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학의 꿈은 가슴밑바닥을 휘젓고 온통 들뜨게 하는 그 무엇이다”

주경야독 꿈을 함께 하는 한림학교

경주신문 기자 / 2008년 03월 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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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학의 꿈은 가슴밑바닥을 휘젓고
온통 들뜨게 하는 그 무엇이다”

주경야독 꿈을 함께 하는 한림학교

ⓒ 경주신문

30여년간 만학의 꿈을 함께 한 경주 한림야간 중· 고등학교 2007학년도 졸업식(중31회, 고25회) 및 2008학년도 입학식이 지난 5일 오후 7시 30분 경주청년회의소 2층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졸업식 및 입학식에는 백상승 시장과 시의원, 내빈, 학생 가족, 졸업·입학생 등이 참석한 가운데 30명이 졸업(중15명, 고15명)하고 41명이 입학(중22명, 고19명)했다.
만학의 꿈을 이뤄가는 한림학교의 졸업식과 입학식은 여느 학교들과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두 행사를 같이 한다는 것도 있지만 한복과 정장을 곱게 차려입은 어머니, 아버지뻘 되는 어르신의 들뜬 표정에서 새로운 출발과 입학의 설레임을 엿볼 수 있다.

ⓒ 경주신문

과거에는 야학이라면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배움의 기회를 놓쳐버린 청소년들이 주로 하는 곳으로 생각되었으나 지금은 5~60대 아버지, 어머니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늦깎기 공부라서 걱정이 앞선다는 류정출(여, 59)씨는 올해 서라벌대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했다. 류씨는 “조금만 더 일찍 한림학교를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며 절절한 고마움을 나타냈다. 이들 외에도 이번에 대학에 진학한 이들이 네명 더 있다.

또 자녀들을 훌륭하게 키워놓고 만학의 길로 들어선 안유자(여, 66)씨는 중학교 과정을 마치는 2년 동안 결석한번 하지 않고 열과 성을 다해 학교에 다녔고, 이번에 고등학교 과정을 입학하고는 너무 복받쳐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고 했다.

만학의 꿈은 그렇게 가슴밑바닥을 휘젓고 온통 들뜨게 하는 그 무엇이다. 이번 졸업식에는 특별한 상이 있다. 한림인의 뜻을 모아 졸업생에게 수여하는 한림인상의 주인공은 용강동에서 중앙일보지국을 운영하시는 고4회 졸업생 손진석씨다. 황소처럼 힘차게 전진하라고 기념품은 힘찬 황소모형이다. 또 졸업생 선물은 목민심서와 삼국유사, 입학생에게는 태극기가 선물로 주어졌다. 경주이기에 가능한 뜻깊은 선물이다.

배움을 열망하는 이들과 가르침을 천직으로 알고 나눔을 실천하며 수 십년간 무보수로 봉사하는 30여분의 현직 선생님들과 함께 하는 한림학교. 진정한 우리 경주의 자랑이다.

20여년간 교사로 봉사하고 있는 한 부부는 인생 선배인 한림학교 학생들의 열의에 학교 수업과는 또 다른 감동을 받는단다. 언제까지 봉사하실 생각이냐고 물으니 “정년도 없으니 내 삶이 허락하는 한 하겠다”고 했다. 이곳에서의 봉사는 이미 생활의 일부분이었다.

한림학교는 배움의 열의만 있으면 남녀, 연령, 학력에 구분 없이 공부할 수 있다. 학비와 교재는 무료이며, 주5일간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40분 수업을 4시간씩 진행한다.

지난 85년부터 경주청년회의소 회관 지하에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목·금요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는 경주한글학교도 운영하고 있다.

교사들은 올해는 첨단문화시설을 확충해 좀 더 나은 교육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뜻있는 독지가의 참여를 기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림이 있어 나의 인생길은 아름답기만 하다는 졸업생의 말처럼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추어 전문성을 지닌 교사들이 눈높이에 맞춘 교육을 실시하는 열린 공간인 한림학교.정규 수업 외에 유적답사, 문예 행사 등 교양정서 및 예술문화 활동을 강화해 전인교육을 실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김윤근 교장선생님은 더불어 환경을 지키고 건강관리와 마음관리를 통해 나의 행복이 가족과 이웃에게 퍼져갈 수 있는 함께 행복한 사회를 열망했다.

김 교장은 “마음속 빗장을 열어젖히면 함께 하는 또래들의 반가운 손이 참으로 많다”며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했다.

어둠을 열고 밝음을 향해 희망의 나래를 펼치는 곳. 1973년 ‘샘터야간학교’로 출발한 한림의 학교 종소리는 힘차게 계속되기를 기원해 본다.

입학문의 772-3956, 손 전화019-523-3956.


전효숙 객원기자
사진=최병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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