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년 한결같았던 신비한 미소

70t 560㎝ 통일신라 마애불상 첫 공개

이채근 기자 / 2007년 09월 17일
공유 / URL복사
1300년 한결같았던 신비한 미소
70t 560㎝ 통일신라 마애불상 첫 공개
바닥 암반과 불과 5cm 떨어져 보존

ⓒ 경주신문사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지난 10일 오후 경주 남산 열암곡에서 발견된 통일신라시대 마애불상 모습을 처음으로 공개해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5월 경주 남산에서 발굴된 마애불상(높이 6m20cm, 가로 2m50cm, 두께 1m90cm)은 통일신라시대 것으로 추정되며 만든 지 얼마 안 돼 쓰러진 것으로 학계는 보고 있다. 이날 공개된 마애불은 땅에 묻혀 우뚝한 콧날을 비롯한 얼굴 형태가 당시 모습 그대로 보존돼 있었다.

5m가 넘는 대규모 불상인 데다 얼굴이 완벽한 상태로 보존돼 있어 가치를 높였다. 이마로 바윗돌을 받치며 쓰러져 있었던 덕에 풍화를 입지 않았다. 특히 우뚝한 콧날은 암벽 바닥에서 단 5cm 떨어져 있어 아슬아슬하게 보존돼 왔음을 그대로 보여 줬다.

지난 5월말 얼굴을 흙 속에 묻은 채 발견됐을 때만 해도 쓰러질 때의 충격으로 머리가 훼손됐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었다. 당시에는 불상의 세부 윤곽을 거의 확인할 수 없었다.
문화재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소장 지병목)는 이날 남산 열암곡 현장에서 불상을 공개하고 조계종 지관 총무원장 등 불교계 인사를 초청해 친견 법회를 열었다. 연구소에서는 발견 후 꾸준히 흙을 파내 얼굴, 불상의 가슴 및 어깨 모습을 확인했다.

암반층에 45도 경사로 엎어져 있어 사람이 허리를 굽히고 기어 들어가다시피 해야만 제대로 볼 수 있다. 연구소는 불상을 새긴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화강암 받침이 붕괴, 불상을 새긴 면이 땅에 묻힘으로써 완벽한 상태로 보존될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 불상은 초대형(약 250×190×620㎝) 화강암에 높이 돋을새김 한 고부조(高浮彫)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4m60cm, 발아래 연화 대좌가 100cm로 전체 높이가 5m60cm에 이르는 대형 마애불이다. 육계(부처의 정수리에 불룩 솟아오른 부분)가 높고 민머리며, 타원형의 얼굴 길이만큼 큰 귀가 평면적으로 처리돼 있는 등 특이한 모양이어서 주목된다. 어깨는 넓고 가슴은 당당하게 펴고 있으며 두 발은 좌우로 벌리고 서 있다. 4등신으로 몸에 비해 머리가 크게 표현된 편이다. 사람이 우러러 볼 때의 비례감을 고려해 시각적 효과를 강조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청은 "지난 5월 발견된 통일신라시대 대형 마애불상의 상호(相好·얼굴)와 전체 모습을 모두 확인했다"며 "무게 약 70t의 화강암(약 250×190×620㎝)으로 제작된 이 불상은 한 면을 고부조(高浮彫)한 형태"라고 10일 밝혔다. 발견 당시 이 불상은 조각된 암석이 원래 위치에서 경사면을 따라 앞쪽으로 넘어진 상태였고, 따라서 불상의 자세한 모습은 알 수 없었다.

문화재연구소는 이에 따라 최근까지 추가 작업을 통해 불상의 대좌와 양 다리, 가슴과 어깨에 이어 얼굴까지 확인하고 이날 공개했다.

그러나 무게만도 무려 70t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 불상을 어떻게 바로 세우느냐가 과제로 남았다. 문화재계는 나무와 바위 등 숲이 우거진 지역이어서 중장비의 접근도 어렵기 때문에 현재로선 조각된 부분만 드러날 수 있도록 불상을 90°회전시켜 와불(臥佛·누운 부처상)형태로 일반에 공개키로 결정했다.

☞마애불(磨崖佛)이란=암벽이나 동굴을 뚫고 그 안에 새긴 불상으로 한국을 비롯해 인도, 중국, 일본 등에 퍼져 있다. 수법도 양각, 음각, 선각 등 다양해 전국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한국은 7세기경 백제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백제의 미소'로 유명한 서산의 마애삼존불과 태안의 마애삼존불이 유명하다. 신라시대에는 경주 단석산 마애석불군상 등이 있다. 경주 남산에선 지금껏 50여 개 이상의 마애불이 발견됐다.
X
URL을 길게 누르면 복사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