑에서 나온 사리장치는 모두 보물로 지정되어 있으며, 서탑의 사리장치는 국립경주박물관, 동탑의 사리장치는 국립중앙박물관이 각각 소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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