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대통령
경주신문 기자 / 2024년 03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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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평 공익사단법인 공정세상연구소 이사장·변호사 |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민 지지도가 여전히 부침을 거듭하고 있다. 의료집단행동 초기에는 지지도가 올라갔다가 최근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하여 원래대로 30% 전반대에 내려가는 모습을 보인다. 그를 시대정신의 구현자로서 대통령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열심히 피력했던 나 같은 사람의 입장에서는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의료집단행동 초기에 이루어졌던 그의 국민 지지도 반등은 상당부분, 과거의 정부들이 의료집단행동을 상대하며 의사들의 압력에 굴복하여 포기해야만 했던 의료개혁을 이번에는 수행하겠다는 단호한 자세에서 연유함이 여론조사의 항목에서 읽혔다. 이 현상을 조금 달리 해석하자면, 드디어 윤 대통령이 공정과 정의를 상징자본으로 삼아 활발하게 움직였던 지난 대선과정에서의 자세를 회복한 것에 대해 내린 긍정적 평가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인사정책이나 국정 전반의 운영에 있어서 뚜렷하게 공정과 정의의 가치 실현을 하려고 한 기억이 별로 없다. 그가 새로운 세계질서 하에서 나라의 기본방향을 바로 잡았다는 점에서는 많은 찬사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그는 내정에서 기성세력 혹은 기득권세력(establishments)의 편에 서는 일이 잦았다. 많은 국민은 이에 환멸을 느끼며 그에게서 멀어졌고 그의 지지도는 밑으로 떨어졌다.
우리 한국 사회는 과거 신라의 삼국 통일로 생긴 인종적 용광로를 거쳐 동질적 민족을 구성하였다. 그리고 그 이후 오랜 기간 중앙집권제를 거쳐 오며 단조로운 문화적 전통을 형성했다. 이렇게 이루어진 그 단색성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일로, 그것이 갖는 장점도 있으나 단점도 있다. 단점의 대표적인 것은 연고주의나 집단이기주의의 창궐일 것이다. 이에 따라 사회적 생산가치의 배분은 왜곡되어, 기득권 집단은 공정하지 못한 더 많은 이익을 분배받는다. 우리 경주사회에 국한하여 말해본다면, 지역의 권력에 의지한 일부 토호세력의 발호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는 의사 집단뿐만 아니라 많은 기득권세력의 집단이 있다. 이 집단들에 의해 이루어지는 분배 왜곡의 주술(呪術)을 풀어 보다 공정한 사회질서를 수립하는 것은 정치 지도자의 큰 덕목이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행한 ‘농지개혁’은 아마 우리 현대사에서 가장 대표적인 기득권 타파이다. 일본의 36년 식민통치가 농업자본가인 지주계급의 기득권을 철저히 인정하는 위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정부수립 후 돌연 단행된 농지개혁은 그만큼 급진적이고 위대한 정책이었다.
앞으로 윤 대통령이 비단 의료개혁에 그치지 않고 농지개혁에 버금가는 과감한 국정개혁의 조치들을 강구해 갔으면 한다. 우리 둘레에 어떤 개혁의 과제가 있을까 찾아본다면 얼마든지 있다. 우리 사회를 공정의 관념이나 상식이 충만한 곳으로 만들어 가려는 의지만 있으면 바로 그러한 과제들이 쉽게 발견될 것이다. 거기에다 심각한 정도에 이른 양극화, 저출산의 위기를 생각하면 못할 일이 없다. 가령 가상적 예로, 모든 국립대학 및 모든 의과대학, 의학전문대학원, 로스쿨의 입학정원의 1/3은 경제적 중하위층 자녀들로 우선 배정하고, 나머지는 일반경쟁으로 한다는 것과 같은 획기적인 방책들이 눈앞에 떠오를 수 있다. 의대, 의전원, 로스쿨은 사립이더라도 국가가 상당한 감독권을 행사할 수 있으니 국가가 입학전형에 개입할 수 있을 것이다.
윤 대통령이 기득권 집단에 매이지 않고 온 국민이 우리 사회가 공정하다는 느낌을 피부로 느낄 수 있게끔 국정의 기본방향을 잡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면 그의 국정수행에 힘이 붙어 무난하게 임기를 마칠 것이다. 그리고 이에 그치지 않고 5년의 임기 후에도 국민의 가슴 속에서 언제까지나 사랑과 존경의 대상인 불멸의 대통령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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