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의회, 지역 현안 두고 어정쩡한 태도 ‘비난’

월성1호기, 계속운전 공식입장 없이 내부서도 ‘오락가락’

이상욱 기자 / 2015년 03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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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의회가 지역 최대 현안인 월성원전 1호기 계속운전과 관련해 애매모호한 태도로 일관해 비난이 일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지난달 27일 월성 1호기 계속운전 허가를 결정하기까지 시의회 차원에서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다가, 허가 뒤엔 수명연장에 반대의견을 내놓고 있어서다. 경주시의회는 시민의 대의기관으로서 월성 1호기 수명연장에 대한 찬반 입장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아왔지만, 지난해 7월 제7대 시의회 출범 이후 원안위 결정 때까지 단 한 번도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그러다가 원안위 결정이 나온 지 3일 만인 지난 2일 열린 경주시의회 국책사업 및 원전특별위원회에서는 계속운전에 대한 반대의사를 강하게 드러냈다.

이처럼 시의회가 명확한 입장없이 어정쩡한 태도로 나오자 주민들과 환경단체 등을 의식해 면피성 간담회를 가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

경주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지난 6대 시의회 때 월성 1호기 폐쇄를 촉구하는 성명서 등을 3번이나 공식 발표한 것과는 달리 현 시의회가 가장 중요한 시기에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월성 1호기 폐쇄 입장을 밝히던지, 수용에 따른 보상을 요구하던지 명확한 입장을 세우고 대책을 세워나가야 함에도 애매모호한 입장만 보이는 것은 시의회 본연의 역할을 소홀히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시의원들이 지역의 첨예한 현안을 두고 의견을 모으지 못한 채 제각각 목소리를 내고 있어 향후 월성 1호기 계속운전에 따른 시의회 차원의 대책 마련도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날 원전특위 간담회는 윤청로 월성원자력본부장을 비롯해 다수의 간부들을 참석시켜 ‘월성1호기 계속운전 승인에 따른 주민수용성 확보 방안’에 대해 질의하는 자리였다. 그러나 일부 의원들이 이날 간담회의 본질인 주민수용성 확보 방안에 대해 질의했을 뿐, 대부분의 시간을 월성 1호기 계속운전 반대 의견을 밝히는데 주력했다.

김영희 의원은 구체적인 주민 수용성 확보 방안에 대해 주로 질의했고, 김성규 의원은 안전성 확보라는 전제 하에 주민수용성 해결을 위해서는 협의 대상에 시 전체를 포함시켜야 하고, 주민들이 만족하는 수준에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윤청로 월성원자력 본부장은 “향후 45일간 계획예방정비를 수행하고 4월 하순쯤 재가동 할 예정”이라면서 “계획예방정비 현장 주민공개, 간담회 등을 통한 소통활동 강화, 현장견학 프로그램 시행 등 월성 1호기 안전성에 대한 지속적인 소통활동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동경주대책위원회 등 단체, 시의회, 지자체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 등을 구성해 실질적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지역상생방안을 협의해 주민수용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이어 월성 1호기 계속운전에 반대하는 의원들의 지적이 쏟아졌다.

장동호 의원은 “수용성의 문제가 아니라 당초 2012년 수명 완료됐을 때 압력관을 교체하는 등 설비를 개선하면서도 주민들에게 아무런 협의를 하지 않고 진행했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잘못됐다”며 “주민수용성과 보상 문제 등을 논의하려는 이런 간담회는 필요 없다”고 질타했다.

이동은 의원은 “30년 된 노후한 비행기를 고쳤다고 안전하게 생각해 탈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며 “안전성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계속운전을 무조건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한순희 의원과 엄순섭 위원장 등도 노후화된 원전의 안전성에 대해 꼬집었다.

한편 이날 간담회는 오후 3시 개최되는 경주화백컨벤션센터 개관식 참석 일정에 쫓겨 엄순섭 위원장은 의원들의 발언을 재촉하기도 했다. 1시간 30분도 채 안 되는 간담회 일정으로 인해 민감한 사안에 대한 깊이 있는 질의와 답변이 이뤄지지 못한 채 서둘러 회의를 마쳤다.

이에 대해 박귀룡 의원은 의사발언을 통해 “오늘 간담회를 개최한 목적이 무엇이냐”고 질문하는가 하면 “이런 중요한 사안에 대한 간담회를 하려면 의원들에게 각각 시간배정을 잘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고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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