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고분 명칭 변경 요구 목소리 높아져

금관총 재발굴 계기로 설득력 점점 얻어
데이비드총 등 잘못된 명칭 변경 서둘러야

이상욱 기자 / 2015년 03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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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때 허술하게 발굴됐던 금관총에 대한 재발굴을 계기로 신라고분의 잘못된 명칭을 변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제 때부터 고분의 주인공을 알 수 없을 경우 특징적인 유물 등의 이름을 붙이는 관행이 이어지면서 그 해당 유물이 무덤의 주인공으로 불려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일본인들의 손에 발굴된 고분들로 금관총을 시작으로 금령총, 식리총, 서봉총, 데이비드총, 우총 등 당시 명명된 무덤 명칭이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다는 것이다.

경주지역 사학자 등에 따르면 고분을 발굴하면 ‘00호 고분’에서 새로운 이름으로 명명한다. 발굴된 고분에서 피장자의 신분을 알 수 있는 유물 등이 발견되면 그에 따라 00왕릉, 00묘 등으로 이름 지었다.

그러나 누구의 능인지 알 수 없을 경우에는 대부분 출토된 유물의 이름이나 특징에 따라 ‘00총’이라고 명명했다는 것이다.

금관이 처음으로 발견돼 ‘금관총’, 금방울이 나왔다고 해서 ‘금령총’, 신발이 출토돼 ‘식리총’, 스웨덴의 왕자가 발굴에 참여하고 봉황이 새겨진 금관이 나왔다고 해서 ‘서봉총’ 등등의 방식이었다.

이들에 따르면 실소를 금치 못하는 이름도 눈에 띄었다. 일제가 발굴비용이 없어 미뤄오던 것을 영국인 퍼시벌 데이비드(Sir Percivil David)가 비용을 제공했다고 해서 명명된 ‘데이비드총’이 그것이다.

데이비드총은 노서고분군 내 서봉총과 나란히 붙어 표주박 형태를 한 무덤으로 표지판이 없어 일반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또 고분 위에 옥포집이라는 식당이 있었다는 이유로 붙여진 ‘옥포총’은 황당하기까지 했다.
지역의 한 향토사학자는 “현재 고분의 이름대로라면 데이비드총은 영국인의 무덤이고, 식리총은 신발의 무덤이 되고 만다”면서 “현재까지도 이러한 명칭이 초·중·고교 교과서에까지 기재돼 있으니 이들 고분의 주인공들이 통탄해 할 일이 아니겠는가”라고 애석함을 감추지 않았다. 이같은 고분 명칭 지정은 해방이후에도 이어졌다.

‘황남대총’만이 지명에 따라 명명됐을 뿐 광개토대왕의 호우가 출토돼 ‘호우총’, 말뼈가 나와 ‘마총’, 침상 2개가 나왔다고 해 ‘쌍상총’, 은방울이 발견돼 ‘은령총’, 천마도가 출토돼 ‘천마총’ 등은 일제가 해오던 관습을 그대로 이어왔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수년전부터 신라문화동인회 등 지역 문화단체들이 고분 명칭에 대한 변경을 주장하며 관계당국에 건의했지만 번번이 무산됐었다.

그러나 지난 2일 고유제를 시작으로 95년 만에 우리 손으로 재발굴하고 있는 금관총을 계기로 잘못 지정된 고분 명칭을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올해 금관총과 내년 서봉총 재발굴 등을 통해 경주지역 신라고분이 재조명되고 있기 때문이다.

향토 사학자들은 “이번 재발굴을 통해 일제강점기 때부터 잘못 지정돼오던 무덤의 명칭을 변경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다”면서 “이미 한 차례 발굴이 있어 무덤의 주인공을 알 수 있는 유물 등을 발견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명칭을 변경할 수 있는 단서라도 나오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일제강점기 시대 고착화된 고분 명칭을 바로잡는 일인 만큼 경주시 등 관련당국의 관심을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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