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은 지역사회의 힘'-[7]황남동 분란경로당

행복을 만들어 가는 꽃할매들의 삶과 추억의 공간

경주신문 기자 / 2015년 08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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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경주신문사


#황남동 분란경로당은?
경주공고 앞 골목에 위치한 황남동 분란경로당은 주위에 한옥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이름만큼 사연이 있는 경로당이다. 현재 30여 명의 할머니들이 여가시간을 보내며 소통의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는 분란경로당은 한눈에 여성스러운 외벽 치장에다 내부도 깨끗하게 정리된 ‘여성전용 경로당’ ‘금남의 공간’으로 보였다.

분란경로당에 들어서면 먼저 눈에 띄는 것이 다른 경로당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비석이 하나 있는데 ‘임분란 여사 공덕비’다. 이 비석은 1978년 1월 5일 (사)대한노인회 경북도지부 경주시 중앙지회(회장 조경규)에서 지역 어르신들을 위해 경로당부지와 건물을 내놓은 임분란 여사를 기리기 위해 세운 것이다.

↑↑ 고 임분란 여사 공덕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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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당 이름도 임분란 여사의 이름을 따 ‘분란경로당’으로 지었다. 고 임분란 여사는 과거 지역에서 기생을 하면서 어렵게 마련한 집을 지역 어르신들에게 선뜻 내놓았다고 했다. 그리고 건물이 오래되어 할머니들이 불편을 겪자 최근 경주시에서 건물을 신축했다.

↑↑ 최기연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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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란경로당에는 다른 경로당에서 찾아보기 드문 아름다운 벽화가 눈에 띤다. 지역의 대학생들이 자원봉사로 나서 할머니들만의 공간을 위해 벽화를 그려 주었다고 한다. 지난해 모범경로당으로 지정되었다는 분란경로당은 경주시에서 실시한 건강백세 프로그램이나 기관에서 진행한 강수강좌 프로그램 등 할머니들의 건강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고, 할머니들의 검소한 생활이 경로당 곳곳에 고스란히 배여 있었다.

최기연(87·인물사진) 회장은 “회원들 모두 여성들이어서 깨끗하고 검소하게 잘 관리하고 있다. 최근에 부산광역시에서 우리 경로당이 다른 경로당과 다르게 잘 운영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견학을 왔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 했다.

#스스로 건강한 삶을 만들어 가는 어르신들
분란경로당을 이용하는 어르신들은 모두 할머니들이다. 그러다보니 금연은 기본, 경로당 안팎이 쾌적하고 깨끗하기 그지없다. 할머니들의 수다도 넘쳐난다. 분란경로당은 아흔을 바라보는 어르신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건강하고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최기연 회장을 중심으로 잘 운영되고 있다.

최옥주(80) 총무는 “회장님이 워낙 적극적이고 부지런하셔서 우리 경로당은 언제나 활기가 넘친다”면서 “회원들에게 우리 회장님의 인기는 정말 대단하다”고 자랑했다.

분란경로당 할머니들은 경로당에서 야단법석을 떠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경로당에서 시끄러우면 이웃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최기연 회장은 “노래방기기가 있는 경로당도 많이 있는데 우리는 주택지 중심에 있어 시끄러우면 주민들이 불편하기 때문에 생각도 하지 않는다”고 했다.

분란경로당 할머니들은 경로당에 소소하게 들어가는 비용은 월 회비를 내어 충당하고 있다. 물론 연료비 등 운영비는 기관에서 지원되지만 월 회비는 경로당 어르신들의 단합을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다.

↑↑ 분란경로당은 다양한 건강프로그램이 진행돼 할머니들의 건강에 도움을 주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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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최 회장의 주도하에 4월과 10월 1년에 두 차례 야유회 회식을 즐기면서 단합하는 멋쟁이들이다. 동분서주하는 최 회장의 역할로 인해 기관이나 주위에서도 분란경로당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하지만 이 처럼 할머니들의 긍정마인드로도 해결이 되지 않는 것이 있다. 경로당에서 여가를 보내시는 어르신들 모두 할머니들이고 또한 연로하셔서 힘든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문이 고장 나거나 전기를 손볼 때 등 힘든 일이 닥칠 때 간혹 남자들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요즈음은 자원봉사자들이 많이 있다고 하는데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자원봉사자들이 도와주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분란경로당 어르신들은 모두 ‘꽃할매’다. 경로당이란 삶의 공간에서 서로를 감싸 안으며 위로하고, 마음을 모으면서 자매들처럼 지내는 모습이 더 없이 아름다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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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성주 편집국장, 사진=이재욱 기자
진행=이성주 편집국장, 이만재 북부지사장, 엄태권 대리, 이원조 전문강사/자료참조=경주풍물지리지(김기문 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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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기금으로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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