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隍城) 예찬

내 삶의 풍요로움을 선사한 황성공원

경주신문 기자 / 2008년 04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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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의 신록은 그 어떤 화려한 꽃보다도 아름답다. 연초록 생명의 손짓, 그 여린 속살 마주하고서야 한 계절이 또 다시 시작됨을 실감한다.
황성공원. 이른 사월 갈참나무 산책길을 거닐며 그저 살며시 불러만 보아도 아름다운 울림으로 다가오는 숲이다.
예전에는 고양수, 논호수, 고성수라 불렀다고 하며, 신라26대 진평왕이 즐겨 찾던 사냥터 였다고 한다. 신라도읍의 북쪽이 허하다 하여 인공적으로 조성한 산인 ‘독산’이 있으며 지금 그 산위에는 1966년 조성된 김유신 장군의 동상이 세워져있다.
1975년 도시근린공원으로 지정된 황성공원에는 31만여평의 대지에 종합운동장, 실내체육관, 씨름장, 궁도장, 축구장, 테니스장, 체육공원(운동시설20종), 경주시립도서관, 황성동 주민센터 등 많은 시설이 있다. 또 소나무 외 48종의 수목 1만여 그루가 혼재해 있는 도심속 시민공원이다.
여타의 시설이 많지만 나에게 가장 의미 있는 곳은 시립도서관과 숲이다. 몇 년 전 황성공원을 관통하는 도로가 뚫려 숲이 많이 망가지고 숲다운 분위기가 많이 사라져서 참 아쉬웠다. 그래도 아이들이 걸음마를 시작할 때부터 거닐던 소나무 숲과 참나무 군락과 나무와 나눈 이야기들, 비밀스런 소원을 함께 한 나무들이다. 또 몇 년 간은 한 선원에서 하는 이른 아침 체조에 참여 했었다. 새벽 맑은 공기를 가르며 자전거를 타고 황성 숲에 들어서면 스며드는 숲 향기와 경쾌한 리듬도 좋았지만 정적인 듯 역동적인 도인체조가 좋았다. 출산 후 이곳저곳 불편했던 몸을 재정비하는 계기가 되었고 내 삶의 활력소가 되기에 충분했다.
아이들이 자라 책을 함께 할 때는, 시립도서관에서 올해로 10년째 활동하고 있는 ‘경주동화읽는 어른’ 모임에 참여해 좋은 동화책을 선정하여 읽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고 2004년부터는 경주장애인복지관에서 ‘동화로 여는 세상’이라는 제목으로 동극, 노래, 게임을 통해 장애우들과 어울림한마당을 갖고 있으며 책읽어주기 활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아이들이 점점 자라서 동화보다는 다른 책들을 가까이 하게 되니 발걸음이 뜸해졌지만 되돌아보면 참 아름답고 소중한 시간이었다. 황성공원 내 시립도서관은 우리 가족의 생활에 가장 가깝고 빈번하게 이용하는 공공기관이다.
올 삼월부터는 야간예약 도서대출도 가능한 24시간 시스템을 갖추었고 자동반납시스템을 도입해 연체의 공포(?)에서 해방되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책과 가까이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아이들도 책을 소중히 생각하고 자연을 사랑하는 품성을 많이 닮아있는 듯하여 참으로 감사하다.
큰사람 아래에는 그늘이 두터워 많은 이들을 품어 안듯이 황성공원의 넉넉한 품속에서 내 인생의 많은 부분을 보냈고 보낼 것이다. 마음 준만큼 되돌려주는 자연의 순리에 감사하며 황성공원, 그 맑고 여린 푸르럼에 빠져봄은 어떠하신지.
[전효숙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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