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부모의 것이 아닙니다

경주신문 기자 / 2023년 12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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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미 경주 아줌마
영화 <스위치>를 아는가?

바람둥이 남자가 갑자기 죽었다. 남자와 여자의 목소리가 등장하는데 영혼의 심판자이다. 죽은 남자를 천국으로 보낼 것인지 지옥으로 보낼 것인지 결정을 해야 하는데, 좀처럼 결론이 나지 않는다. 결국 다시 남자를 이승으로 보내, 남자를 진짜로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게 된다면 천국으로 보내기로 결론을 내린다.

그러나 워낙 바람둥이였던 남자였기에 다시 여자가 진심으로 자신을 사랑하게 만들 수도 있으니 남자를 여자로 만들어 이승으로 보낸다. 여자가 된 남자(여남)는 살았을 때 만났던 여자들을 하나둘 찾아가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했는지 묻게 된다.

그러나 자신이 그녀들을 함부로 대했으며, 여자들은 상처를 받았거나 자신과 같이, 그녀들도 진심으로 여남을 사랑하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 실망한 여남은 남자인 친구를 찾아가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이야기는 여차저차 진행되고 여남의 천국행은 갈수록 멀어지는 것 같다. 그런데 하룻밤의 실수로 친구와 자게 되었고, 임신하게 되었으며 출산하게 된다. 갓 태어난 딸이 손가락으로 여남의 손가락을 쥐는 순간, 여남은 다시 죽게 된다. 드디어 여남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여자를 찾게 된 것이다.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은 무엇일까?
아줌마는 남편에게 고백했었다. 당신을 너무 사랑하지만, 당신이 죽는다고 따라 죽지는 않을 것이라고. 그러나 아이들이 위기에 처했을 때, 내가 대신 죽어 아이들을 살릴 수 있다면 나는 죽을 수 있다고. 어렸을 때부터 죽음을 엄청 무서워하는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이 너무 신기하다고.

모성애를 나타내는 유전자도 있다고 하더라. 아줌마도 안다. 그 유전자를 일부러 없앤 쥐는 모성애가 없 라고. 하지만 그것으로 다 말할 수 있을까?

부성애는 또 어떤가? 아이를 몸에 품는 과정이 없던 남자는 보통 첫째는 실감을 못 한다고 하지만, 둘째를 낳은 아빠들의 모습은 좀 바보가 된 것 같은 모습을 보인다. 딸바보라고 말하지만 사실 현실에서는 둘째 바보, 막내 바보인 아빠들이 훨씬 많다.

아이들은 세 살 때까지 하는 효도가 전부라는 말을 들어봤는가? 그만큼 그 시기의 아이들이 예쁘다는 소리다. 태어나 눈만 떠 있던 아이가 뒤집기를 하고 기어 다니고 옹알이를 하고… 잘 먹고 잘 싸주는 그것만으로도 효도하는 시기다. 아이들이 건강한 것만으로도 부모에게 충만한 삶의 기쁨을 준다. 아이가 아프면 내가 아이를 건강하게 낳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차라리 내가 아팠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어린아이에게 부모가 가스라이팅이라도 당한 것처럼 아이의 모든 안위가 부모의 책임인 것처럼 느껴지는 시기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아이를 함부로 놔둘 수가 없다. 애지중지 키우면서 모든 부분을 엄마가 다 보살펴주는 헬리콥터 맘이 생기고, 자신의 삶을 팽개치고 아이에게 모든 것을 올인한 엄마나 부모는, 자신들의 못다 한 꿈을 아이에게 전가하기도 한다. 꿈이 아주 야무진 부모들이다. 아이를 내가 낳았다고, 내가 창조주라도 된 줄 아는 것인가? 내가 원하는 데로 아이들을 케어하고 성장하게 할 수 있다고 진정 믿는 것인가?

입장 바꿔 생각해보자.
누군가가 내게 무상으로 의식주를 제공해주고 나를 향한 무조건적이며 진심 어린 사랑을 준다고, 그를 위해 그가 원하는 내 삶을 살아갈 수 있는가?

택도 없는 소리다!

그가 부모라고 해도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이 말도 안 되는 길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를 위한다는 이름으로 많은 부모가 걸어가고 있다. 아줌마도 고백한다. 나도 잠시 그런 생각을 가졌었다. 그러나 내가 부모가 원하는 삶을 살았던가 생각하면, 답은 쉽다.

아이는 부모의 것이 아니다.
단지 독립하기 전에 잠시 맡겨져 있는 존재일 뿐이다. 부모는 아이가 제때 독립할 수 있도록 아이의 성향에 맞게, 조언해주거나 지원을 해주는 존재일 뿐이다. 욕심 부리지 마라. 부모의 역할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부모의 역할이 더 커지면 아이는 제대로 된 독립을 못 하고 엄마는 캥거루맘이 되어 다 큰 아이를 끼고 살아야 한다.
그러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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