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주 기자의 개성공단 견학기

남북 공동 번영의 새로운 희망 ‘개성공단’

이성주 기자 / 2007년 06월 11일
공유 / URL복사
기자는 지난 5월 29일 한국언론재단이 마련한 개성공단 견학을 다녀왔다.

이번 견학은 지난 2000년 8월 현대아산과 북측 아태간 총 2천만평 개성공단 개발협의서 체결, 2003년 6월 1단계 건설착공 이후 진행되고 있는 개성공단을 둘러보고 남북공동 번영의 새로운 희망을 확인해 보는 좋은 기회가 됐다.



남북 공동 번영의 새로운 희망 ‘개성공단’
2천만평, 여의도 20배 면적‥‥생산성·싼부지 경쟁력 갖춰


분단의 역사위에 새로운 세상을 두 눈에 뇌리에 담으려는 일행들의 얼굴에는 차분하면서도 남북 경협의 현장을 확인한다는 기대에 차있었다.
29일 오전 7시30분 서울을 출발해 문산을 지날 즈음에 폭우가 쏟아져 모처럼의 기회가 아쉬움으로 남지 않을까 걱정을 했지만 경의선도로남측출입사무소에 이르자 하늘은 거짓말처럼 개이기 시작했다.
한국언론재단 이동우 위원은 기자들에게 북측출입검사소의 까다로운 절차에 대해 설명 했지만 대부분 창가에 펼쳐지는 낯선 풍광에 시선이 박혀있었다.
ⓒ 경주신문사


▶민둥산의 안타까운 몸부림
산과 들은 정확히 군사분계선을 두고 비교됐다. 북측출입검사소에서 낯은 복장의 군인들에게 까다로운 통관절차를 받은 우리는 개성공단까지 짧은 거리를 가면서 산인지 구릉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 황량한 북녘의 산야를 보면서 착잡한 마음이 가시지 않았다. 어쩌면 나무가 없어도 저렇게 없는지.....











