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의회 행동강령 조례 제정 ‘해 넘겨’

“발목 잡히기 싫은가” 비난 일어

이상욱 기자 / 2014년 12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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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의회가 의원들의 청렴하고 공정한 직무수행을 위한 ‘행동강령 조례’ 제정을 미뤄오다 결국 해를 넘기자 비난이 일고 있다.

‘경주시의회 의원 행동강령 조례안’은 제197회 경주시의회 임시회 회기 중인 지난 8월 8일 의회운영위원회에서 보류된 뒤 5개월째 표류 중에 있다.

이 때문에 시의원들이 행동강령 제정으로 인해 스스로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것을 우려해 조례 제정을 미루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시 김동해 의원이 대표 발의하고 무려 16명의 시의원이 동의해 상정한 조례안이 이례적으로 보류되면서 논란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시의회는 8월 13일 이 조례안에 대한 검토 보안 착수에 들어갔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기도 했었다.

보도자료에는 ‘조례안은 의원 당연히 시행돼야 할 조례라는 점에서는 공감하고 있으나 지역실정에 맞게 수정 보완할 부분이 있을 것으로 판단, 연구 검토를 통해 수정된 행동강령을 마련해 다음 회기에 상정하겠다’고 적시했다.

하지만 그동안 시의회 내부에서 조례안 수정과 관련해 몇 차례 논의만 가졌을 뿐 구체적인 수정안도 마련하지 않아 안건 재상정조차 보류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당시 발의한 행동강령의 세부사항에 대한 수정·보완 없이 단순히 현행 ‘경주시의회 윤리강령 및 윤리실천규범에 관한 조례’와 통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조례 제정에 대한 시의원들의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일부 시의원들 사이에서는 행동강령의 필요성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A시의원은 “현행 선거법이나 의원 윤리강령 및 윤리실천규범에 관한 조례 등에 의해서도 충분히 제약받고 있기 때문에 행동강령은 선언적 의미일 뿐”이라고 말해 행동강령과 관련한 시민들의 인식과는 상당한 온도차를 보였다.

행동강령은 지난 2011년부터 국민권익위원회가 공직자와 마찬가지로 지방의원들에게도 청렴하고 공정한 직무수행을 엄격히 묻자는 취지에서 조례제정을 권고하고 있다.

현행 윤리강령이 정한 규정보다 더욱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사항을 조례로 제정해 선출직으로서 청렴하고 공정한 직무를 수행하기 위한 행동기준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지난 8월 발의한 ‘경주시의회 의원 행동강령 조례안’도 이 같은 뜻을 반영해 인사 청탁 등의 금지, 직무와 관련된 위원회 활동 제한, 이권 개입 등의 금지, 영리행위의 신고 등의 내용을 담았다.

또 시의원들이 행동강령을 위반할 시 신고와 징계 등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이처럼 보다 엄격한 의원들의 행동기준을 시의회가 미루면서 시민들의 비판이 뒤따르고 있는 것.

경주의 한 시민단체 간부는 “시의회가 특별한 사유 없이 행동강령 제정을 늦추고 있는 것은 스스로 특권을 내려놓기가 싫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면서 “조례안 수정이 크게 어려워보이지도 않는데 시간끌기를 하고 있는 이유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오랜 시간 조례안 수정을 논의한 만큼 더욱 실효성 있고 강화된 내용으로 보완돼야 한다”며 “향후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

박귀룡 의회운영위원장은 “내년 2월 개최 예정인 임시회에 조례안을 상정할 계획이다”면서 “전체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연구 검토한 뒤 수정된 행동강령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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