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문화유산 화재에 노출

고도 경주의 문화재 화마로부터 안전한가?

이성주 기자 / 2008년 02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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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문화유산 화재에 노출

예방시스템 구축 너도나도 무관심
97년 남산 산불 교훈 잊지 말아야

<금주의 이슈>

고도 경주의 문화재
화마로부터 안전한가?

지난 10일 전 국민을 충격속으로 몰아 넣었던 숭례문 화재에서 보듯, 천년고도 경주에 산재한 수많은 목조문화재와 유물도 화재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경주지역에 관리가 요구되고 있는 목조건물만 193개소, 그러나 이들 목조문화재를 화재로부터 지키기 위한 스프링클러를 설치한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을 뿐만 아니라 옥외소화전이 설치된 곳은 전체의 10%도 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경주시가 수많은 문화재를 화재로부터 예방하기 위해 들이는 예산은 매년 전기안전점검 비용 800만원과 작년에 불국사 경내 옥외소화전 설치비 7천만원이다. 또 양동민속마을에 1억4천300만원(2006년 11월9일~2007년 5월 10일)을 들여 옥외소화전 30개를 신설한 것이 고작이다.

숭례문 화재 이후 시는 유관기관과 소방점검 등에 분주하지만 신라 천년의 고도 경주, 노천박물관 경주의 문화재를 화재로부터 지키고 보존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장치와 시민들의 각별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많고 많은 경주의 문화재=천년고도 경주는 문화재의 보고다. 국보 32점, 보물 82점, 사적 76개소, 사적 및 명승 2개소, 천연기념물 3점, 중요무형문화재 3점, 중요민속자료 16점 등 국가지정문화재가 214점에 달한다. 여기에 도 지정문화재 97점까지 합하면 총 311점이다.
이중에 화재에 취약한 목조건물 지정문화재는 옥산서원 등 193개소에 개별 건물 수로 따지면 500여채에 달한다.
특히 경주의 경우 석굴암 석굴(국보 24호), 태종무열왕릉비(국보 25호), 분황사 석탑(국보 30호), 단석산 신선사 마애불상군(국보 199호) 등은 목조건물 안에 또는 바로 옆에 국보가 있기 때문에 건물 화재 시 같이 피해를 입을 우려가 크다. 다른 보물이나 사적 또한 마찬가지다.
특히 조선시대 반촌으로 보존되고 있는 양동민속마을에는 95개소에 달하는 대소고가가 있다. 그리고 황남동 등은 다른 지역에 비해 곳곳에 크고 작은 한옥들이 많은 곳이다. 경주전역에 산재해 있는 석조문화재와 각종 보물과 유물을 보관하고 있는 목조건물 등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문화재의 보고 경주, 정부차원 관리를
목조·석조 문화재 화재예방시스템 구축해야

▶화재로 인한 경주지역 문화재 피해=1997년 2월 20일 오후 12시 25분 문화유적의 보고이자 세계문화유산등록이 예정돼 있던 경주 남산(사적 311호)이 화마에 휩싸여 충격을 주었다. 이날 산불은 산불감시초소에서 불과 50여m 떨어진 곳에서 발화돼 형식적인 산불감시를 했다는 여론이 빗발쳤다.
다행히 산불은 문화재가 비교적 적은 지역인 비파골과 약수골을 중심으로 번졌지만 소나무 등 수 만 그루의 나무를 태우고 14ha의 피해를 입힌 뒤 화재발생 30시간만인 다음날(21일) 오후 6시30분 완전히 진화됐다.
이 화재로 인해 12년이 지난 지금도 천년고도 경주의 자랑인 남산은 복구가 되지 않아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또 1996년 3월 4일에는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김유신 장군묘도 송화산 일대 화재로 묘까지 불이 번져 큰 위기를 맞기도 했다.
최근에는 1월 18일 양동민속마을의 한 초가집에서 불이나 40여분 동안 33㎡를 태워 소방서 추산 1천500만원의 재산피해를 냈다. 양동마을 화재예방을 위해 30여 곳에 지상소화전이 설치되어 있지만 화재 현장에서 20여m 떨어진 곳에 있던 실외소화전에서 물이 나오지 않아 무용지물이 된 것으로 확인됐다.