ⓒ 경주신문사


▶개성의 문은 이미 열려있다.
개성공업지구 관리위원회 김동근 위원장은 우리 일행과 때마침 개성공단 투자를 위해 들어온 기업인들에게 “개성은 성문을 연다는 뜻으로 개성공단은 바로 통일의 문을 여는 곳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남북측이 함께 만들어가는 개성공단의 의미를 설명했다.
현대아산측이 추진한 개성공단 조성사업은 총 3단계에 걸쳐 무려 2천만평을 조성한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여의도 20배 면적의 대규모 사업이지만, 이미 북측과는 개발협의서를 체결한 상태다. 더구나 개성일대가 북측으로는 결코 양보하기 어려웠을 군사적 핵심 요충지이자, 바로 남쪽과 맞닿아 있는 땅임을 고려하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북한 지도부의 파격적 용단이 아닐 수 없다. 그곳에서 건설현장의 기계음이 울려 퍼지고 물자 실은 화물차가 분단철책을 분주히 오간다. 잘 지어진 공장 안에선 북측 근로자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남측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 해 6월 한국토지공사가 1단계 부지조성을 마친 후 올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기반시설을 다지고 있었다. 공업용수를 비롯한 상수 시설과 도로망, 전력 등이다. 특히 공업단지 내에는 이미 23개 업체가 입주해 가동 중이다. 섬유·봉재업이 10개 업체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이 기계·금속, 전기·전자, 화학 등이다. 아파트형 공장도 오는 8월 초면 32개 업체가 입주를 예정하고 있다.
2004년 말부터 올 4월까지 총 생산량은 1억4천만달러로 그 중 섬유가 40%, 기계금속 28%, 전기·전자 18% 등을 각각 차지했다. 그 가운데 수출량은 23.8%로 총 3천만달러 였는데, 수출형태는 개성에서 반 가공한 후 국내 완성제품으로 수출하는 식이다. 1만5천명의 북측 노동자와 남측 근로자 800명이 근무하고 있는 개성의 오늘은 이렇게 돌아가고 있다.
ⓒ 경주신문사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개성공단
일단 개성공단의 향후 비전은 희망적으로 보였다.
현재 한창 건설 중인 아파트형 공장 업체 신청을 받은 결과 76개사 이상이 신청해 2대1을 넘어서는 경쟁을 보였고 이미 분양한 시범단지 2만8천평에도 15개 기업 분양에 136개 업체가 참여해 무려 9대1의 높은 경쟁률을 보인 바 있다.
관계자는 개성공단이 희망적인 것은 평당 14만9천원에 불과한 싼 부지분양가이며 시화공단이 조성될 당시 분양가의 딱 10분의 1 수준이라고 했다.
그리고 점차 향상되고 있는 북측 근로자들의 생산성도 주목받고 있다. 관계자는 “품질 생산성이 빠른 속도로 올라오고 있다. 국내와 비교해 70~90%정도인데, 이는 중국과 맞먹는 정도”라며 “특히 노동생산성은 타국에 비해 경쟁력이 높은데, 이는 같은 말을 사용하고, 높은 학력 수준을 가지고 있으며, 새로운 기술을 익히려는 열의와 높은 생활수준에 대한 기대감 등이 복합적으로 상승작용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불안정한 남북관계, 까다로운 절차 기업인들의 고민
현재 개성공단의 북측 근로자들 중 80%가 연장근무를 마다하지 않고, 대부분 고졸 이상의 학력수준에 연령대도 20~30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 밖에도 중국과의 물류비 비교에서 10분의 1에 불과한 점, 거의 평생직장으로 생각할 정도로 이직률이 낮은 점, 국내 1인 비용이면 20~30명을 고용할 수 있는 낮은 임금, 노동쟁의가 없는 점 등이 남쪽 기업인으로선 매우 매력적인 조건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이처럼 개성공업지구가 장밋빛 기회요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엄연히 다른 체제의 국가인데다가 한반도 안팎의 정치· 군사적 불확실성은 그리 간단하지 않기 때문이다. 위험요인의 실례가 북한의 핵개발을 둘러싼 국제관계 악화로 빚어진 소위‘북핵 위기’다.
당시 개성 진출 기업들은 정상가동을 했으나, 내심 엄청난 불안감을 느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술회다. 물론 지난 ‘2.13 핵 합의’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긴 했으나, 이 같은 정치·군사적 민감한 사안이 언제 다시 반복될지는 그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더구나 북쪽은 선군정치를 하고 있다. 체제를 지탱하는 축으로서 군대를 앞세우고 있어, 군부의 입장을 강력한 지도자의 리더십만으로 제어해 나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개성경협이 정부보단 정주영으로 상징되는 현대그룹에 의해 민간차원에서 주도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 2000년 체결된 개성공단 사업 개발합의서가 ‘현대아산-북측 아태’간에 이뤄진것도 과제다.
물론 북측이 ‘북남 개성공업지구법’(2002년)을 발표하고, 이어 남북간에 통신, 통관, 검역, 출입 및 체류 등에 관한 각종 합의서가 체결됨으로써, 양 정부간 법적 뒷받침을 해 주었다. 국회도 뒤늦긴 했지만, 지난 4월 ‘개성공업지구 지원에 관한 법률’을 통과시킴으로써 공단의 안정적 발전의 토대를 뒷받침했다.
이날 우리 일행과 함께 개성공단을 방문한 화장품업계 기업인들은 “자체 상품을 만드는 업체의 경우 문제가 없겠지만 협력업체가 많은 업종은 까다로운 통관절차 때문에 납기를 맞추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며 우려했다.
ⓒ 경주신문사


▶잘 지어진 건물 깨끗한 공장 내부(‘좋은 사람들’ 방문)
현재 개성공단은 북측에 있다는 것 뿐 우리나라 여느 공단 못지 않게 잘 지어진 건물에 내부는 깨끗했다.
일행이 견학을 한 곳은 총 직원 수가 440명에 달하는 속옷을 생산하는 ‘좋은 사람들’ 공장내부였다. 근로자들은 모두 북측 여성들이고 남측 직원들은 8명에 불과했다.
1, 2층인 공장 안에서는 수백 대의 재봉틀 앞에 앉은 북측 여성들의 손길이 바쁘게 움직인다. 이곳에서 자사 총 생산량의 30%를 소화하고 있다고 했다. 쌓아둔 제품 박스에는 ‘MADE IN KOREA’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기자가 조심스럽게 “이곳에서 근무하면서 불편한 점은 없느냐”고 묻자 여성 근로자는 시선은 손에 든 제품에 고정시키고 짤막하게 “없습네다”고 말했다.
‘좋은 사람들’ 최윤구 생산부장은 “봉제 가공업은 3D업종에 속하기 때문에 인력난이 심각한데 개성에 와서 이 문제를 해결하니 현실적으로도 실속이 있는 편”이라며 “현재 약 80%가 잔업을 자청하며, 생산성은 남쪽의 70~90% 수준”이라고 개성공단의 장점을 설명했다.

