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간 9정맥 완주의 꿈을 실현한 경주인 ‘권종훈’

“도전은 아름답다”

황재임 기자 / 2008년 01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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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종훈씨
ⓒ 경주신문사
권종훈씨(46, 월성중 교사, 경주산조아산악회 회원)는 영천 화산 출생으로 1대간 9정맥 완주와 히말라야에 오르는 그날을 꿈꾸며 끝없는 산행을 해왔다.

산조아산악회의 산행대장을 맡고 있는 권씨는 보통의 사람들이 56구간에 완주하고 빠른 사람들은 36~46구간으로 완주하는 산행을 전국최초로 23구간에 완주한 기록을 세웠다. 빠른 걸음으로 하루에 18시간을 걸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산경표에는 1대간(백두대간) 1정간(장백정간) 13정맥의 산줄기가 있으며, 대부분의 산줄기 이름을 강에서 따온 것은 ‘산은 물을 낳고, 물은 산을 가르지 않는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 산줄기를 인식하는 중요한 개념인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인 것이다.

그러나 치욕적인 일제식민시대를 거치며 조상들의 지혜와 철학인 ‘산줄기’ 개념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인위적인 ‘산맥’ 개념이 대신하게 되었다.

이처럼 일제에 의해 잃어버린 우리의 산줄기를 되찾기 위해 지금 전국적인 산악문화의 추세는 불길처럼 확산되고 있는 백두대간 마루금 잇기를 비롯해 정맥, 지맥을 이어가는 행렬들이 날로 늘어나고 있으며 각 지방 자치단체마다 향토 사랑의 일환으로 오래전부터 시 경계 종주를 하는 테마성 산행도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 금남호남정맥
ⓒ 경주신문사
분단된 조국의 현실로 인해 북쪽 산하는 밟아볼 수 없지만 남쪽의 산줄기인 1대간 9정맥(백두대간, 낙남정맥, 낙동정맥, 금남호남정맥, 금남정맥, 호남정맥, 한남금북정맥, 한남정맥, 금북정맥, 한북정맥) 종주 산행은 날로 인기를 더하고 있다.

권종훈씨는 1대간 9정맥 종주에 동참해 2001년 6월 3일 지리산 천왕봉(백두대간)에서 시작해 2007년 10월 21일 광양 백운산(호남정맥)에서 대망의 1대간 9정맥 완주의 꿈을 마침내 실현했다.

권씨는 “‘산을 사랑하는 사람은 어질고, 도전하는 모습은 아름답다’고 하듯이 지금까지 종주 산행을 하면서 나름대로 몇 가지 원칙을 정해서 반드시 지키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첫째 밤12시 이후 야간산행 시 새벽에 아무리 잠이 오더라도 참고 견디며 힘들어도 누워서 자는 일이 없도록 노력했으며, 둘째 종주를 끝마칠 때까지 순서대로 차례차례 산행하는 것과, 셋째 길을 잘못 들었을 때는 반드시 되돌아와서 다시 정확히 길을 찾아가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는 것.

권씨는 지금까지 1대간 9정맥을 종주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들을 다음과 같이 소회했다.
2구간 산행 날 몸살이 나서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링거를 맞고 출발을 했으며, 5구간 삼봉산 오름길에 대간 종주 표지기가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어서 무심코 진행하다보니 길을 잘못 들어 2시50분 후 금봉암에 도착했다. 불청객이 갑자기 침입하자 개가 짖고 보살님들이 주무시다가 뛰쳐나오시고 나중에는 스님도 주무시다가 깨신 것 같았다. 그 후 소사고개를 내려서면서 또다시 잘못된 표지기 때문에 도로를 따라 내려오니 계곡을 건너게 되어 있었다. 그대로 10초만 걸으면 마루금을 만나는데 계곡을 건너지 않기 위해 되돌아서서 2시간을 헤맨 끝에 채소밭 옆으로 난 마루금을 확인하고 진행할 수 있었다. 권씨의 원칙을 지킨 산행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권씨는 “7구간은 세 사람이 3일 연속 산행하다가 가성산 오름길에서 너무 지쳐서 코피를 흘린 회원이 있었으며, 10구간은 새벽 1시 11분 갈령을 출발하여 오후6시31분 버리미기재에 도착할 때까지 암벽과 바위를 뚫고 오르내렸고 문장대에서의 멋진 일출과 함께 17시간 20분 동안 정신없이 걸었다”며 “산에서 만난 남해산악회 회원 중 한분은 앞으로 ‘백두대간의 호랑이들’이라고 부르라며 별명을 붙여주셨다”고 말했다.

권씨는 17구간은 댓재에서 삽당령까지 두 구간으로 나누어도 거리가 멀어 힘든 구간인데도 불구하고 한번으로 마무리했다. “세찬 바람 때문에 차문을 제대로 열수 없을 정도였고, 도로의 모래가 차 안으로 날아들 지경이었다. 20년 넘게 산행하면서 포기하고 싶은 경우는 처음이었다”며 “어렵게 두타산 정상(새벽 2시 50분)에 올라서서 사진을 찍으려니 영하 30도의 날씨라 손가락이 말을 듣지 않았다. 귤이 얼고, 물도 전부 얼음으로 변해 있었으며 18시간 45분 산행 후에야 삽당령에 도착할 수 있었다”고 소회했다.

