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기금 조성 ‘하세월’

시 출연금 제외한 경주시장학회 순수 적립금 9억원대…저조한 시민 참여가 문제

서기대 기자 / 2013년 04월 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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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 인재 발굴·육성을 목표로 지난 2011년 3월 문을 연 (재)경주시장학회의 장학기금 조성 실적이 극히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 실효성 있는 기금 확보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한다는 지적이 지역 사회 안팎에서 광범위하게 일고 있다.

경주시 출연금을 제외한 경주시장학회 측의 순수 적립금은 지난달 29일 현재 채 10억 원이 안 될 정도로 저조한 모금실적을 보이고 있다. 근본적으로 시민 참여 열기가 저조한 게 최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사정이 이러하자 경주시는 장학기금 조성 활성화 취지로 공무원 대상의 모금 운동을 벌이고 있지만 자발적 참여가 아니란 점에서 기대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순수 조성 장학기금 채 10억 원도 안 돼
본보 확인 결과, 지난달 29일 기준으로 경주시 출연금 100억 원을 제외한 경주시장학회 측의 순수 모금 장학기금은 총 9억4370만908원으로 집계된다.

이는 경주시와 거래 관계를 맺고 있는 금융업체 등 특정 업체 2곳에서 지난해 각각 2억 원 씩 기탁한 것을 제외하면 5억 원대로 모금 실적이 더욱 떨어지는 것이다.

지역민 참여 열기가 전반적으로 저조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어느 정도로 모금실적이 저조할까. 도내 주요 시·군의 장학회 모금 실적을 살펴보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본보가 경주시장학회에 의뢰해 무작위로 도내 10개 지자체에서 설립한 장학회의 모금 실적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자체별로 적게는 65억 원에서 많게는 327억 원씩 장학기금을 조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표 참조>

ⓒ (주)경주신문사


이들 시·군의 경우 경주와 같이 전체 적립금 중 지자체 출연금 비중이 90%이상을 차지하는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경주의 경우 지자체 출연금 제외 시 도내 주요 시·군 가운데 모금 실적이 최하위권으로 떨어진다는 뜻이다.

경주시장학회 관계자는 “인구 4만 6000여 규모인 예천군의 경우 군민 3만명 이상이 후원 회원으로 장학기금 기탁에 참여하고 있다”면서 “근본적으로 경주의 경우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 부족이 최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고 밝혔다.

-시, 연내 200억 원 조성 목표
장학기금 실적이 이 처럼 저조하자 경주시와 경주시장학회 측은 최근 시청 간부 공무원을 대상으로 장학기금 모금 활동에 돌입한 상태다. 시는 연내 200억 원 조성을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최근 사용 방안을 확정지은 방폐장유치지역특별지원금 미사용분 1500억 원 중 20억 원을 장학기금으로 활용하는 동시에 시민, 기업인, 출향인 등을 대상으로 50억 원을 추가 모금하겠다는 게 골자다.

경주시 관계자는 “최근 보문단지 내 호텔업체에 협조를 구한 상태”라면서 “출향 기업인을 직접 찾아 장학기금 조성에 참여해달라는 식의 출향인 대상의 방문 활동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는 아울러 지난달 21일 간부공무원 80여명이 조성한 장학기금 2500만 원을 기탁했다. 시청 공무원들의 장학금 기탁은 이번이 두 번째다. 이번 장학 기금 조성운동에는 앞으로 6급이하 공무원들도 동참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적잖게 나오고 있다. 5급이상 공무원들이 참가한 확대간부회의 등을 통해 동참하기로 뜻을 같이 했다고는 하지만 엄격히 말해 공무원 개개인의 자발적 참여는 아니란 게 논란의 핵심이다. 실제로 일부 공무원들 사이에선 이에 대한 반발기류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금 성과가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도 이 때문이 나온다.

-시민 자발적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
장학기금 조성사업은 근본적으로 시민 참여가 활발해야 소기의 실적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시민 참여 활성화 해법을 조속히 내놔야한다는 얘기다.

거꾸로 지역 구성원들의 자발적 참여 부족도 아쉬운 대목으로 남는다. 지역 사회 일각에선 장학기금 조성에 인색한 경주 특유의 지역성을 꼬집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경주시장학회 관계자는 “이름만 대면 알만 한 유명 사찰은 물론 경주를 대표하는 기업체, 한의원 등에 협조를 구해도 미온적 반응 일색”이라면서 “적은 금액이라도 후원하겠다는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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