▶편의시설 갖춘 개성공단
개성공단 내에는 우리은행이 진출해 있었다. 은행 내부 규모는 작고 직원은 단 5명뿐이다. 그 중 창구부서는 단정하게 차려입은 2명의 북측 여성이 맡고 있었다.
또 다른 익숙한 공간은 편의점인 훼밀리 마트다. 남쪽과 다를 바 없는 물건이 진열돼 있고, 판매원은 역시 북측 여성이다. 다만 낯선 것이 있다면 달러로 구매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어 방문한 곳은 협력 병원. ‘그린 닥터스 개성병원’으로 명명된 이곳에는 남쪽 진료진 7명이 자원봉사로 근무하고 있다.
부드러운 미소가 인상적인 개성공업지구 종합진료소 림흥배 소장은 9명의 북쪽 직원까지를 포함해 이곳 총책임자로서 하루 150여명의 환자들을 돌본다. 주로 여성들이 근무하는 공단이다 보니, 부인과 질병 환자들이 많다는 설명이다.
이 밖에도 소방대와 한전 등 생활기반시설과 공공업무를 담당하는 각 기관이 줄줄이 빠짐없이 들어서 있는 곳이 개성공단 안의 모습이다.
ⓒ 경주신문사


▶남북공동번영의 희망 개성공단
개성공단은 이미 확정된 1단계 사업만 완료돼도 최대 500여개 기업이 입주하도록 돼 있다. 이렇게 되면 북측 근로자만 7만~10만명 고용이 예상된다. 연간 20억 달러 생산전망을 가지고 있다. 현재 개성시 인구가 16만명임을 감안하면, 노동가능한 시민이 다 일을 해도 모자란다는 얘기다.
공단측은 이에 대비하기 위해 북측 근로자 기술연수센터 준공을 서두르는 한편, 변전소를 올 6월 완공할 예정이다. 안정적인 용수 확보를 위해 정·배수장도 건설하고 있다. 종합적인 지원을 위해 행정 서비스타운이 2009년말까지 건립될 예정이다.
향후 2단계 사업은 무려 250만평의 용지에 공장, 생활구역, 사업단지, 관광구역 등이 추진된다. 1단계 사업이 노동집약적 사업이라면 2단계에는 수출중심기지를 늘려나가면서 첨단 산업체도 입주시킨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는 전략물자에 대한 국제 규제를 뚫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특히 관심을 끄는 대목 중 하나는 수도권에 위치한 전략적 업체를 유치하는 한편 연계개발도 검토하고 있다는 점이다. 심한 규제를 받고 있는 용인 등 수도권 기업들로선 외국이전의 새로운 대안으로 충분히 검토해볼 만하다. 이와 같은 2단계 사업이 완료되면 입주기업은 700여개가 들어서며, 남쪽 경제효과는 무려 24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3단계는 무려 2천만평을 계획하고 있다. 창원시와 창원공단이 합쳐진 면적에 맞먹는 규모다. 이 계획에는 각종 레포츠 시설과 개성관광까지가 포함돼 있어, 금강산 관광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다목적 사업계획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개성공단 경협사업은 이미 한반도 긴장완화와 남북관계 개선을 촉진하고 국내중소기업의 활로를 개척한다는 의의를 충분히 살려나가고 있었다.
비록 짧은 일정이었지만 이번 견학을 통해 기자가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개성공단이 남북 공동번영의 희망이라는 확신을 되새기는 계기가 됐다.
이성주 기자

<이기사는 공동취재기사입니다>
X
URL을 길게 누르면 복사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