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 아직도 마시고 토하러 가니?

우린 마운틴과 통하러 간다!

박현주 기자 / 2008년 04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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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주신문
입학시즌, 졸업시즌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뉴스가 있다. 대학 신입생 환영회 중 음주로 인한 사망, MT간 대학생들이 취중 다툼으로 사망 사고, 선후배 얼차려 중 사망 등 안타까우면서도 한편으로는 황당한 사건들.

멤버십 트레이닝을 뜻하는 MT는 어느덧 마(M)시고 토(T)하는 여행으로 변질되어 젊은이들은 ‘자유’라는 이름으로 비틀거려도 어른들은 ‘애들 문화’라는 핑계로 외면해 버리는 요즘 “먹고 노는 MT는 NO"라고 외치는 젊은이들이 있어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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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대학교 경찰법학부(학부장 한상훈 교수) 학생들이 그 주인공인데 김영환, 박현준, 이해일, 김강수, 한상훈, 이헌구 교수와 02~08학번 95명의 학생들은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2박 3일간 경주대 학생회와 경상남도 산청군청의 후원을 받아 국립공원 1호인 지리산으로 MT를 다녀왔다.

4일 산청군 시천면 중산리에 도착한 일행은 숙소와 등산로 주변을 청소하며 다음날 있을 강행군을 준비하며 하루를 마무리 했다.

다음날인 5일 오전 8시 30분 한상훈 학부장의 개식사와 산청군수의 격려사를 들으면 봉사활동 출정식을 가진 일행은 오전 9시 지리산 등정을 시작했다.

등산에서 사람의 한계에 도전하기에 가장 좋은 코스라는 중산리~천왕봉 코스를 선택한 이들은 계속되는 계단과 너덕바위길을 힘들게 올라 1378고지에서 잠시 숨을 돌렸지만 더욱더 가파른 길이 이어졌다. 다리에 쥐가 나 고통스러워하는 사람이 발생했고 여학생 몇 명은 탈진해 주저앉기도 했다.

4시간 40분만에 천왕봉에 오른 학생들은 신세대답게 핸드폰을 꺼내 “천왕봉에 올랐다”며 통화하기에 바빴다. 자신감 넘치고 씩씩한 목소리였다. 함께 기념촬영을 하며 외친 ‘화이팅’ 구호도 더 힘차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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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의 기쁨에 들떠 있는 것도 잠시, 간단한 식사를 마친 일행은 쓰레기봉투를 들고 각종 오물과 쓰레기들을 수거하고 망가진 등산로를 복구해 나갔다.
울퉁불퉁한 바위 사이를 오가며 허리를 반쯤 접고 쓰레기를 줍는 학생들의 모습은 봄날 지리산에서 피어난 가장 아름다운 꽃처럼 보였다.

청소를 마치고 내려오는 길은 한결 수월해 2시간40여분 만에 전원이 안전하게 하산했다.

MT를 마치고 돌아와 학부 홈페이지에 올린 산행기에서 김영환 교수는 “오늘의 힘든 산행이 바탕이 되어 또 다른 산행이 이어지고, 또 자신을 극복하는 능력을 더 길러 이것이 인생의 큰 힘이 되길 빌어본다, 장하다 ! 우리 95명의 젋은이들이여 ! 다시 천왕봉을 오르지 못할 지라고 오늘의 산행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산을 정복할 수 없다. 다만 나를 정복할 수 있을 뿐이다”라고.

박현준 교수는 “다리엔 아픔이 여전하지만 힘겹게 오르던 법계사 오르막길에서 08새내기들의 손을 이끌어 주던 선배들의 모습, 부족한 물 나누어 먹던 선후배간의 모습, 법계사뜰에 비집고 앉아 김밥나누어 먹던 모습이 가슴저리게 그립다. 근육통으로 뒤에 처지면서도 서로를 의지하며 한발두발 옮기던 04학번 창준이, 대림이, 지원이의 모습이 너무도 아름다웠다”고 전했다.
신문사로 직접 방문해 입에 침이 마르도록 학생들을 칭찬한 그였다.

학회장인 조광래 학생은 “취지가 환경정화운동이라 더 뜻 깊고 보람된 엠티였다. 교수님과 학우들 모두 아무런 사고 없이 잘 다녀와서 몸은 피곤하지만 기분은 참 좋다“고 말했다.

대학생이라면 누가 가장 빨리 많은 양의 술을 마시고 버티는지를 겨룰 것이 아니라 의미 있는 도전을 통해 내 한계에 도전해야 한다는 것과, 선배의 강압으로 이루어지는 얼차려가 아닌 자연이라는 대선배의 소리 없는 가르침이 소중하다는 것을 학생들은 배웠을 것이다.

먹고 마시고 토하고 배설하는 소모적인 MT가 아닌 배우고 도우며 산과 소통하는 MT, 다른 학과, 다른 대학에서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아직도 뭉친 근육을 주무르고 있을지 모를 경주대 경찰법학과 학생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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