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 경주 예술의 전당…

“‘예술의 전당’ 효율적 운영 통해 시민 부담 줄이겠다”
최양식 시장 지난 1일 기자간담회서 입장 밝혀

강승탁 기자 / 2013년 05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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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정수성 의원. (우)최양식 시장.
ⓒ (주)경주신문사


‘경주예술의전당’이 개관 2년 반 만에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당초 시민 복지향상과 문화관광도시에 걸맞은 도시이미지 제고를 위해 시작됐지만 경영난에 허덕이면서 설립취지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민간사업자(SPC)에게 상환해야할 채무액만 총사업비(723여억원) 대비 2배를 훨씬 넘고 건립 전 우려됐던 운영적자 폭 또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정수성 새누리당 국회의원은 지난해 예술의 전당 적자가 93억 원에 달했고 향후 매년 적자규모만 100억 원에 이를 것이라며 대책마련이 절실하다고 꼬집었다.

예술의 전당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속담이 딱 맞아떨어진다. 20년 임대기간(2010.10~2030.8) 동안에는 민간 사업자에 대한 채무상환과 운영적자로 세금이 축나고, 임대기간 후에는 시설운영비와 운영적자로 매년 45억 원 이상 세금이 셀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정 의원 지적에 대해 지역 사회 일각에서는 최양식 시장의 잔여임기를 1년여 앞둔 시점에서 시 행정에 대한 일방적 흠집내기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 경주예술의전당이 적자에 허덕이며 시 재정에 부담이 되고 있어 논란이 뜨겁다.
ⓒ (주)경주신문사


◆현황은
정 의원에 따르면 경주시가 예술의 전당 건립에 따라 민간사업자(SPC)에게 상환해야할 채무액(시설 임대료+시설 운영비)은 국·도·시비를 포함, 20년간 총 1848여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투자비 723억5000만원은 원리금 균등분할방식으로 상환이 진행되고 있다. 이 금액을 20년간 계산하면 82억5000만원씩을 매년 민간 사업자에게 갚아야 한다.

이에 반해 예술의 전당이 벌어들이는 수입은 지난 한 해 6억5000만 원 선. 공연 및 대관 6억 원, 커피숍 등 기타 5000만원. 하지만 지출은 인건비 6억 원, 운영비 11억 원 등 대략 17억 원. 연간 10여억 원 적자를 보고 있는 셈.

결론적으로 민간 사업자에게 갚아야 하는 82억5000만원과 운영 적자분 10억5000만원을 합해 매년 93억 원의 혈세가 투입되고 있는 꼴이다.

정 의원은 향후 경주문화재단 인건비와 예술의 전당 운영비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적자폭은 약 100억 원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경주시는 지난해부터 수익이 20억 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보기 좋게 빗나갔다. 지난해 총 182회 공연을 벌였지만 관객은 7만4167명에 그쳐, 하루 평균 203명 수준에 머물렀다.

◆미숙한 추진
예술의 전당은 지난 2004년 8월 경주 예술문화단체가 시민 10만 명의 서명을 받아 시의회에 제출하면서 스타트를 했다. 이듬해 2005년에 문화관광부로부터 민자사업(BTL)으로 선정됐고 2007년 시의회가 BTL사업 실시협약동의안을 의결하면서 본격 추진됐다.

이 사업은 최양식 현 시장 이전인 백상승 전 시장 시절 추진됐지만, 2010년 11월 개관 후 2년 반이 지난 점을 감안하면, 현 집행부 또한 책임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시측은 이런 적자에 대해 “시민의 문화, 복지 향유를 위한 시설이므로 그 가치를 경제적으로만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의 무리한 사업추진으로 인해 만성적자에 허덕이는 경우가 많아 실질적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일례로 최근 경남 진주의료원의 경우 6년간 연평균 54억 원의 적자 탓에 현 도지사가 폐업을 결정했다.

용인 경전철 경우 또한 1조32억 원이 투입돼 완공됐지만, 용인시와 사업시행자 최소 수입보장 문제를 둘러싸고 3년간 운행이 지연돼 주민소송단이 전·현직 시장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경주예술의 전당 또한 인력 감축 등 시설운영 면에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비등해지고 있다. 하지만 경주예술의 전당 측의 입장은 다르다.

엄기백 경주예술의전당 관장은 “전국 문예회관의 평균 자립도는 18.2%인데 경주는 18.9%로 0.7%높고, 경북전체와 비교해도 평균 12.8% 높은 자립도를 나타내고 있다”면서 “현재 근무 인력은 실질적으로 3명에 그치고 있어 인원감축은 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 경주예술의전당 메인 공연장 관람석 전경.
ⓒ (주)경주신문사


◆경주시, 대책 서둘러 발표
경주시는 최양식 시장이 직접 기자 간담회를 열어 적자 폭 감소를 위한 중·장기 운영 방안을 발표하는 등 서둘러 진화에 나서는 분위기다. 최 시장은 지난 1일 오전 11시 시청 영상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예술의 전당’ 운영과 관련, 경주시의 입장을 밝혔다.

최 시장은 이 자리에서 ‘예술의 전당’의 경우 근본적으로 지역 주민들의 문화 향수를 달래기 위한 인프라 성격으로 유지되고 있는 만큼 흑자 경영보다는 적자 폭 감소에 주안점을 둔 시설 운영에 나서는 게 적절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효율적 운영을 통해 시민 부담을 줄이겠다는 게 관련 대책의 핵심을 이룬다.

시는 이를 위해 BTL사업 등에 따른 기존 계약상의 상환 금리 5.54%를 5년 단위의 재협의에 앞서 현 금리 수준인 3.36%로 합의를 이끌어내 상환만기까지 188억 원 가량 부담을 줄일 계획이다.

이와 함께 문예술법인등록을 통해 2억6000만 원 가량의 기부금 및 협찬을 얻어내고 운영조례 개정에 다른 대관료 현실화를 통해 연간 2500여만 원 정도 수익을 추가로 발생시키겠다는 방침이다. 대형 패밀리레스토랑 및 피트니스 시설 유치를 기반으로 부대시설 임대사업도 확대한다는 입장이다.

또 인기공연 위주의 수익성에 초점을 둔 관련 프로그램 활성화를 토대로 공연 수익율을 80%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전문가와 시민을 참여하는 경영평가위원회를 설치해 경영 및 회계와 관련해 투명성 제고에 나서기로 했다. 연간 시설장비유지비 상환금 중 4억원 가량 발생하는 충당금을 관리비로 활용해 향후 20여년간 80억 원 정도 절감하겠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최양식 시장은 “BTL사업에 참가한 삼성그룹에 우리나라 대표 문화도시인 경주에 문화시설 기증 차원에서 ‘예술의 전당’ 헌납을 요청할 계획”이라며 “경주는 삼성과 과거 경주 이씨 사당인 동천동의 표암제 보수과정에서 도움을 받은 인연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 의원의 이번 지적과 관련, 지역 사회 일각에선 근본적 해결책 제시가 아닌 시 행정 흠집내기란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예술의 전당’ 운영 적자 문제의 경우 이미 2010년 개관이래 여러 차례 언론 등을 통해 다루진 사안인데 최 시장의 잔여 임기 1년여를 앞둔 현 시점에서 또 다시 거론한 것은 시 행정에 대한 일방적 불만 표출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BTL(Build-Transfer-Lease)이란 : 민간사업자가 자금을 투자해 시설을 건설한 후 공공기관에 소유권을 이전하고 공공기관으로부터 임대료를 받아 투자비를 회수하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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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탁·서기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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