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의 꿈을 찾아

하늘호[昊] 첫 콘서트

황재임 기자 / 2008년 03월 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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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의 꿈을 찾아
하늘호[昊] 첫 콘서트

잘 정돈된 무대위의 통기타를 바라보며 잠깐 추억에 잠겨본다. 경주에 살고 있는 나에게 콘서트라는 단어는 생소하기만 하다.
지난 26일 오후 7시 30분 서라벌문화회관에서 하늘호(昊)의 첫 콘서트가 열렸다.
단지 대학을 경주에서 나왔다는 이유로 또 경주와의 작은 인연 하나만으로 경주를 사랑하고 사랑을 전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정훈, 김기범, 이순석, 이선경 그들이 바로 하늘호(昊)이다.

인기가수들도 경주에서의 공연은 수익을 얻기가 어렵다고 하니 입장료 1만원의 유료 콘서트는 하늘호에게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모험이었을 것이다.

공연시작 20분 전. 절반도 채워지지 않은 객석을 보며 마음을 졸이고 있을 그들을 생각하니 내 마음까지도 불편해졌다. 하지만 시작 안내가 나가자 530석의 좌석이 순식간에 채워졌다. 중간 중간 빈자리를 감안하더라도 450명 이상이었다. 첫 콘서트지만 지금까지 수많은 자선공연으로 다져진 하늘호의 인기를 실감했다고나 할까.

울산광역시자원봉사센터 정희근 사무국장의 사회로 간단한 안내와 멤버 소개가 끝나자 뽀얀 안개가 무대를 감싸고 맑고 고운 목소리로 시작된 첫곡 ‘처음처럼’은 통기타소리와 함께 관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각기 다른 목소리를 가진 4사람이 어쩜 저리도 조화로운 소리를 담을 수 있을까’ 생각하며 발장단 까딱까딱 맞추고 있자니 어느새 1부가 끝이 났다.
2부는 하늘호 리더인 이정훈씨가 작사·작곡한 ‘여행’으로 시작됐다. ‘사랑합니다. 이 순간 가장 소중한 사람이 됐어’라는 고운 노랫말이 귀에 쏙 들어왔다.

해금연주와 어우러진 김기범씨의 ‘숨어 우는 바람소리’ 또한 특별한 즐거움을 선사했다.
첫 콘서트의 긴장감이 느껴지던 1부와 달리 2부가 시작되자 멤버들은 한층 여유로워진 모습이었다. 공연 사이사이에 멘트로 분위기를 띄우고 농담을 주고받으며 웃음을 주었다.
멤버들은 “공연은 7년을 했어도 콘서트는 처음이라 떨린다”는 것을 강조했지만 공연이 깊어갈수록 프로의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2부가 끝나고 초대 손님으로 나온 하늘호의 제자 4명이 멋진 공연을 선보였다.
제자들이 공연하는 동안 잠시 숨을 고른 그들은 “3부에서는 스탠딩 공연을 준비했지만 관객의 연령층을 고려해 무대에서만이라도 활기차게 진행해 보겠다”며 환하게 웃었고 그들의 옷차림도 발랄한 복장으로 바뀌어 있었다.

‘7080Medley’를 시작으로 ‘사노라면’까지 관객들과 하나가 되어 큰 박수를 이끌어 낸 그들. 특히 리더 이정훈씨는 이 기회에 암으로 투병중인 아버지께 사랑의 인사를 전했고 아버지 또한 환한 웃음으로 답해 따뜻함을 더했다.

앙코르곡으로 ‘여행을 떠나요’를 다함께 열창한 후 그들의 첫 콘서트는 막을 내렸다.
각기 다른 지역에 살던 그들이 7년 전 음악을 함께 시작했고, 잠시 각자의 길을 가다 3년 전 다시 만나 공연을 하게 됐다고 한다.

이정훈씨가 “김기범씨와 둘이 만났을 때는 ‘유리상자’가, 이순석씨까지 남자 셋이 되자 ‘자전거 탄 풍경’이 컨셉이었는데 이선경씨가 합류해서 ‘룰라’가 됐다”는 말로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첫 콘서트이긴 하지만 함께 해온 공연 덕분인지 편안함을 느끼게 했고 콧노래가 절로 나오는 시간이었다. 멤버들 간 15년이라는 나이차를 뛰어넘어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이 ‘노래’가 주는 큰 매력이 아닐까?

하늘호는 스무살에 꾸었던 꿈을 이제야 이루게 되었다며 도와준 이들의 사랑으로 싹을 틔우고 열매가 맺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스무 살의 꿈’을 타이틀곡으로 음반을 만들었다고 한다.

CD에는 자작곡 6곡과 리메이크곡 6곡이 수록되어 있다. 그들은 “30대~50대가 쉽게 다가올 수 있게 만들었는데 20대가 더 좋아하는 것 같다”며 “도대체 어떻게 만들었는지 궁금하신 분들은 구입해서 들어 달라”고 재치 있게 홍보했다.

2년동안 자선공연으로 모은 1천여만원 전액을 불우이웃돕기성금으로 낸 그들이 이번에는 자원봉사단체 ‘마음사랑’과 함께 ‘사랑의 집수리’ 비용을 위해 올해도 자선공연을 준비 중이다. 3월 하순부터 10월까지 매주 일요일 황성공원 야외무대에서 펼쳐질 그들의 공연을 기대하며, 일요일에는 잠깐 여유를 내어 멋진 음악도 듣고 따뜻한 사랑도 함께 나누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이들이 궁금하다면 다음 카페 검색창에서 하늘호(昊)를 찾아보시길.
당신이 찾던 ‘스무살의 꿈’이 거기에 있을지도 모르니...

김현희 객원기자
사진=황재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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