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EU다… 美수입시장의 2.4배 ‘빅 마켓’

다음은 EU다… 美수입시장의 2.4배 ‘빅 마켓’

경주신문 기자 / 2007년 04월 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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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타결됨에 따라 한국과 유럽연합(EU)의 FTA 협상도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과 EU는 지난해 양측 통상장관 회담과 2차례의 예비 협의를 거쳤으며 5월 초 1차 협상을 갖기로 했다. 양측은 올해 안으로 모두 4차례 협상을 열기로 잠정 합의한 상태다. 원래 올해 초 협상을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EU의 내부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아 5월로 미뤄졌다.》


▽“경제적 목적만이 중요”=벨기에 주 EU 대표부 관계자는 “EU는 그동안 한미 FTA 협상을 예의주시해 왔다”면서 “미국에 한국 시장을 선점 당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강해 협상 속도가 한층 빨라질 것”이라고 전했다.


EU는 그동안 세계무역기구(WTO)의 다자간협상인 도하라운드(DDA)에 주력해 왔으나 DDA 협상이 지연됨에 따라 각국과 양자 간 협정인 FTA 협상을 적극 추진하기로 최근 방침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EU는 그동안 FTA 협상을 외교 협상의 큰 틀 안에 두고 추진해 왔다. 미얀마 민주화 문제로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과의 FTA 협상이 지연돼 온 것이 한 사례다. 그러나 이런 태도도 바뀌었다. 피터 만델슨 EU 무역담당 집행위원은 최근 “이제 FTA는 순수하게 경제적 목적만을 염두에 두고 추진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한국과 EU 양측은 두 차례 예비협의에서 승용차 농업 화장품 등 8개 분야를 중심으로 심도 있는 논의를 벌였다. 양측은 미리 협정문 비공식 초안을 교환해 5월 1차 협상 때부터 사전 탐색 없이 곧바로 본격적인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협상이 당초 예상보다 지연됨에 따라 시간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


이를 위해 양측은 그동안 실무협의를 열고 협상그룹을 상품, 서비스 및 투자, 기타 규범, 총칙 및 환경·규범 등 4개 그룹으로 구성하기로 한 뒤 각각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한-EU FTA의 기대효과=KOTRA가 지난해 EU 역내 16개국의 바이어와 현지 진출 한국기업 관계자 등 22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현지 바이어의 64%는 “한-EU FTA 체결 시 한국산으로 수입 거래처를 변경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했다. 한국 기업 관계자의 63%는 “FTA가 EU 지역 수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U 25개국의 수입 시장 규모는 4조300억 달러로 미국 수입 시장의 2.4배에 이른다. 한국의 지난해 대(對)EU 수출은 435억 달러. 비중이 15.5%로 중국에 이은 두 번째 수출 시장이었다. EU의 평균 실행관세율은 4.2%로 3%대인 미국에 비해 높기 때문에 관세 철폐의 효과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지난해 11월 공청회를 열어 EU와 FTA를 체결할 경우 한국 경제가 장기적으로 국내총생산(GDP) 24조 원, 고용 59만7000명, 1인당 국민소득은 48만 원 증대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수출은 장기적으로 110억4000만 달러, 수입은 81억9000만 달러가 늘고 무역수지는 28억5000만 달러가량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분야별 이슈는=한-EU FTA가 체결되면 공산품은 수출 증가액이 수입 증가액을 크게 앞지를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통상부는 “EU는 자동차, 섬유, 전자 등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품에 대한 관세 수준이 높아서 FTA가 체결되면 상당한 규모의 혜택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KOTRA는 한국의 대EU 주력 수출 품목 가운데 자동차, 타이어, 컴퓨터 주변 기기의 관세 인하가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반도체, 선박 등은 이미 관세 부담이 없는 데다 다른 국가와의 경쟁이 치열해 FTA 효과가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예상됐다.


농업 분야에선 EU가 민감 품목을 폭넓게 인정하는 편이어서 한미 FTA 협상 때보다 진통이 작을 전망이다. EU 측 수석대표로 내정된 가르시아 베르세로 EU집행위 통상총국 동아시아 국장은 올해 초 기자회견에서 “농업 분야에 대한 한국 측의 민감성을 알고 있다”며 “최대한 타당성 있는 자유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U에서 수입되는 농산품도 상대적으로 민감성이 작은 품목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2005년도 EU로부터의 농축산물 수입액은 14억1000만 달러로 전체 농산물 수입의 11.1%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국내 농업에 미치는 영향이 작은 위스키가 2억2000만 달러, 포도주가 4000만 달러를 차지했고 국내에서 공급이 달리는 냉동 돼지고기 수입액이 2억4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EU 쪽에서는 협상에서 시장 진입을 막는 각종 비관세 장벽 철폐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베르세로 국장은 “한-EU 간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관세가 아니라 자동차 의약품 같은 분야에서 시장 접근을 막는 각종 비관세 규제 장벽”이라고 강조했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한독상공회의소 뵐러 사무총장


“한국-EU ‘민감품목’ 적어 매력적 서로 이익인 FTA 빨리 체결해야”▼


“유럽연합(EU)은 미국, 아시아와 함께 세계 3대 시장입니다. 한국과 EU 간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면 한국 기업들이 유럽이라는 거대한 시장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이점이 있습니다.”


한독상공회의소 위르겐 뵐러(57) 신임 사무총장은 3일 “한미 FTA에 이어 한국과 EU 간 FTA도 하루빨리 체결돼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자유무역은 그 자체로 경제에 이롭다”며 한미 FTA에 이어 한-EU FTA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EU와 한국은 어느 한쪽이 일방적인 우위를 차지하지 않는 ‘균형이 잡힌 경제 교류’를 하고 있다는 게 이유다. 또 실익을 따져 가며 지루한 협상을 벌여야 하는 ‘민감한 품목’도 많지 않아 자유무역으로 서로 이득을 볼 여지가 많다는 점을 꼽았다.


뵐러 사무총장은 한국의 주요 교역 상대인 일본, 중국 등을 직접 거론하며 “한국과 이웃하고 있고 직접적인 경쟁국인 일본과 중국보다 유럽이 더 나은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독일은 EU 역내(域內)에서 가장 경제규모가 크고 앞선 기술력을 갖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이 기술력을 강화하고 다른 국가와 경쟁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는 한국과 EU의 경제 교류를 위해 독일의 역할이 중요하며 한국과 독일의 파트너십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에서 철수한 독일 기업이 한 곳도 없고 지속적으로 투자를 늘려 가고 있다는 점과 한국에 대한 독일 기업 투자의 대부분이 일자리를 늘리는 ‘직접투자’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는 등 긍정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것.


반면 독일 기업은 ‘상품을 시장에 내놓는 속도’와 ‘불가능한 것도 가능하게 만드는 집념’을 한국 기업에서 배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MP3플레이어를 처음 개발한 것은 독일의 연구소였지만 시장에서 상품화에 성공한 것은 한국 기업이었다고 소개했다.


한국 경제에 대해서도 비교적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4∼5%로 중국보다는 낮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와 비교하면 나쁘지 않고 외환위기 이후 기업에 대한 규제가 많이 풀려 외국 기업들이 일하기에 대체적으로 좋은 환경이라고 평가했다.


독일 내의 대표적인 한국통으로 꼽히는 뵐러 사무총장은 1985년부터 3년간 한독상의 이사로 근무했다. 당시 한국인 여성과 결혼해 한국 문화에도 익숙하다.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은행 수석부사장, 한독 경제협회 회장, 독일 동아시아협회의 남북한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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