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경이 아름다운 경주, 함께 고민해야 할 숙제는?

경주신문 기자 / 2023년 06월 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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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병웅
순천향대학교
관광경영학과 교수
경주 건천이 고향인 필자가 초등학교 시절인 73년도 부산으로 수학여행을 갔었다. 경주보다 큰 도시로 여행을 갔다는 기분과 더불어 바라봤던 부산항의 불빛과 도시 부산의 먼 야경이 지금껏 기억에 남는다.

한국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지라 어린 마음에 가까운 거리는 가로등으로 환하게 비추고 있었고, 먼 도심의 간판과 네온사인이 제법 눈에 띄었다.

불야성을 이루는 야간의 밝기가 문명의 척도처럼 여겨지고 있다. 야간 활동이 늘어나고 관련 산업이 발달하면서 야간 업무 종사자도 증가했고 이러한 야간산업의 발달은 여가문화에도 영향을 주고 또 24시간 소비생활을 촉진하고 있다. 현대의 생활이 생산성이 높아지면서 24시간을 극대화하려는 라이프 스타일이 등장하고 이러한 야간문화활동의 증가는 야간소비시장에 활력을 제공하고 있다.

밤에 놀고 운동하고 문화생활하는 야간형 인간이 증가하는 추세이다. 압구정에 위치한 특급호텔은 성수기 비수기 없이 스탠다드급 1일 숙박요금이 30만원을 상회하는데도 거의 만실을 이루고 있다. 그 주변 도심에는 특별히 아름다운 풍광이 있지도 않다. 다만 객실 인테리어를 아트갤러리처럼 장식해 놓은 것이 눈에 띄긴 한다. 마치 배부른 자에겐 외식이 여가이듯이 휴식과 피로를 풀기 위한 생물학적 필요를 넘어선 수면(잠)은 여가가 될 수 있구나 하는 느낌이다. 당연히 이 수면의 배경이 되는 밤은 문화산업의 한 부류가 되는 셈이다.

뿐만아니라 밤은 여가와 감성의 시공간이다. 일상생활은 물론이고 비일상생활도 쉬이 야간을 점령하는 현상이다. 홈플러스 모바일 쇼핑을 하는 2-30대가 82%를 차지하고 야간 매출이 높다는 기사가 있다. 또 컬러공으로 야간골프도 유행한다. 야간 활동 인구가 늘어나니 타임세일을 하여 대형 마트의 야간 매출이 대폭 증가하고 있다. 야간 스포츠용품의 매출도 증가하고 있다. 더구나 여름이 되면서 유통업체 실내온도 제한에 선선한 저녁시간에 고객이 몰려, 오후 6시에서 저녁 8시 사이에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고도 한다. 여름철에는 대낮 폭염을 피해 야간관광을 즐기는 관광객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의당 지자체들은 야간관광활성화를 위해 야간관광콘텐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야간관광프로그램은 도시의 만족도와 충성도, 활력도를 높여 도시 브랜드 가치를 제고시킨다는 연구도 있다. 낮시간에 관광코스만으론 관광객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한계가 있고 어떤 목적의 방문이든 숙박하는 경우는 야간 활동거리를 찾게 된다. 거꾸로 야간 활동을 하게 되면 숙박을 하게 되고 그 지역 방문 체류시간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야간관광인프라의 구축은 장기 체류형 관광지 발전에도 큰 역할을 한다.

때문에 전국적으로 야간관광을 활성화하자는 붐이 일어나고 있다. 1곳을 뽑는 야간관광공모사업에 20개 가까운 지자체가 응모했을 정도다. 관광체류기간을 늘리고 관광지를 활성화하는데 야간관광은 기본이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야간은 여가와 놀이가 지배하는 비일상 시간인 만큼, 쉬이 몰입이 일어나고 그 지역사회에 감정적으로 밀착하기가 훨씬 용이하다. 그만큼 지역에 대한 로얄티도 증가한다. 야간관광이 활성화된 데는 이러한 필요성과 정보화와 기술의 발달로 야간 활동에 대한 장애가 많이 극복된 측면도 있다. 이래저래 최근 경주의 야경도 참 아름다움을 더하고 있다. 월정교와 대릉원 금장대 아래 애기청소가 기존의 임해전이나 불국사의 야경과 더불어 유명세를 타고 있다.

하지만 경주의 야간관광을 활성화하기에는 여러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 우선 스토리가 있는 볼거리, 특화된 먹을거리, 값싸고 질 좋은 살 거리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아우르는 각종 야간 콘텐츠와 프로그램이 있어야겠다. 전시성 상거래 중심의 공간이 아닌 생활문화 중심의 자연스러운 삶이 녹아든 장소로서 관광코스가 제공되어야 하겠다.

국내외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빛 축제 도입도 검토할만한 사항이다. 야간 걷기와 야간 레포츠 활동도 장려할만한 일이다. 접근성도 높여야 한다. 치안이나 안전사고 예방대책에 더욱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역으로 빛 공해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밝은 빛을 이용하는 관광이 야간관광이라면 그 역설도 가능하다는 뜻이다. 칠흑의 밤과 숙면 프로그램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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