▶문화재는 많고 예산은 없고=작년 한해 경주시가 목조건물 화재예방을 위해 한국전기안전공사경주지사에 의뢰해 전기안전점검에 들어간 예산은 800만원. 올해도 1년 동안 화재예방을 위한 점검예산은 작년과 같은 800만원이 전부다. 그나마 작년에 불국사 경내 옥외소화전 설치비(20개소-신설 3, 개체 17) 7천만원과 양동마을에 옥외소화전 설치비 1억4천300만원(2006년 11월9일~2007년 5월 10일)을 들인 것이 전부다.
그리고 경주시와 소방서, 한국가스안전공사에서 합동으로 실시하는 소방안전점검의 경우 유관 기관간 협조로 실시하지만 매년 10월과 12월 사이에 집중해 일괄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것이 고작이다.
경주시는 올해 처음으로 4천570만원(국비 2천285만원, 도비 685만5천원, 시비 1천599만5천원)을 투입해 숭혜전(10동), 불국사(6동), 기림사(5동) 등 총 21동에 방연제 도포사업(불이 잘 붙지 않도록 목조 건물에 염료를 칠하는 방법)을 실시하기로 하고 3월 중에 발주할 예정이다.
이 사업은 화재가 발생하면 초기단계에서 화재확산을 지연하는 효과가 있어 문화재청의 권고로 실시하지만 독특한 냄새가 나기 때문에 대부분 기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주시 문화재보수정비 예산은 138억8천700만원(토지매입비 제외). 예산대부분은 문화재보수나 정비, 복원 등에 사용될 뿐 정작 화재예방을 위한 예산은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비한 화재예방 시설=화재에 노출된 193개소에 달하는 경주지역 목조문화재 중 스프링클러가 있는 곳은 단 한곳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리고 화재감지기가 설치된 곳은 불국사와 석굴암, 기림사 등 3곳에 불과하다. 옥외소화전이 설치된 곳은 12곳으로 불국사(사적 및 명승 1호) 17기, 옥산서원(사적 제154호) 6기, 양동마을(중요민속자료 189호) 33기, 기림사 대적광전(보물 제415호) 3기, 석굴암(국보 제24호) 2기 등 5개소이며 독락당(보물 제413호) 등 나머지 7곳은 소화전 1기만 설치되어 있다. 나머지 대부분의 문화재는 소화기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경주소방서 관계자는 “문화재 훼손이나 미관 등의 이유로 대부분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는 것은 기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석조 문화재도 산불에 노출=노천박물관이라 불리우는 경주는 목조문화재만 화재로부터 위험에 노출된 것이 아이다. 지역 곳곳에 산재해 있는 석조유물들도 산불이나 목조문화재 화재시에 같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
1997년 2월 20일 발생한 경주남산 산불 때에도 불길이 닿은 남산의 바위들이 갈라지고 떨어져 나가는 현상이 속출했다.
최석규 교수(서라벌대학·경주신문 편집자문위원장)는 “석조유물에 화기가 닿으면 갈라진 틈 사이로 물기가 스며들고 겨울이 되면 얼어 유물이 갈자지거나 표면이 떨어져 나가는 박리현상이 일어난다”며 “경주지역 곳곳에 석조문화재가 많지만 특히 경주 남산의 경우 소중한 문화유산이 많기 때문에 산불 등에 각별한 요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소방출동 대부분 10분 이내라지만?=경주소방서 관계자에 따르면 양동민속마을과 옥산서원, 양북면 기림사 등지에 화재진압출동 시간은 대략 10분 정도가 걸린다는 것. 하지만 이번 숭례문 화재에서도 나타났듯이 한옥건물의 특성상 초기 진압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사실상 화재 진압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자체 화재예방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문화재 형태에 따른 화재예방 시설 갖춰야=이번 숭례문 화재에서 밝혀진 중요한 사실은 목조문화재의 경우 소방차가 출동해 물을 부어도 전혀 소용이 없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목조건물에 맞는 화재예방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소방 전문가들은 “목조문화재의 경우 물을 스프링클러나 분말소화기 등을 사용하는 것 보다 이산화탄소를 사용하는 설비를 갖추는 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경주지역의 경우 문화재를 관리하기 위해 운영하고 있는 순찰반과 관련 공무원, 각 주요 문화재마다 배치되어 있는 문화유산해설사, 시민들을 대상으로 화재예방 교육을 주기적으로 실시하는 것도 문화재를 화재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소방 전문가들은 주문했다.

▶부산한 경주시=지난 10일 숭례문 화재로 인해 문화재를 화재로부터 지켜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경주시는 지난 11일 경주지역의 주요목조문화재 관리자 및 소유자들에게 시장명의로 화재예방을 철저히 할 것을 주문하는 협조공문을 보냈다. 시 관계자는 “협조공문을 통해 순찰강화, 소화전과 소화기 사전점검 및 사용요령 숙지, 취사행위 및 가스 및 유류 사용시 화재주의, 지역 정기순찰 근무자 배치 및 유관기관 비상연락 체계유지 등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시는 또 문화재 내부시설 보존을 위한 소방시설 설치 규정 조기제정을 위해 경북도와 문화재청에 건의하기로 했다.
경주소방서도 지난 12일 불국사 외 8개소에 대해서 경주시, 전기안전공사, 가스안전공사 등 유관기관 합동으로 점검을 실시해 화재 등 재난에 대비했다.
한편 경주소방서는 지역에 산재한 목조문화재가 화재에 취약하고 화재 발생 빈도가 증가함에 따라 지난해 사찰 등 주요 목조문화재 185개소에 화재예방 당부 서한문 발송 및 점검을 실시한바 있으며, 정기적으로 소방훈련 및 관계자 소방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경주시의회 목조문화재 현장점검=경주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위원장 최병준)는 지난 13일 2월 정기간담회를 열고 시 관계자로부터 지역 지정문화재(목조) 화재예방 대책에 관한 보고를 받고 안강옥산서원을 방문 문화재 도난과 화재 예방대책을 강구했다.
시의회는 또 이만우 산업건설위원장과 강익수 의원이 안압지 목조 건축물에 대한 현장방문을 하여 소방시설 등을 점검하고 화재예방에 만전을 기하도록 당부했다.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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