산행을 시작하고 10여분도 되지 않아서 눈 녹은 물이 신발을 적시고 눈이 쌓여 허리까지 빠지는 길을 뚫고 올라갔다가 화란봉 내림길에서 동이 틀 무렵 동행자분이 깜빡 졸다가 10여미터 되는 바위 위에서 미끄러져 떨어졌는데 마침 바위 사이에 자라던 철쭉 가지에 사타구니가 걸려 구사일생한 아찔했던 18구간.

권씨는 “19구간은 밤 11시 45분경 차가 대관령 정상을 향해 올라가고 있는데 사촌형님이 갑작스럽게 유명을 달리하셨다는 비보를 전해 듣고 침울한 마음으로 러셀(눈을 치우고 길을 트는 일)이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밤중에 삼양목장을 통과해 길을 찾느라 고생을 많이 했으며 아침에 진고개에 도착해 경주로 내려왔다”고 했다.

20구간 역시 러셀이 되어 있지 않았으며 새벽에 비는 내리고 운무가 앞을 가려 랜턴을 켜도 3m 앞을 볼 수 없을 정도였으며, 두로봉에는 많은 눈이 쌓여 허리까지 빠지는 눈길을 헤쳐 나갔고, 23구간은 마지막 구간으로 2002년 4월 28일 89명의 회원이 참가한 가운데 성대한 종주식을 거행하고 23구간으로 나누어 23일만에 끝내게 되었다.
특히 보통사람들은 겨울이면 강원도 구간은 휴식을 취하지만 권씨는 계절에 관계없이 계획된 구간을 마무리하는 불굴의 투지를 보였다.

권씨는 “백두산 종주산행에서 하루 종일 백두산 천지를 구경하면서 브로켄(제 그림자에 신비로운 모양의 무지개빛 테두리가 펼쳐지는 희귀한 자연현상으로 브로켄을 목격하면 산에서 행운이 따른다고 함) 현상을 구경하는 행운도 얻었다”며 이런일이 산행의 행복이라고 말했다.

권씨는 이미 수차례의 해외산행도 다녀왔다. 일본 북알프스 야리가다께에서 오쿠호다께까지 종주를 하면서 만년설과 10여 차례에 걸쳐 브로켄을 구경하는 행운을 얻기도 했으며, 킬리만자로 등반은 아침 6시10분 5,681m의 길만스 포인트에서 화려한 일출을 구경하고 보통 우후르피크까지 2시간이 걸리는데 49분만에 뛰어서 5,895m의 정상에 가장 먼저 올라서서 참소주를 마시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황산 산행에서는 대부분이 천도봉과 서해대협곡 중 한곳을 선택해 산행을 하는데 하루에 두 곳을 다 둘러보니 현지 가이드가 산행실력이 대단하다고 감탄했으며 올해 화산 산행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등산로인 장공잔도와 태백산 및 칠녀봉을 다녀오기도 했다. 내년에는 동남아 최고봉인 말레이시아의 코타키나발루 산행을 예정하고 있다.

권씨는 이제 1대간 9정맥을 끝내고 우리 고장의 젖줄인 형남기맥(호미지맥)을 12월 2일 백운산에서 시작해 2008년 5월 호미곶에서 끝내기 위해 회원들과 힘을 합치고 있다.

▶경주산조아산악회(회장 박영섭)는 2003년 9월 창립 이래 30~40대가 주축이 된 116명의 산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인 산악회로 가족과 함께 하는 독특한 색을 가졌다.

산행은 매월 셋째주 일요일 회원과 가족중심으로 하는 정기산행과, 특별산행, 번개산행을 실시하고 있다. 안전 산행을 위해 여러 명의 산행 가이드들이 책임감 있게 산행안내를 하고 있으며 하산 후에는 회원들이 손수 장만한 음식과 곡차를 제공한다.

또한 산경표에 의한 산줄기 산행은 경주에서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으며 2007년 10월 21일 호남정맥을 마지막으로 권종훈 산행대장은 1대간 9정맥을 완주했다. 또 손승락 회원은 1대간 7정맥을 완주한 상태며 많은 회원들이 대간과 정맥을 산행 중에 있다.

지난 2005년에는 경주에 살면서 한 번도 우리지역의 경계를 밟아보지 못했던 아쉬움에 경주지역 산악회로서는 최초로 경주시 경계를 탐사함으로서 경주에 사는 자긍심을 더 높였고 지도와 경계선이 일치하지 않는 곳도 발견했다.

해마다 산악회를 운영하며 아껴온 정성으로 불우이웃돕기 행사를 함으로써 지역사회에 봉사하며 지역사회 발전에도 그 임무를 다하고 있으며 그러한 결과 수송학원으로부터 감사패를, 남산 산길 마라톤 주최측(대한불교 조계종)으로부터 공로패를 수여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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