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은 지역사회의 힘'-[18]황성동 주공2차 노인회관

좋은 주위 환경에도 불구하고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

경주신문 기자 / 2015년 11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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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좁은 경로당이지만 할머니들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쉼터. 주공2차노인회관 할머니들의 우정은 돈독했다.
ⓒ (주)경주신문사


#풍요속의 빈곤
경주지역 최대 인구밀집지역인 황성동에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들어서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부터다. 1986년 11월 준공한 주공2차아파트는 지역에서 오래된 서민아파트 중 하나로 저층아파트지만 22개 동에 848여세대가 사는 대규모 단지다.

황성동 계림고 뒤편에 있는 주공2차아파트 인근에는 경주시민들의 자랑인 황성공원이 있고, 북서쪽에는 형산강이 흐르고 있어 주위환경이 비교적 좋지만 황성동 일대가 팽창하면서 지금은 지역에서 교통이 혼잡한 대표지역으로 바뀌어 심각한 주차문제와 교통사고 등이 우려되는 지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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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지역 대규모 아파트마다 대부분 노인회관이나 경로당이 있으며, 주공2차 노인회관도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관리사무소와 함께 만들었지만 10평 남짓한 공간은 어르신들의 쉼터라고 하기에는 열악하기 그지없었다. 그나마 최근에 하나 들여놓은 오래된 작은 냉장고, 조그마한 TV 등이 전부다.

10평이 조금 넘는 노인회관은 처음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이 쉬시는 방으로 구분해 놓았으나 지금은 할아버지들은 거의 나오시지 않아 할머니들이 모두 사용하고 있었다. 아파트에 사시는 할머니들은 많지만 환경이 좋지 못해 30여 명의 할머니들만 노인회관에서 오후 여가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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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째 회장을 맡고 있는 성자향(80·인물사진) 회장은 “지금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잠시 살다가 나가는 사람들이 많고 이 지역에 재개발 이야기가 나오면서부터 외부에서 아파트를 몇 채씩 사들여 세를 놓고 있기 때문에 옛날처럼 많은 사람들이 모이기는 쉽지 않다”면서 “현재 회원은 34명인데 나이가 많은 분들이 돌아가시면서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관심 좀 가져주면 좋으련만.....
주공2차 노인회관은 황성동 요지에 있으면서도 찾는 이들이 많지 않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다른 경로당에서 흔히 다닌다는 야외나들이도 잘 없다고 했다.

한 할머니는 “황성동에 많은 경로당이 있는데 어떤 경로당에는 동에 있는 단체들이 자주 방문해 후원도하고 시간을 같이 보내는 봉사를 하는 것을 보았는데 우리 경로당은 거의 없는 편이다. 아마도 아파트에 있는 경로당이다 보니 관심이 적은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또 “경주시에서 지원을 해주지만 가스비와 전기료 등 매월 18만원 정도 들어가는 유지비는 큰 부담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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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이 없어져서 어쩌노?
형산강을 끼고 있는 주공2차아파트 어르신들의 소일거리 중에 가장 큰 일은 하천부지에 텃밭을 가꾸는 일이다. 그러나 최근 경주시가 형산강정비사업을 하면서 이제는 더 이상 경작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한 할머니는 “오랫동안 하천에 땅을 일구어 여러가지 농작물을 많이 심어 그런대로 심심치도 않았고 수입도 조금 생겨 용돈이라도 벌어 쓸 수 있었는데 이제는 그마저도 어렵게 됐다”면서 “올해가 마지막 수확이 될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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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경주시는 하천마다 정비사업을 실시하고 있으며, 특히 주공2차아파트와 인접해 있는 형산강은 경주시와 포항시가 형산강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하천부지에서의 농작물 경작은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할머니들은 또 아파트 앞과 주위에 교통량이 많아 늘 위험을 느낀다고 했다. 한 할머니는 “황성동 북쪽(현진에버빌 쪽)에서 현곡 나원으로 넘어가는 다리가 있으면 차들도 훨씬 적게 다닐텐데 선거 때마다 다리를 놓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때뿐이다. 다리를 놓기는 놓느냐”면서 “우리야 늙어 다리를 놓을 때까지 살겠느냐마는 황성동이 더 살기 좋으려면 다리는 꼭 놓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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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성주 편집국장 / 사진=이재욱 기자
진행=이성주 편집국장 / 이재욱 기자
이원조 전문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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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기금으로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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